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고 싶은 리더들의 참을 수 없는 유혹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ò Machiavelli)의 군주론(Il Principe (The Prince))을 읽지 않으면 세상에 숨은 리더의 비법을 갖지 못할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다.
그리하여 리더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은 몰래 이 책을 읽는다. 그리고 이따금 작동하는 자신의 무자비함에 대하여 면죄와 위안을 얻는다. '그것은 조직을 이끌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야.'라며 자위한다.
다음은 군주론에 나오는 문구이다.
군주는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대해주거나 아니라면 아예 짓밟아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소한 피해에 대해서는 복수하려 들지만, 엄청난 피해에 대해서는 복수할 엄두조차 못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를 주려면 복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심하게 주어야 한다.
One has to remark that men ought either to be well treated or crushed, because they can avenge themselves of lighter injuries, of more serious ones they cannot; therefore the injury that is to be done to a man ought to be of such a kind that one does not stand in fear of revenge.
Machiavelli, Niccolò (2017-06-26T22:58:59.000). The Prince (AmazonClassics Edition) . Amazon Classics. Kindle Edition.
섬뜩함 마저 느껴지는 이 말은 일견 맞는 말이다. 마키라벨리는 현실과 거리감 있는 이상적 윤리를 내세우기 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거짓없이 기술하려고 노력한 사람이다. 그리하여 부인할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을 섬뜩한 충고로 담아낸 이 책이 지금까지 고전으로 살아남았다.
리더 특히 권력자로서의 리더에게 섬뜩하면서도 솔깃한 이 책은 후세 인류에게 '마키아벨리언이즘'이라는 믿음을 탄생시켰으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지나친 것 같아 윤리적 꺼리낌을 가져다 주고 그럴듯하여 솔깃한 양면성에 대하여 학계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논문이 기술하고 있는 순서에 따라 요약하고 약간의 해설을 겯들여본다.
저자: 데이비드 슬론 윌슨, 데이비드 니어, 랄프 R. 밀러, 뉴욕 주립대학 빙햄턴 캠퍼스
<논문초록 번역>
사회적 행동의 조작적 전략(마키아벨리언이즘)은 심리학자와 진화생물학자 양쪽에서 모두 연구되어 왔다. 저자들은 심리학 문헌을 데이터베이스로 사용하여 조작적 사회 행동의 적응적 이점에 대한 진화적 가설을 검증한다.
마키아벨리언이즘은 일반 지능과 관련이 없으며 항상 현실 세계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음을 확인한다. 마키아벨리언이즘은 진화 게임 이론의 "배신" 전략과 크게 유사한 여러 사회적 전략 중 하나로 가장 잘 간주되며, 어떤 상황에서는 성공적이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진화적 심리학과 진화 게임 이론은 마키아벨리언이즘과 같은 행동 전략에 대해 생각하는 유용한 틀을 제공하며, 성격 및 사회 심리학자들에게 아직 검증되지 않은 많은 구체적인 가설을 제시한다.
번역해놓으니 다소 어렵게 느껴지네요. 마키아벨리언이즘이 진화론이나 심리학(특히, 게임이론)의 연구성과와 어떻게 부합하는지를 밝혀 보겠다는 취지입니다. '마키아벨리언이즘이 성공적일까?'라는 질문이 핵심으로 보입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주로 타인의 이익을 희생하면서 그들을 조작하는 사회적 행동 전략
We define Machiavellianism as a strategy of social conduct that involves manipulating others for personal gain, often against the other's self-interest.
진화론의 측면에서 보면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은 타자를 성공적으로 조작한 개체를 선호한다. 즉 타자를 잘 조작한 개체가 살아남는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면밀하게 보면 자연으로부터 어떤 특성이 선택받는 것이지 이를 조작이라고 보는 것은 과도한 개념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마키아벨리언이즘이 진화론적 적응의 특성이라고 연결하는데는 무리가 있다.
