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필집 퇴고

by 이상역

공로연수 기간에 직장에 다니며 틈틈이 써 놓은 글 가운데 봄과 관련한 글제를 장소별로 분류해서 묶어 보았다. 글제를 묶고 긴 고민 끝에 제목을 『세종청사에서 맞이한 이순의 봄』으로 정했다.


책의 표제를 정하고 퇴고를 거쳐 ‘문학의 봄’에 출간을 의뢰했다. 지금까지는 출판사에 책 출간을 의뢰하면 책이 곧바로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출간할 책의 교정판을 교정하는 작업은 상상 이상의 고통과 고충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수필집 교정은 퇴고를 넘어 그 이상의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수필집 교정판을 수차례 읽으며 교정하는 작업은 글쓰기와는 또 다른 일이었다. 교정 작업을 몇 번 하고 나자 몸에서 진이 쏙 빠져나갔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교정판의 교정 작업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집중해서 퇴고를 끝내야 한다. 수필은 글을 쓸 때와 읽을 때의 느낌과 생각이 수시로 달라진다.


따라서 교정판의 교정 작업은 새로운 글쓰기나 마찬가지다. 교정 작업은 단순한 퇴고가 아니라 글의 전반적인 내용과 주제와 소재 그리고 문맥과 문장의 흐름이나 단어의 쓰임이나 동사를 제대로 표현했는가를 다시 들여다보는 일이다.


누군가는 책을 한 권도 출간해보지 않은 사람과 대화도 나누지 말라고 한다. 물론 책을 출간했다고 인생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출간하는 작업은 삶에서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본인이 쓴 글을 책으로 묶고 출간을 위해 교정하는 작업은 아무나 할 수도 겪어볼 수도 없는 체험이다. 수필집의 교정은 단어의 토씨뿐만 아니라 문장이나 단락 구분 등이 잘 되어 있는지 글제마다 여러 차례 읽어가며 작업을 해야 한다.


문자와 활자는 태어나는 배경이 다르다. 문자는 태어나서 수시로 달라지는 운명을 맞이하지만, 활자는 태어나는 순간 고정된 숙명을 갖고 태어난다. 문자가 성장하는 단어라면 활자는 성장을 멈춘 기호다.


그리고 문자는 퇴고와 교정과 인쇄를 거쳐 활자로 거듭 태어난다. 문자는 활자가 누리는 세상을 알지 못하지만, 활자 또한 문자의 생성과정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출판사가 보내준 교정판을 교정 작업할 때마다 일주일이 걸렸다. 나는 유명한 작가가 아니다. 유명한 작가는 출판사에서 교정작업을 해주는데 유명하지 않은 작가는 자신이 교정 작업을 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사회의 현실이고 환경이다. 이른 새벽이나 혹은 밤늦도록 교정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교정판에 대한 교정을 몇 번 하고 나서 언론사 편집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글의 토씨와 문장의 흐름과 도입과 마무리 부분을 읽어가며 교정하는 작업은 성격이 꼼꼼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출간된 책에서 단어나 마침표나 쉼표 하나 틀린 것이 눈에 띄면 마음이 찜찜하다.


책의 출간을 위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교정하는 작업은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영역으로 느껴졌다. 작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글자가 잘못 나올 때다. 글은 작가의 얼굴이다.


사람의 얼굴에 티가 묻으면 전체적인 인상이 흐려지듯이 출간된 책에서 글자가 한자라도 잘못 나오면 작가는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입는다. 그만큼 출간을 위한 작업은 꼼꼼해야 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작업이다.


교정판의 교정은 하나의 글제를 수없이 읽고 또 읽어야 한다. 눈으로도 읽고 마음으로도 읽고 소리 내어 읽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단어와 문장과 문맥의 흐름을 파악하면서 틀린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야 한다.


문맥과 문맥이 매끄럽지 않으면 앞 문장과 뒤 문장을 읽어 연결 고리를 찾는 교정 작업은 작문에 대한 솜씨가 없으면 할 수가 없다. 또한 단어의 활용이 좋지 않아 문장을 살리기 위해 단어를 찾는 작업도 만만치가 않다.


며칠 전에 출판사에서 보내준 교정판의 교정 작업을 끝내고 마침내 교정판을 출판사에 넘겼다. 책을 출판하는 작업도 일정이 있고 교정판의 교정도 무한 반복해서 할 수는 없다.


이제는 출간된 책에서 틀린 글자나 단어나 문맥이 맞지 않는 문장이 나와도 수정할 수 없다. 그저 출간된 책을 있는 그대로 읽을 수밖에 없다.


교정 작업을 본인이 했으니 그에 대한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한다. 가끔 다른 사람의 수필집을 읽으면서 글자가 틀리거나 문장이 잘못된 것을 읽곤 했다.


그럴 때는 글을 쓴 작가의 이름을 다시 살펴보고 글의 완성도를 살펴보게 된다. 이제는 내가 그런 신세가 되었다. 최종 교정판을 보냈으니 수필집에서 틀린 단어나 문맥이 맞지 않는 문장이 나와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책 출간에 따른 주사위는 던져졌다. 활의 시위를 떠난 화살을 되돌릴 수 없듯이 출판사로 보낸 교정판도 되돌릴 수가 없다. 어떠한 결과물이 나오던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숙명이다.


책의 겉표지가 좋은 것보다 글이 좋다는 공감대나 얻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전업 작가가 아니라서 글솜씨는 서툴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다.


첫 수필집에서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출간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수필집이 출간되면 하늘을 나는 갈매기처럼 날개를 달고 멀리까지 날아가서 따뜻한 봄소식을 전하는 밀알의 전도사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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