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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욱 Sep 26. 2021

소통의 척도, 반영의 사다리

소통을 방해하는 5번째 용의자!

소통을 방해하는 5번째 용의자!

가정, 학교, 직장 할 것 없이 소통 좀 하자고 외친다.

너나 할 것 없이  소통을 갈망하고 있다.
갈망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소통을 잘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서로 원하는 것인 데도 불구하고 소통은 왜 쉽게 실현되지 않는 것일까?


다음과 같은 용의자들이 있다.


  1. 소통의 매개 수단인 언어의 불완전성

  2. 타자보다 자기의 이익를 우선하는 태도

  3. 소통에 들이는 시간의 제약

  4. 대화와 소통을 실행하는 스킬의 부족






1, 2, 3번은 자연에 가까워서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면이 있다. 4번은 인간의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한 부분이다.


유치원부터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하는 이유가 모두 소통의 기술에 관련된 것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수많은 자기개발서 등을 통해 소통에 대한 가르침을 받는다. 읽고 익히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인다.




하지만, 소통은 여전히 어렵고, 사회와 조직의 많은 문제들은 바로 이 소통의 부재와 부족으로부터 유발되고 있다.


MZ/꼰대의 대립, 남협/여혐의 이슈, 리더십 부족, 부서 간의 사일로, 고객과의 갈등, 커뮤니티 안에서의 불협 화음 등 모두 소통의 부족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이다.


서텅을 원하고, 소통을 위하여 노력도 하는데 왜 이리 소통의 실현은 어려운 것일까?


여기에는 숨겨진 용의자가 하나 더 있기 때문이다. 꼭꼭 숨어있기 때문에, 이 놈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너무 어렵다.


위 4가지를 두고 소통을 잘 해보려고 하지만, 5번째의 용의자를 알지 못하면 여전히 소통은 이루어내기 어려워진다.




과연 그 5번째 용의자는 무엇일까?


바로, 소통의 뜻, 정의(definition)이다우리가 실현하고자 일상에서 ‘말’하는 소통과 깊은 ‘마음’ 속에 있는 소통의 의미가 다르다.


대체로 리더들이 말하는 소통은 '자신이 알고 있는 바람직한 해법과 방식을 구성원들이 잘 알아차리고 행동하는 것'이다. 대체로 구성원들이 말하는 소통은 '우리가 회사와 리더에게 바라는 것 좀 들어달라는 것'이다.


정보(의도)의 전달과 이에 대한 온전한 이해라는 학술적 정의와는 뉴앙스에 차이가 느껴진다.


그러므로 소통의 의미를 정확히 재검토하여 범인을 잡아야 소통을 좀 더 잘 이루어낼 수 있다.








소통(communication)을 학계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전달자(말하는 사람)가 어떤 메세지를 수신자(듣는 사람)에게 보내고, 수신자는 발신자가 전하려 했던 메세지(의도)를 온전하게 이해하는 것'




피터스는 보다 철학적인 정의를 내리고 있다. '자기와 타자, 사인과 공중, 내부 세계와 바깥 세상 사이의 고통스런 분리에 대한 명백한 대답"이라고 설명한다.

  

"an apparent answer to the painful divisions between self and other, private and public, and inner thought and outer word." (Wikipedia에서 재인용, Peters, John Durham (1999). Speaking into the air : a history of the idea of communication.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p. 2)



우리가 소통을 이루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소통이 고통의 해결에 대한 명백한 대답이 맞을 것다는 생각도 자연스럽다.


과연 어찌하여 그렇게 되는 것일까?

보낸 메세지를 수신자가 온전히 이해하면 소통이 이루진는 것일까?







필자는 소통의 척도로서 반영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이해하는 것으로 소통은 불충분하다. 메세지가 결정에 반영되어야 한다. 온전히 반영되었을 때, 비로소 소통이 온정히 이루어졌음을 느낀다.


발신자의 의견(의지)이(가) 수신자에게 이해되는 것을 넘어서 받아들여지는 것(반영)이 소통이다. 대화의 당사자는 서로 발신자이고 자신의 의견이 상대방에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서로 상대의 의견을 반영해 줄 생각을 하기 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상대가 반영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로 무슨 말을 했는지 그 의미를 잘 아는 이해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소통은 안되었다는 느낌이 남는 것이다.


부부, 리더와 구성원, 나와 조직, 세입자와 집주인, 윗층과 아랫층

모두 소통이 절실한 사이이다.





서로의 의견을 반영해 주고 있는 지를 살펴야 소통을 이룰 수 있다. 당사자가 서로 원하는 것이 있으므로 서로의 주장을 앞세우다 보면 소통은 다람쥐 쳇바퀴처럼 교착 상태에 다다르게 된다. 그러므로 소통은 3자의 지원을 받아야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조직에서 리더는 3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리더 역시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려는 경쟁의 당사자가 된다.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우리 조직에는 리더가 없어.'라는 아쉬움을 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성원의 마음 속에서 리더는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고 실현해 주는 사람기를 기대하고 있다. 바로 민주적 리더이다.






