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아름다운 순간

by 이상역

삶이란 지나고 나면 아름답고 돌아보면 돌아볼수록 좋은 추억으로 승화한다. 삶은 기쁨과 슬픔, 고독과 외로움, 밝음과 어두움이 서로 공존하며 풍성하게 살을 찌운다.


뒤늦은 나이에 지난날을 되돌아보니 아름답게 다가오지 않는 순간이 없다. 누군가는 지지리 가난하고 고달프고 슬픔을 견뎌야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고 말한다.


지나간 삶을 이제와 다시 겪으며 살아갈 수는 없지만, 사람은 시간에 살고 시간을 타고 사라지는 존재가 아닐까. 지금까지 시간 속에 묻어둔 것이 더 많고 세상에 드러낸 이야기는 미미하다.


삶이란 연약한 뿌리에 의지해 과거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시간에 쫓기면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은 켜켜이 쌓여 나이를 형성하고 존재의 부피를 늘리면서 고독한 영혼을 만든다.


자신의 영혼을 푸르고 성성하게 하는 것은 많은 것을 겪고 나서다.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생각하면 갈 길이 멀고 그 길에도 삶의 비바람과 폭풍우가 기다릴 것이다.


바다를 이루는 바닷물은 파랗게 존재하지만, 삶이란 바다에는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그런 삶의 영혼을 아름답게 빛내주는 것은 그 사람이 살아온 삶의 체적을 글이란 도구를 통해 드러내는 것이다.


그동안 삶의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 시절에는 학교에 늦지 않기 위해 무거운 가방을 들고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대학이란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한 수많은 시간과 공직이란 직업을 구하기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현재라는 막차에 매달려 하루살이처럼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하며 살아가는 신세가 되었다. 삶에서 학교나 직업은 늘 막차처럼 다가왔고 뒤늦게 막차를 탄 직장은 후회와 번민이 생기면서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시간에 애를 태웠다.


공직이란 직업에 좀 늦게 탑승했으니 오래도록 남아 있고 싶다. 하지만 세월은 그냥 놔두지를 않는다. 오히려 현재의 자리에서 더 일찍 내려가야 할지도 모른다.


특별한 재주와 재능도 없이 살아온 삶을 돌아보니 참으로 덧없다는 생각이 든다. 따지고 보면 하루하루 산다는 일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이기도 하다.


청춘 시절에는 구속 없는 자유를 갈망하고, 무언가를 채워줄 대상을 찾아 욕망만을 앞세우며 살아왔다. 세월은 바람 같고 인생은 파도와 같다.


세월 앞에 이기는 장사가 없듯이 파도 앞에 버티는 인생도 없다. 아직도 인생이란 무대에 서면 아무것도 보이 지를 않고 막막한 사막에 선 기분이다.


남들은 나이가 들면 미래가 조금씩 보인다는데 나는 아직도 거대한 벽이 턱 하고 막아선 느낌이다. 그렇다고 새삼 무언가를 할 수 있는 힘도 없고 그럴만한 용기도 능력도 없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는 자신의 소설을 위해 영혼과 인생을 바쳤다. 작품 하나 그림 하나 사진 하나를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은 자신을 초월한 삶이다.


사람이 초월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순간순간 밀려오는 고독과 외로움과 자신의 내면적인 세계와 사투를 벌이는 것이다. 초월적인 삶에 맞선 사람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보이지 않는 것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살아가야 한다.


그런 삶에는 철저한 자기 학대와 자신을 버리는 방식만이 존재한다. 최명희도 자신에 대하여 냉혹하리만큼 철저한 삶을 살다가 마지막에 ‘한 세상 잘 살다 갑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났다.


지금에 와서 무엇을 위해 살아왔을까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것도 없고 남은 것도 없다. 뒤늦게나마 글을 쓰는 일에 목숨이라도 걸어야 할까 아니면 아이들이 풍족한 삶을 누리는 것에 목숨을 걸어야 할까.


어떤 삶을 살다 가야 한평생 잘 살다 간다는 말을 남길 수 있을까. 지금의 심정은 무언가 하나의 대상이라도 정해 놓고 그것에 빠져보고 싶고 미쳐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지금처럼 아이들을 위해 남기는 글이나마 생애에 대한 업적으로 남길 수 있으면 다행이다.


지금까지 삶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 두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그것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운명 앞에 아내의 힘을 빌려 새로운 생명을 세상에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아쉬운 것은 현재 남길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시골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면 남길 것이 많을 것도 같은데 아무것도 없고 세월에 지쳐가는 초라한 육신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세상이란 무대는 온전한 마음으로 열정을 다해야 열린다. 하지만 일상의 늘어짐과 옥죄임이 올가미로 작용하여 덫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말은 많다.


무엇보다 사상은 넓고 사고는 깊게 그리고 많은 것을 접하고 경험하며 살아갈 것을 부탁드린다. 더불어 우리나라가 아닌 세상을 누비며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넓은 마음과 사상을 갖고 열정을 다해 살아가기를 바란다.


사람은 사상은 넓고 사고는 깊게 생각해야 여유와 사고가 열린다. 극단적인 이데올로기나 민족이란 국수주의에 빠져서도 안 된다. 그리고 여자라는 체념의 굴레에 젖어 자신이 갖춘 능력을 펼치지 못하는 불행한 일이 없기를 바란다.

삶을 살아가면서 언제나 당당하고 자신이 하는 일에 자신감과 자긍심을 갖고 살아가 줄 것을 당부드린다.


인생은 잘 살아도 후회 못 살아도 후회한다. 삶은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는 것이지만 늘 후회와 번민이 교차할 수밖에 없다. 그저 많은 것을 겪고 고뇌하고 성찰하면서 살아가 줄 것을 부탁드린다.


이 글을 쓰면서 아이들이 살아갈 방향을 추측해보면 큰아이는 활달한 성격에 다방면의 재주가 있으니 종합적인 사고가 필요한 전문적인 일에 종사할 것 같다.


그리고 작은 아이는 자신의 내면을 잘 들여다볼 수 있으므로 작가나 아니면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에 종사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스스로 제 갈 길을 알아서 잘 찾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삶은 아지랑이처럼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되 생명을 고고하고 아름답게 살찌우고 가꾸는 것에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자신의 건강을 잃는 것은 일시적이지만 마음을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다. 학창 시절이 중요한 것은 성인으로 자라기 위한 신체의 건강과 정신의 강건함을 배우는 과정이다.


지금이란 현재의 순간은 절대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눈앞에 다가오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 줄 것을 간곡하게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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