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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Jan 13. 2017

Remember 0416

비극을 기억하라

아우슈비츠 13번 전시관에는 이런 말이 쓰여져 있다. "역사의 지난 비극을 기억하지 않으면 그 비극은 다시 이어질 것이다" 이 글귀는 기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에 대한 명료하면서도 가장 단언적인 선언과도 같다. 반복되는 나쁜 역사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수많은 인내를 감당해야 했고, 터무니없는 질시와 모멸을 겪어야 했다. 그러한 견딤의 가장 큰 이유는 그 검고 어두운 바다에 사랑하는 가족이 고통스럽게 수장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잔인한 비극이 이땅에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않된다는 처절한 외침이었다.


그날의 진실을 밝혀달라고 유가족들은 천일동안 오열하며 피를 토하도록 외쳤다. 그리고 또 천일을 시작하는 하루가 시작되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겐 그 천일의 날들이 고통스런 그날의 반복이었다고 고백한다. 세월호에 관련된 모든 의혹이 명백하게 밝혀지는 그날에야 비로소 유가족들에게 4월16일은 저물고 다시 다른 날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최소한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허망하게 죽어야했던 이유와 그렇게 밖에 대처하지 못한 정부에게 그날의 이유를 묻고 싶었다. 그들은 그것을 들어야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폭력과 무관심 그리고 악마적인 잔인함이었다. 정부는 언제나 처럼 얼마지나지 않아 곧 잊혀질 것이라 믿었다. 이 나라 국민의 기억력이 개돼지와 같은 수준으로 알았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늘상 그래왔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보수단체를 사주해 유가족들에게 모멸감을 주었고, 언론을 통해 유가족들의 주장이 한낱 시체팔이정도로 매도하기도 했다. 유가족들에겐 너무나 잔인하고 악마적인 정부였다.

선체인양이 정부에게 부담된다는 김영한수석의 업무일지
고 김영한 수석의 업무일지 속 다이빙벨관련해서 예민한 반응

하지만 진실은 묻힐 수 없었다. 국회의원 박주민은 "나비의 날개짓은 이미 4.16때 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때부터 이 정부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주기 시작했고 정부의 거짓과 무능함과 적폐들이 메르스사태를 지나면서 그 부풀어 팽창한 보호막을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정체를 들어낸 것이다. 최순실 국정농단건으로 촉발된 이 역사적이며 개혁적 분노 앞에서 우리는 왜 수백만의 국민이 촛불을 들게 되었는가를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잊으면 언젠가 같은 이유로 또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한다. 이제 우리의 촛불은 대변혁의 도화선과 같은 촛불임을 알아야 한다. 이 촛불 아래서 세월호는 다시 살아나 그 촛불 한켠을 더 환하게 밝히게 되었다.

(사)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과 박주민 국회의원 대구강연

1월11일 대구 동성아트홀에 세월호 천일을 맞아 귀한 두분이 오셨다. 예은아빠 유경근 집행위원장과 박주민 국회의원이다. 150석 규모의 예술영화 상영관인 동성아트홀은 7시도 되기 전에 복도와 무대까지 청중들로 가득찾다. 유경근 위원장은 너무도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멘트를 시작으로 현재 세월호 관련 사항들을 차분한 어조로 말씀해주셨다. 참석한 시민들은 유가족들의 아픔을 공감했고 한가족이 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의혹들이 풀릴 때까지 기억하겠다고 했다.


기억한다는 것. 잊지 않겠다는 것. 왜?


세월호는 Reminder 가 되어야 한다. 또 다시 이런 일이 있을 때 미리 알려주는 비상경고등이 되어야 하며 메뉴얼이며 텍스트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잊지 않기 위해  조그만 상징물을 만들어 나눠가진다.


상징물은 동질감을 준다. 같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표식이다. 얼마전 지하철을 타고 가던 중 우연하게 3개의 노란색 리본을 보게 되었다. 대구에서는 드문일이다. 각각 다른 사람의 가방에 메달려 말없이 자그맣게 흔들거리는 노란색을 보고 있으니 반갑기도 하고 그들이 생각하고 기억하려는 것을 나 또한 이렇게 달고 잊지 않기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그 중 한 여성과 눈이 마주치자 가벼운 눈인사가 오간다. 생전 처음보는 사람. 그러나 이미 같은 것을 기억하고 같은 것을 생각한다는 동질감은 오래전부터 동지가 되었던 느낌처럼 아주 작고 비밀스러운 전율마저 느껴지게 했다.


너무 고통스러워서 스스로 잊어 버리려 하는 경우도 있지만, 타자의 기억을 애써 지워버릴 수는 없다. 정부는 국민의 기억속에 2014년 4월16일이 에둘러 빨리 잊혀지길 바랬을 터지만 시간이 갈 수록 그 기억은 과연 국민적 기억이 되어버렸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젠 더이상 지울래야 지울 수 없는 기억이 되어 버렸다. 기억이 오래 되면 바래어 지고 희미해 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역사를 통해 기억의 재구성작업을 하게된다. 그러나 세월호는 그일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각인 되어버렸다. 그리고 1000일이라는 시간동안 지울 수 조차 없는 뚜렷한 글귀로 더많은 국민의 가슴마다 각인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기에 그날은 아우슈비츠 13번 전시관의 그 글귀처럼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에 진한 각인의 기억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역사의 지난 비극을 기억하지 않으면 그 비극은 다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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