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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Jun 02. 2017

노무현 Ver 2.0

영화노무현입니다

오월은 생각이 많아지는 달입니다. 봄바람이 처녀들의 치마를 흔들고 흔들리는 치마의 폭만큼이나 사람의 마음도 기분좋게 흔들어 놓습니다. 하늘은 바다 심연의 색깔에 파도의 거품처럼 중간중간 적당한 크기로 포말의 구름을 만들고 각자 반복된 1년만큼의 시간중에서 한것 넉넉해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오월이면 생각나는 그 사람은 내가 아는 분들 중에서도 가장 정렬적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 정렬의 부피 만큼이나 외롭게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가 그의 인생 마지막 날에 섰던 부엉이 바위를 생각해봅니다. 그가 그곳에 서서 제일 먼저 보았던 것은 그의 가슴깊이 담겨져 있던 묵직한 외로움이었을 겁니다. 깊게패인 그의 주름만큼이나 그의 눈 역시 깊게 패여 깊은 생각으로 바라본 봉하마을, 그의 집에서는 참으로 많은 회한이 그날 새벽밥짓는 연기처럼 조용하게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의 고통이 너무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그가 강한 사람이었다고 믿었습니다. 그의 거침없는 연설과 다소 투박하지만 자신에 찬 언변 뒤에 가려진 그의 외로움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보내던 마지막 날 억수같이 쏟아지던 빗줄기를 고스란히 맞으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그 고통을 함께하지 못해서 마치 당연한 징벌처럼 여기며 쏟아지는 빗줄기와 함께 가슴 아픈 울음을 울었습니다.

이제서야 영화속에서 나마 그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어깨가 쳐져 있거나 힘없는 걸음걸이도 아니었고 볼품없어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를 보내고 보는 그의 뒷모습은 너무도 작아보였습니다. 가슴으로 봐야 그 사람을 진실되게 바라볼 수 있읍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에게 바랐던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가 그자리에 있기만 하면 많은 것들을 그가 해줄 줄 알았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약하고 외로웠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한쪽 가슴에 알 수 없는 구슬꾸러미 같은 것들이 자그락 거리며 굴러다녔습니다. 그 구슬들이 심장을 아프게 하고 눈앞을 흐릿하게 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어떤 여자분은 대놓고 엉엉소리내며 울었습니다. 영화관의 한정된 공간안에서 150명 남짓한 관객들은 숨죽여 스크린에 몰입했고 하나같이 그의 인생에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고마워 했으며 미안해 했습니다. 


“언젠가 노무현의 시대가 올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과연 그럴까, 내 생전에는 안 올 것 같아'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뭐 늦게 오면 어때요?' 그랬더니 웃으시면서 그러시더라고요. '그래, 그런 시대가 온다면 내가 없어도 상관없지.'” - 유시민

내 생전에는 안 올 것 같아 마치 유언같은 그의 말에 늦게 오면 어때요라고 답하는 두분의 표정이 상상이 되었습니다. 마치 극적인 드라마처럼 대한민국은 갑작스럽게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 저는 이 정부를 노무현정부 버전2.0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노무현이 있었기에 문재인이 있는 것처럼 지금의 문재인 정부는 2기 노무현 정부입니다. 잘못된 버그를 바로잡고 능력을 향상시켜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이 되었지만 이름은 역시 노무현입니다. 노무현 정신이 깃들어 있고, 노무현의 가치가 문재인 정부에 담겨있다고 믿습니다. 


새정부가 들어선지 약4주가량이 되어갑니다. 숨가쁘게 개혁의 과제들을 쏟아내다보니 4주라는 시간의 길이가 4년이 지난 것처럼 그 양적 시간들의 길이가 더욱 길게 느껴집니다. 그 짧은 시간에 아직 이루어 진것은 없지만 언젠가는 바르게 정리되어 질 것으로 믿습니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2017년 그가 가신지 8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노무현을 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슬프고 미안해서가 아닙니다. 그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가 가고없는 지금, 조금 늦었지만 노무현시대가 오고있습니다. 그리고 더많은 노무현이 나와 버전3.0, 4.0 의 노무현의 시대가 계속이어져 가길 간절한 맘으로 바래고 바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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