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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망친 곳의 낙원 Jul 16. 2022

[Day12] 457 단상 in London

런던의 분리수거에 대해 

2022.07.12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와이프는 북극곰 다큐멘터리에 엄청난 감명을 받은 이후 분리수거에 목숨을 건다. 북극의 얼음이 녹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물론 그녀의 소유물인 나 역시 분리수거를 엄격히 한다.(해야만 한다). 처음엔 귀찮았는데 이제 나도 분리수거를 안 하면 마음이 좀 불편하다. 정말로 나의 이기심 때문에 북극의 얼음이 녹을 것만 같은 느낌. 


그런데 런던에 와서 생활해보니 그 모든 것이 너무나도 개뻘짓이었다는 느낌이다. 이러니 작은 나라 한국의 노력과 상관없이 지구가 계속 병들어 갔던 것...


일단 런던의 쓰레기 수거 시스템 자체가 굉장히 느슨하다. 마트에 가면 우리나라 종량제 봉투같은 Bin Bag을 판매하긴 한다. 원칙적으로라면 종류별 Bin Bag에 일반쓰레기와 음식물, 플라스틱 등을 분리배출하게 되어있지만 "그 누구도" 그짓거리를 하지 않는다. 그냥 일반쓰레기 Bin Bag 봉다리에 모든 쓰레기를 우겨담아 아파트 앞 쓰레기통에 넣으면 정기적으로 청소업체가 수거해간다. 


일주일 동안은, 그래도 습관이라는 게 있어 최대한 분리수거를 해보려 했지만 분리수거 자체가 너무너무 불편하게 되어있다. 일단 분리수거용 쓰레기통 자체를 찾기가 힘들다. 힘들게 분리해 담아도 결국 내놓을 곳이 없어 일반쓰레기와 함께 배출해야한다. 결국 자연스레 분리수거를 바로 포기하게 된다. 분리수거를 하는 사람이 더 븅신이 되는 희한한 시스템 아래에서 양심 따위로는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다. 


얼마 전 미국에서 사촌동생이 런던에 놀러왔는데 듣자하니 미국도 사정이 비슷한 모양. 인도나 중국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유럽+중국+인도 하면 대충 지구 인구의 절반 이상은 나올텐데, 걔들이 마구잡이로 버리는데 고작 한국이 열심히 분리수거한다고 환경이 좋아질 턱이 없다.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1년 정도 남았다고 했던가? 너무 슬픈 이야기지만, 여기서 보고 느낀 감상으론 인류의 이 미친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는 방법 없는 것 같다. 


아직 한국에 있는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그래도 그녀는 분리수거를 하겠단다. 그렇다고 분리수거를 안하는 건 합리화에 불과하다며..도대체 정답은 어디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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