지능은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과로 발달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 내에서 한 개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인을 속이는 일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사회가 결속을 유지해야 자신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지능이 사회결속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발달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지능 또한 마키아벨리언이즘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진화적 증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마키아벨리언이즘이 더 유리한 상황은 무엇일까?
마키아벨리언이즘이 끌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속임수(배신, 조작)를 쓰는 사람을 알 수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가 다르다. 서로 속임수를 쓰는 사람을 모르는 경우에는 속임수를 쓰는 마키아벨리언이즘의 승리가 예상된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누군지 안다면 사람들은 그와 게임(협력)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따라서 배신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이 만들어지고 그 집단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많다. 상대방이 배신자일지 협력자일지는 상호작용을 여러번 거치면서 시간이 지나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집단이 단기적인 뜨내기 관계인지, 장기적인 단골 손님의 관계인가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오늘날 이직이 많은 조직의 환경에서 마키아벨리언이즘이 과거보다 좀 더 유리해진 상황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의 평판이 누적되어 갈 것임을 생각해보면 한 조직에서의 관계는 단기적일 수 있지만, 업계에서의 관계는 매우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 볼 일이다.
마키아벨리가 잔인하고 조작적으로만 권력을 행사하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 협력과 배신을 적절히 구사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때가 언제인지를 정교하게 알려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자비롭고, 충실하고, 인도적이며, 솔직하고, 종교적인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도 그러한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필요한 경우 반대 행동으로 바꿀 수 있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장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집단 안에서는 구성원은 협력자인 비둘기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을 만나 경쟁할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때 집단의 리더에게는 마키아벨리언이즘의 독수리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실제로 국가 간의 협상에서 '국익이 최우선이다.'라고 말할 때, 그 말 속에는 상대 국가 또는 국가의 리더를 잘 조작하여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사회적 지능의 한 면은 타자를 조작하는 것이고, 전통적 의미에서 조작은 '진화하는 어떤 것'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마키아벨리언이즘과 일반 지능의 상관관계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즉, IQ가 마키아벨리언이즘과 비례한다는 증거도, 마키아벨리언이 일상을 성공적으로 산다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매우 조작적이어야 할 것 같은 세일즈 업에서마저도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장의 판매 보다는 오랜 기간 동안 고객의 신뢰를 쌓은 후 놀라운 세일즈 실적을 올린 실제 사례를 필자가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일관된 연구결과는 보이는 것은 오히려 다양한 직업군에서 마키아벨리언의 직무 만족도가 낮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나는 어느 정도의 마키아벨리언인가? 한 번 측정해 보세요.
https://openpsychometrics.org/tests/MACH-IV/
고학력자의 수입에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거나, 어떤 조직구조에서는 증권 브로커가 더 높은 성과를 내는 등의 일부 사례가 보고되었으나, 마키아벨리언이즘을 성공적인 삶과 관련짓는데는 무리가 따른다.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는 조작의 영향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면이 있으나, 심리학의 연구로 돌아오면 마키아벨리언이즘의 상관성은 어떤 지지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실험실 셋팅에서는 마키아벨리언이 우수성 보여주는 사례가 여럿 발견된다. 지능이 높다거나, 더 매력적이라거나, 리더 노릇을 하는 점 등이 그 사례이다. 이는 어떤 이유일까? 실험실은 제한된 환경이어서 삶의 맥락이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타인에 대한 조작의 결과가 당장 유리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는 최근에 방영되었던 '데블스 플랜'이라는 게임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게임의 승리를 위하여 조작에 유리해 보이는 사람이 리더로 등장하면서 세력을 규합하는 현상이 포착된다.)
실제의 삶에서 인간은 오랜동안 관계를 맺고 살게 되므로 조작한 것 나중에 탈로나게 되면 오히려 사회적 관계에서 배제되는 불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또한, 실제 삶에서 구사하는 전략은 마키아벨리언이즘 외에도 매우 다양한 것들이 있다. 그러므로 그 영향을 실험실 셋팅에서는 온전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방송의 게임 프로그램도 실험실 셋팅과 거의 일치한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은 가설의 수립이 가능하다.
