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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드 Jan 07. 2018

손을 사랑하다

너는 늘 내 머릿속을 어지럽게 돌아다닌다. 한번씩 만나 손끝의 살갗이라도 닿았던 아쉬운 날엔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사춘기처럼 생각의 아득한 몽정을 흘리게 되고 그 밤을 송두리째 즐거운 꿈속에서 보낸다. 처음으로 하루종일 너의 손을 잡고 지냇던 광장의 그날이 생각난다. 마치 손안에 귀한 보물을 손에 넣은 듯 그날 나는 결연한 의지로  너의 손을 놓치치 않겠다는 대단한 일념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날은 내가 널 만난 후 처음으로 가장 오랜 시간동안 네 손을 잡고 있었던 날이다. 짧은 권태감에 잠깐씩 내 손을 벗어나려는 순간에도 너를 확인하는 나의 간절함은 느슨함을 허용하지 않았고 너도 굳이 거부하지 않았으며 그 감금됨을 즐기듯 이내 얌전해졌었다.


그 손은 내가 여태 경험해왔었던 그 어떤 손보다 감미롭고 부드럽다.  간지리듯 손등을 스칠땐 그 가느다란 솜털이 손끝을 타고 전신을 흥분 시킨다. 손등을 거쳐 손목까지 손의 모든 부분을 부드럽게 탐미할 때면 그것은 마치 절정에 도달하기전의 전희와 같아서 네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의 가느다란 신음을 내뱉게 하기도 했었다.


갑자기 눈이 아득하기도 했다. 가만히 있던 손이 내 손에서 마치 감전을 느끼듯  경련을 일으키며 힘을 줄때면 마치 오르가즘에 도달한 것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내 귀는 쎄이렌의 노래소리에 홀려드는 것처럼 나를 잊게 만드는 황홀경의 아름다운 멜로디가 되어 가슴을 뛰게 하고 아찔한 눈은 커튼을 내린 궁중의 방에 있는 것처럼 지긋하게 눈을 감게 한다. 너의 손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공간으로 이끄는 비밀의 문이다. 공중에 뜨는 깃털처럼 내 몸은 가벼워지고 한없이 나른한 봄햇살을 받는 것같다.


너의 손은 가느다란 핏줄속에서, 휘둘러진 감정으로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병균을 죽이는 면역체이기도 하다. 내 속의 모든 더러운 것들을 정제하고 순수하고 맑은 물속을 들여다 볼 수 있게하는 투명한 막을 만들기도 한다.


창백한 인생의 가을에 너의 손은 시간의 계절을 되돌리게 하고 말라서 쩍쩍 갈라졌던 가슴은 너로 인해 다시 풍요로운 호수가 되어가고 있다. 너의 손으로 찾은 감정의 신세계는 이전에 없던 삶의 진지함을 찾게하고 편견과 후회와 포기로 얼룩진 인생의 기억들을 잊게하고 마치 어린아이와 같은 동심마져도 갖게 한다.


한계절을 짊어지고 있던 수많은 잎사귀들이 그 수명을 다하고 떨어지는 것처럼 너의 손을 잡으면 내게도 불필요한 인생의 것들이 스스로 다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너의 손은 이처럼 내안에서 수많은 감정의 변화들을 일으키고 내속에 더렵혀져 있던 것들을 한구석으로 부터 시작해 깨끗하게 정화시키고 있었다. 마치 지나간 삶이 백지처럼 지워져 하얗게 되고 새롭게 태어나 살아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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