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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Jul 15. 2022

[Day11] 457 단상 in London

한국에서 날아온 강의평가

2022.07.10

오늘은 영국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지만 좀 자랑해보고 싶어서 쓰는 글.


3  폭풍 같은 촬영 알바가 끝나고 간만에 찾아온 여유. 빨래나 청소 따위의 미뤄일들을 했는데, 그중에  1분이면 확인할  지만 겁나서 미뤄뒀던 이 하나 있었다.


바로...지난 학기 내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강.의.평.가.


작년부터 나는 방송국 탈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강의를 해왔다. (당연히 회사에 허락 받고). 2021 강의는 코시국 덕에 100% 비대면 강의로 진행는데, 올해 반대로 거의 100% 대면 강의라 매주 학생들을 마주하며 강의를 해왔더랬다.


솔직히 강의평가를 열어보기 싶지 않았다. 지난 중간평가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은근 상처 크게 받음). 하지만 언제까지 피할 수도 없기에 나는 마음에 상처가 나도 충분히 혼자 회복할 시간이 되는 오늘 그것을 마주하기로 한다. 그리고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한 따뜻한 피드백에 런던에서 눈물이  뻔했지 뭐람.


나는  강의가 좋은 평가를 받을 수가 없다고 생각했다. 강의 자체가 학생들의 실습물을 피드백해주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학생들에게 상처를 주는 메커니즘이다.


말이 좋아 강의지 결국 회사에서 후배 조연출들에게 해온 꼰대 짓거리를 조금 아카데믹한 언어로 포장해서 전하는 일에 불과했다. 딴에 나름 생각하길, "잘했다", "고생했다" 따위의 피드백이 학생들에게 크게 도움도 안 될  아 더 독하게 한 것도 있고.


이리 좋은 강의평가를 받고 나니 새삼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일은  보람찬 이란 생각이 든. PD 생활 10년 동안 그토록 화면 너머로 전하고자 했던 나의 진심이 누군가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한 학기의 강의에서 처음으로 남에게 진심을 전달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제일 눈물이  뻔한 포인트다.


그래. 이제는 각자     사이들이지만  학기라는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진심을 나눴다.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진심으로 그대들의 앞길에 꽃밭만 깔리길 기원하겠다.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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