<조작 의지 증거>
Evidence that high-Machs are more willing to manipulate others against their interest.
(높은 마키아벨리언(하이마크) 수준의 사람들이 타인의 이익을 희생하여 다른 사람들을 조작하려 한다.)
a) 이용해먹는 기술(exploitative tactics) 사용
- 느슨한 환경에서 하이마크(마키라벨리즘 검사 결과 수치가 높은 사람)가 로마크(마키라벨리즘 검사 결과 수치가 낮은 사람)보다 더 많이 절도, 훔친 양도 많음
- 로마크는 맛대응 전략(Tit-For-Tat)을 사용하는 반면, 하이마크는 선방전략(first-strike)을 사용
b) 타인에게 조작하도록 권장
- 공모한 절도를 관찰한 여성참가자들: 하이마크는 반성한 사람에 대하여 더 처벌(반성의 진정성 의심), 로마크는 반성하지 않은 사람을 더 처벌(사회적 전통의 위반을 경계)
c) 자신의 이익보다 앞세워 타인을 돕지 않음
- 공감척도 진단(empathy test)과 상관관계가 높음, 비상상황에서 타인을 덜 돕는 편
https://psychology-tools.com/test/empathy-quotient
d) 하이마크가 무뢰한은 아니지만 규칙을 왜곡함, 로마크도 사회적 미덕의 화신은 아님
- 하이마크는 게임에서 시도한 연합을 더 많이 깸
- 로마크도 거짓말, 속임수, 비윤리적 행동을 저지름
- 하이마크는 정서적 유대 보다는 결과를 지향하는 전략에 초점을 둠
<조작 능력 증거>
Evidence that high-Machs are better at manipulating others.
하이마크는 타자의 조작에 유능하다.
하이마크가 더 그럴듯하게 속인다는 연구결과도 있으나, 차이를 발견하지 못한다는 연구도 있어서 일관성이 부족함 (동공 반응, 맥박, 피부 저항과 같은 보다 생체학적 연구가 필요함)
<장기효과>
Consequences of Machiavellianism in long-term interactions.
장기적 관계에서의 마키아벨리언이즘의 결과
a) 하이마크가 장기 관계에서는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지만 놀랍게도 실제로 이를 연구한 자료는 거의 없음
b) 하이마크의 직무만족도가 낮은 편인데, 아무래도 조작 스킬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
c) 한 번만 하기로 했다가 여러번 수행한 게임에서 하이마크는 첫 판에서는 대부분 성공적이었으나, 후속 게임에서는 보복당함
d) 동성의 3명의 무인도에 도착했을 때 어떻게 할지 이야기를 적도록 하고, 글을 평가해 봄
- 평가자들은 하이마크의 글이 로마크에 비하여 이기적이고 조작적이어서 함께 하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힘
- 하이마크가 단기적, 대면 상황에서 매력적임, 장기 관계의 연구는 더 필요함
개인의 고정된 특징이 아니며 경험에 의하여 바뀔 수 있음
상태냐, 기질이냐의 어느 한 쪽에 편중되어 나타나지 않음
부모와 자녀의 마크 테스트를 비교하였으나, 표현형으로서의 안정성(phenotypically stable)을 보여주지 못함
(일정한 온도, 습도, 빛의 조건 등을 유지하면서 특정 식물 종이 일정한 크기와 색깔, 잎의 형태 등을 보이면 그 식물은 '표현형적으로 안정적(phenotypically stable)')
하이마크의 부모를 둔 로마크 자녀와의 유의미한 상관성
이타성과 공감능력은 유전적 특성을 가진다는 연구가 있으나, 마키아벨리언이즘은 환경의 영향이라는 결론이 가능
1. 그룹과 마키아벨리언이즘
- 이중기준: 그룹내에서는 로마크(협력자)가 성과에 유리, 그룹간에는 하이마크가 상대를 이기는데 유리
- 2명 상황: 하이-로 믹스가 하이-하이, 로-로 보다 낮은 성과
2. 유전적 가족관계
- 가족과 친구에게는 다른 그룹에 대하여 보다 덜 조작적, 친구와 가족 간의 차이는 없음
- 장기적 관계에서 로마크 유리의 시사점
3. 나이
- 자살을 극도의 조작이라고 볼 때, 청소년기 후반까지 마키아벨리언이즘이 증가하고 그 이후부터는 낮아짐
4 성별
- 논란이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남성이 더 마키아벨리임
- 여성의 양육적 특성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 여성도 상당한 조작자
- 남성-남성 관계는 비교적 단기적, 여성-여성 관계는 보다 장기적, 특히 가족 관계에서 더 두드러짐
- 남성들은 여성을 내놓고 조작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종종 폭력이나 폭력의 위협으로 나타남. 반면 여성들은 속임수를 포함한 더 미묘한 방법으로 남성을 조작(Men are more likely to openly manipulate women, often with violence or threat of violence, whereas women may manipulate men in more subtle ways that include deception.)
