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을 알면 공정을 실현하기 쉽다.
공정은 오랜 정치철학의 주요 주제이며, 대선에서도 핫하다. 우리 주변을 그림자처럼 쫓아 다니는 공정은 도대체 무엇이며, 왜 사람들에게 사이다와 고구마를 만들어내는가?
퍼실리테이터로서 경험하는 많은 워크숍에도 공정의 이슈가 짙게 깔려 있다. 인간이 무리를 이루고 사는 한 벗어날 수 없는 주제이니 당연한 일일 것이다. 모두 공정을 원하지만, 왜 실제로 공정은 현존하기 어려운 것일까? 어찌 해야 할까?
이 글은 정치철학의 큰 주제로서의 공정(정의)에서 조금 범위를 좁혀서 조직 안에서의 공정성에 관하여 다룬다.
공정한 사회에서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가 현실 세계에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공정성은 근무의욕을 높이고, 조직몰입을 가져오며, 조직에 대한 충성심을 갖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공정성이 무너진 조직이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다.
기업, 공공조직, 비영리단체 등 부문을 막론하고, 조직개발을 위한 워크숍을 진행하다 보면 수렴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조직 공정성(organizational justice)이다.
묵묵히 열심히 일한 사람이 보상을 받지 못하고 남의 공을 가로챈 사람이 인정받는 조직에서 일하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일 것이다.
<공정성이 높아지면 좋아지는 것 - 결과변수>
Trust (신뢰)
Performance (성과)
OCB (조직시민행동)
Job Engagement (직무관여)
Organizational Commitment (조직몰입)
Loyalty (충성심)
Turn-over Intention (이직 의도) - 줄어듬
Self-Esteem (자존감)
Job Satisfaction (직무만족)
Health (건강)
공정성이 무너진 조직에서는 그 피해자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고 그 조직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심지어 자신에게 불공정한 대우를 한 조직에 복수를 하고 싶어지고, 실제로 이직, 태업, 결근 등의 복수를 하는 결과를 낳는다.
반대로 공정성이 무너진 댓가로 부당한 혜택을 누린 사람에게 마저도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그는 죄책감을 같게 되고 그 죄책감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추가로 해야하기 때문이다. 해소의 결과가 뻔뻔함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네 가지 종류의 조직 공정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분배 공정성은 조직의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는 것을 말한다. 무엇이 공정한 것이냐에 대하여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누군가가 들인 투입과 그것으로부터 나온 산출의 비율이 다른 사람이 들인 투입과 그것으로부터 나온 산출의 비율이 같은 것을 말한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O/I = O'/I'"가 된다.(Stacy Adams)
예를 들면, 내가 10시간 일을 해서 10만원을 벌고, 내 친구가 20시간 일을 해서 20만원을 벌었다면 이를 공정하다고 여긴다는 뜻이다. 그러나 만약 10시간 동안 내가 친구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하면 위의 결과가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다. 이처럼 투입요소는 시간과 같이 객관적이고 측정이 쉬운 것도 있지만, 매우 주관적이고 측정이 어려운 것도 있다. 이는 산출도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밝혀진 투입요소와 산출요소는 다음과 같다.
<투입요소 - 분배 공정성을 생각할 때 자신이 들인 것이라고 계산에 넣는 것 >
시간
교육
경험
노력
충성심
열심히 일함
몰입
능력
적응력
유연성
인내심
결단력
열정
개인적 희생
상급자에 대한 신뢰
동료의 지지
스킬
<산출요소 - 분배 공정성을 생각할 때 자신이 얻은 것이라고 계산에 넣는 것>
직업안정
급여
복지
지출
인정
명성
책임
성취감
칭찬
감사
자극
이 요소들은 주관적이며 측정이 어려운 것도 많기 때문에 실제로 공정하더라도 조직의 구성원들은 불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구성원들의 주관적 평가에 대하여 이를 명시적으로 꺼내놓고 서로 비교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들여 인식상의 오류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절차 공정성은 의사결정과정에 구성원의 목소리를 담는 것을 말한다. 이는 자신의 미래가 타인의 결정에 의존되어야 하는 것을 거부하고 자신의 의견을 담아 예측 가능한 삶을 살고자 하는 욕구와 관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는 인류의 보편적 욕구인 정치적 욕구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으며, 조직 내에서의 의사결정 절차 역시 구성원의 정치적 욕구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과정인 집단의사결정과정에서는 자신의 의견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를 바람으로서 의사결정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그 결과 정치적 파벌이 형성되고 파벌간의 경쟁과 싸움을 불러 일으킬 위험성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일이 발생할 경우 의사결정은 지연되고 조직은 소모적인 경쟁으로 조직의 생산성을 낮추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려는 의사결정 방식 즉, 단독결정 또는 다수결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모두 결정은 만들어냈으나 결과적으로 구성원의 목소리를 반영하기를 원하는 절차 공정성의 욕구를 실현하지는 못한 것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목소리를 담아보려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빠른 시간에 결정을 하려니 목소리를 담지 못하게 되는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조직에서의 절차 공정성의 실현은 어렵게 된다. 즉 보다 효과적으로 구성원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의사결정을 이루어내는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 기술이 퍼실리테이션임은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관계 공정성은 의사결정이 또는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공손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호받으며, 다른 구성원으로부터 존중받는 것을 말한다.
