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자신의 경험 안에서 옳은 것을 찾는다. 그 경험은 함정이 된다.
조직문화의 개선을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조직문화 담당자에게 CEO는 가장 중요한 지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그 반대인 경우가 많는 점이다.
수평적 조직문화의 핵심은 의사결정에 대한 영향력이 수평화 되는 것이다. 이러한 수평적 조직문화에 대한 기대는 위 보다는 아래에서 더 높다. 일방적이고, 이해안되는 일을 지시받아 억지로 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이 아래에서 즐겁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배운 것을 활용하고, 알고 있는 것을 조직에서 써 먹고 싶은 마음 역시 수평적 조직문화에 거는 기대이다. 그 것은 일하는 보람과 자아실현의 통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일을 조직에서 실현하기란 쉽지 않다. 그 것이 쉽다면 아마도 이미 수평적 조직일 것이다. 조직이 좀 더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여러 요인들이 눈에 띄는데 이를 바꾸어 보자고 하는 일은 여간해서 상사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
"우리 사장님은 자신이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함정에 빠진 우리 사장님을 구해 주세요."
"도대체 제말을 들으려 하지 않아요."
조직개발의 가장 중요한 주체도, 걸림돌도 CEO다. 또는 그 위의 오너다.
현재의 조직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이므로 스스로 조직을 달리 바꾸는 것은 자기 부정과 같아서 어렵다.
지금까지 옳다고 생각하여 지금의 방식과 조직문화를 만들었고, CEO의 지위에 오른 사람이라면 성공의 경험이 있으니 그 성공의 방법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것은 언제든 함정과 도그마가 될 수 있다. 빠져들면 쉽게 나오기 어렵다. 그리하여 많은 구성원의 하소연을 만들어낸다.
환경은 변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도 달라진다. 그래서 과거의 성공 경험이 지금까지 옳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하게 입증된 방법이 없는 데다 개념마저 낯선 조직개발을 하자고 하면 아무리 혁신적인 CEO라도 방어적이고 주저하게 된다.
게다가 부하직원으로부터 제안된 어떤 방식이나 조언을 듣는다는 것은 자신의 권위를 손상받는 느낌마저 든다. 이는 보통 내공을 지닌 CEO가 아니라면 정서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된다.
이러한 사정은 조직의 관성이 되어 지금까지 하던 방식을 크게 벗어나기 어렵게 만든다. 조직문화란 조직에 베어 있는 것이므로 본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을 품고 있다. 그 관성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특성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조직문화가 관성이 있다고 하여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를 주행하는 것도 관성의 지배를 받지만 앞으로도 뒤로도 옆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갈 수 있다. 다만 의지와 기술이 필요하다. 바로 CEO를 다루는 기술이다.
조직개발은 전사적인 시도이기 때문에 CEO의 지지와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어떤 방법으로든 CEO의 의지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변화를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강요된 변화를 원하지 않고, 더 나빠지는 변화를 싫어할 뿐이다. CEO 역시 마찬가지다.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에 확신이 생긴다면 그가 성공의 함정에 머물러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핵심은 새로운 방식이 더 효과적임을 믿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과거의 성공 신념을 버리고 새로운 성공 신념으로 교체하도록 돕는 것이다.
비법 1. CEO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기다린다.
자기인식(self-awareness)가 높은 CEO라면 독서, 자문, 성찰 등을 통하여 스스로 자신의 함정에서 빠져 나올 것이다.
비법 2. 꾸준히 넛징한다.
관련된 책을 곁에 둔다. 관련된 보도, 기사나 잡지를 제시한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이룬 기업과 접촉할 기회를 만든다. 관련 모임이나 컨퍼런스에 함께 참여한다.
비법 3. CEO를 긍정적으로 보면서 대화(no lecturing)한다.
CEO의 업적과 시도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특히 잘 하려고 하는 것임을 인정한다. 그런다음 더 좋은 방법이 존재할 수 있다는 암시를 제시한다. 이 때 가르치듯 하면 효과가 없다. 대화의 상대가 되어야 한다.
비법 4. 권위 하락에 대한 CEO의 두려움을 제거해준다.
지금까지 잘못했으니 앞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인식하면 CEO는 변화를 거부한다. 지금까지 잘 한 것이고 조직문화의 개선이 훌륭한 CEO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비법 5. 전문가를 만나게 한다.
CEO가 인정할 만한 전문가를 만나도록 주선한다. 부하직원의 조언을 듣기는 쉽지 않다. 권위있는 컨설턴트의 조언에는 귀기울이기 쉽다.
비법 6. 스스로 작은 조직문화 변화의 성공 사례를 만든다.
성공보다 높은 권위는 없다. 일부라도 스스로 조직 변화의 성공을 만들면 CEO가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물어왔을 때 조리있게 대답하면 부하직원이더라도 권위를 가지게 된다.
비법 7. 포기하고 마음 편하게 지낸다.
위 여섯 가지 모두 쉬운 일이 아니다. 도저히 실현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조직변화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속편하게 지내면 된다. 속이 편하지 않다면 기대를 버린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