4 성별내의 다양한 전략
- 남성성이 요구되는 관계에서는 여성도 마키아벨리적임 - 임원에서는 성별차가 없음, 오히려 더 하이마크
- 위계 조직에서 남성은 더 복종적임
- 맥락적 민감성이 높다는 점이 중요
1.
과학이라는 것이 고작 이론을 통해 검증해볼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그 이론을 검증하고 수정해가는 것이다. 그 동안 연구 결과를 검토해보니 마키아벨리언이즘은 이 점에 매우 부족해 보인다. 그렇게 된 이유는 이론을 제시하는 연구자(예, 진화생물학자)와 실험을 시도하는 연구자(예, 성격 또는 사회심리학자) 사이에 소통이 부족한 때문이 아닌가 싶다.
타자를 조작하는 능력을 항상 적응적인 것이라고 취급하고, 인간 지능 진화의 일차적인 힘이라고 본다. 그렇다 보니, 조작이라는 것이 진화하는 모든 것이라는 의미와 같아지는 동어 반복이 되고 만다.
(흥미로운 참고 개념: 어떤 전략이 보편화되는 3가지 경로는 유전적 진화, 문화적 변화, 개인적 학습)
전통적 개념의 마키아벨리언이즘으로 보면, 이는 실제로 성공적이고 지능과 높은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지지하고 있는 심리학적 연구결과는 없다. 따라서 마키아벨리언이즘을 단지 조작적이라는 일차원적인 개념 정의를 하는 것을 부적절해 보이고, 이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2.
마키아벨리언 성향이 있을 때의 장점들은 명확하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받는 보복이나 회피 같은 비용들 때문에 항상 우세한 전략은 아니다. 실제로 심리학 문헌은 마키아벨리언 성향이 항상 사회적으로 성공적이라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
3.
진화생물학, 성격심리학, 사회심리학, 게임이론 등 각자 각각의 영역에서 연구를 하다보니,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복잡한 사회 전략을 설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를 통합할 수 연구와 제대로된 이론이 필요하다.
약삭빠르고, 기회주의적이고, 상대방을 속이고, 배신하는 행동은 틀림없이 단기적인 이익을 가져다 준다. 삶이 짧은 기간의 사회 관계를 연속적으로 바꾸어 가는 것에 불과하다고 파악한 사람이라면 마키아벨리언이즘은 좋은 성과를 내는 방법이 될 것이다.
40을 넘기면 얼굴에 책임지고, 50을 넘기면 평판으로 먹고산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전략적 선택이 하나는 얼굴에 나타나고, 다른 하나는 사회관계의 기억 속에 나타난다는 의미일 것이다.
살아가기 위한 타인의 전략에 함부로 옳고 그름을 말할 수 없지만, 스스로 오래 살기를 원한다면 장기 전략이 더 필요하고, 장기 전략은 대체로 타인의 유익함도 살피는 것을 포함한다.
이 내용은 직지심공에서도 재미있게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www.podbbang.com/channels/14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