막말을 하거나 모욕적인 언사를 일삼는 상사 또는 동료와 일하는 조직에서 구성원들이 공정성을 느끼기는 어렵다.
회사 때문에 결혼이나 출산의 시기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회사 또는 다른 구성원들이 인간의 기본적 가치를 실현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개인을 보호하고 도울 때 그 개인은 조직으로부터 공정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고 조직에 대한 헌신과 충성,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을 입밖에 내는 것이 지나치게 이기적인 것이라거나, 순진한 생각이라거나, 조직을 모르는 소리라고 조직에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관계 공정성이 약한 조직임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조직은 이러한 관계 공정성이 잘 실현되고 유지되고 있는 지에 대하여 점검하고 이에 관하여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 공정성은 어떤 절차가 사용되었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하여 조직으로부터 구체적이고 진실되게 시의적절한 정보를 제공받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정보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하여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를 결정하는데 매우 자원이 된다. 그러므로 부족한 정보를 가지 바보같은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직은 구성원들에게 정보를 개방하고 충분한 설명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에서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정보의 흐름이 계선을 통하여 이루어짐으로서 상층부에만 정보가 집중되고 구성원들은 정보의 빈곤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이른바 복도 통신이라고 하는 비공식 채널에 의한 정보의 교환이 발생하고 이 채널에서는 정보의 왜곡과 루머가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구성원들은 왜곡된 정보를 기반으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게 되고 이는 조직이 협력적으로 작동하기 보다는 경쟁적이거나 마찰적으로 작동하게 만들 수 있다.
온전한 공정성을 이루는 것은 이상적이고 불가능하다. 그리고 공정성은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이를 실현하는 시도는 노력과 비용을 동반한다.
한편 공정성을 유지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 역시 조직에 큰 손해를 끼친다. 그러므로 얼만큼의 노력을 기울여 어느 정도의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 지를 경영자는 고심하게 된다.
공정성은 인간의 기본적인 존엄한 가치를 지키는 근간이므로 이를 회피한다면 인간을 조직의 도구적 존재로 전락하게 만드는 결과가 된다. 조직의 운영하는 것이 인간을 희생하여 조직을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을 만들어 함께 노력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공정한 분배를 위한 노력하고, 공정한 절차를 위한 노력하며, 구성원을 존중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구성원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 과정은 모두 구성원의 참여를 기반으로 하며 이 참여를 낮은 비용으로 효율적으로 이루어내려면 퍼실리테이션의 역량을 필요로 한다.
다행스런 것은 이러한 노력을 일정 기간 시도하다보면 공정성이 조직의 문화가 되어 큰 비용을 들이지 않더라도 공정성이 자연스럽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공정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 오늘날 한국 조직이 가진 제일의 과제가 아닌가 싶다.
불공정한 조직이 일반적인 지금의 상황을 감안하면, '공정한 조직'은 어쩌면 좋은 인재를 모으는 차별화 전략이 될지도 모른다.
참고한 논문
Greenberg, J. (1990). Organizational justice: Yesterday, today, and tomorrow. Journal of management, 16(2), 399-432.
조직개발과 퍼실리테이션에 대하여 좀 더 알고 싶으시다면 여길 가보셔도 좋습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pQcfMBBI_0cPg1V4oHWx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