<반영의 사다리>


인간의 소통은 다음과 같은 반영의 사다리를 거쳐 자신의 의지를 실현해 간다.


1. 의지(Intend)의 단계 - 타인과의 협력으로 어떤 성취를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짐 (새 신발을 신고 싶다는 마음이 생김)

인간은 생명체로서 자신의 생명에 유리한 어떤 획득을 위한 의지를 품는다.

 

2. 표현(Express)의 단계 - 의지를 외부로 나타냄 ('엄마! 새 신발을 사주세요.'라고 메모지에 적음)

그 획득이 스스로의 힘으로 불가능 한 경우 타인에게 어떤 요청을 해야 하므로 그 내면의 의지를 외부로 말, 표정, 몸짓 등으로 표현하게 된다.  


3. 전달(Convey)의 단계 - 의지가 유효한 당사자에게 도달함 (메모지를 엄마에게 전달함)

요청을 들어 줄 당사자 면전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편지, 전화, 이메일, 영상통화와 같은 매체를 동원해야 한다. 이 매체를 통하여 자신의 의지를 담은 정보를 전달한다.


4.이해(Understand)의 단계 - 의지의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함 (엄마가 아이의 말뜻을 이해함)

발신자가 표현한 의지가 수신자에게 전달되어 그가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게 된 단계이다. 일반적으로 이 단계를 소통이라고 보았다.





5. 공감(Empathy)의 단계 - 의지의 발원자와 같은 심리적 상태에 다다름 (새 신발을 신고 뽐내고 싶은 심정, 새 신발을 신으면 걷는 것이 즐거울 것이라는 기대를 아이와 같은 심정으로 느낌)

수신자가 발신자의 말뜻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그런 의견을 말한 심정, 그의 입장에서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심리적 동일감을 느끼는 단계이다. 공감을 소통이라고 보는 경우가 이 경우이지만, 여전히 온전하 소통이 아니다.


6. 반영(Reflect)의 단계 - 의지가 타인의 일정한 행위에 영향을 줌 (엄마가 어떤 신발이 좋을지 좀 더 알아보겠다고 말함)

공감이 심리적 동조의 단계에 있으면서 수신자의 행동에는 영향을 주지 않은 경우라면, 반영은 행동에 모종의 영향을 주는 단계이다. 발신자의 의견에 따르기 전에 필요한 메모, 약속, 타인에게 연락, 자료조사 등의 조치를 취한다.


7. 결정(Decide)의 단계 - 의지에 따른 행위를 위한 최종 결정에 다다름 (아이와 상의하여 적절한 신발을 사기로 결정함)

발신자의 의견에 따라 그것을 실행을 하기 위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이다. 피터스가 말한 고통스런 분리에 대한 대답이 실현되기 시작하는 단계이다.


8. 실행(Execute)의 단계 - 의지에 부합하는 후속행위를 시도함 (신발을 구입하러 가게에 가거나 인터넷 주문을 함)

결정은 실행을 하겠다는 결정이므로 결정의 단계를 넘어서고 나면 실행 이후의 단계는 저절로 일어나는 편이다. 그러나 실행을 위한 자원(돈, 시간, 노동 등)의 동원이 필요하므로 이를 해나가는 단계를 구분할 수 있다.


9. 결과(Output)의 단계 - 의지에 따른 후속행위의 산출물이 완성됨 (신발이 아이의 손에 들어옴)

발신자가 의견을 말하면서 기대한 것은 자신의 메세지의 이해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가 실현되는 것이다.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하고, 결정한 것을 실행하면 결과가 생겨난다.


10. 효과(Outcome)의 단계 - 의지에 따른 효과가 나타남 (신발을 신어서 기분이 좋아지고, 친구들에게 뽐낼 수 있게 됨)

결과 자체도 궁극의 목적이 아닐 수 있다. 결과로 인하여 염두에 두었던 효과가 생겨나는 것을 목적에 둔 것이다. 결과가 반드시 의도했던 효과로 이어지지는 것을 아니므로 이 과정에 대하여 피드백을 주고 받는 것이 학습이다.


11. 장기효과(Impact)의 단계 - 의지에 따른 궁극적 결과가 나타남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짐 또는 버릇이 나빠짐)

효과와 마찬가지로 결과처럼 명확하게 기대했던 장기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장기효과는 결과 이외의 다른 변수들이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작동함으로 총체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 장기효과를 살피는 과정 역시 매우 중요한 지적인 학습의 과정이다.











소통의 척도는 얼마나 반영하느냐의 척도이다.

반영의 사다리를 참조하여, 현재 일어나고 있는 소통이 단지 정보의 발신과 수신, 이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감, 반영, 결정에 어떻게 다다르고 있는 지를 살펴볼 일이다.


그렇게 하면, 많은 소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 소통이 안된다고 느끼게 되었는 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지점을 집중적으로 다루어 소통의 수준을 높일 수 있게 된다.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직지심공 에피소드를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https://m.podbbang.com/channels/14900/episodes/227653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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