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당신은 유산으로 무엇을 남기겠습니까?”라고 물어온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사람들은 유산하면 대개 동산이나 부동산을 떠올린다.
부모가 소유한 것 중 자식에게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는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 유산에는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에 어떤 것이 더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을까.
물론 자식에게 물질적인 유산을 많이 물려주면 고생은 덜할 것이다. 하지만 물질적인 유산도 자신의 정성과 땀과 혼이 깃들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사용법이 달라진다.
그간 직장에 다니며 나름 열심히 살아왔지만, 돌아보니 재산을 많이 모으지도 못하고, 사회적 지위도 높지 못해 자식에게 물려줄 재산이나 넘겨줄 자리가 없다.
그저 남은 것이라곤 아내와 남부여대하며 근근이 마련한 아파트가 전부다. 그나마 아파트도 공동명의로 되어 있어 걱정이다.
자식이 둘이라 아파트를 반으로 나누어 줄 수도 없고, 나와 아내가 없는 뒤에나 물려줄 수밖에 없다. 자손에게 물질이 아닌 자신의 영혼인 담긴 것을 물려주면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의 영혼이 담긴 것은 비록 가치는 없을지 몰라도 내일의 가치는 헤아릴 수 없고 대대손손 물려줄 수도 있다.
자손에게 물려줄 유산은 아주 작은 것부터 생각해 보자. 일기장이나 자서전이나 수필집 하나라도 그 속에 자신이 살아오면서 추구했던 치열한 삶의 정신을 담아 전하는 것은 어떨까.
그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유산이 아닐까.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정지용 하면 ‘향수’, 박경리 하면 『토지』, 피천득 하면 ‘인연’이 떠오른다.
맑은 영혼에는 영속성이 흐른다. 그만큼 물질적인 것은 세상에 체류하는 시간이 짧고, 정신적인 것은 한 세대를 넘어 면면히 후손에게 흘러간다.
혹여 자손에게 물려준 정신적인 유산이 세상에 널리 알려져 빛이라도 본다면 본인뿐만 아니라 자손에게도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다.
‘압록강은 흐른다’라는 자전소설을 쓴 이미륵은 구한말에 독립운동에 참가한 이유로 숨어 지내다 압록강을 건너갔다.
그리고 중국의 상해에서 체류하다 배를 타고 독일로 가서 십여 년에 걸쳐 자신이 살아온 삶을 자전소설로 써서 남겼다.
그 소설이 독일에서 발표되면서 한국을 최초로 알리는 소중한 자료가 되었다고 한다. 유산은 살아생전에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유산은 죽는 순간에 남기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틈틈이 남기는 것이다. 삶을 마감하는 순간에는 물질적인 것밖에 남지를 않는다.
그것은 자손에게 남기는 참된 유산이 아니라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법률로 강제된 상속일 뿐이다.
나는 자손에게 영혼이 깃든 정신적인 것을 써서 남겨주고 싶다. 그것을 통해 자손이 나를 만나고 영혼과 소통하면서 삶의 위안을 받았으면 해서다.
지금부터라도 지나온 삶의 흔적을 하나하나 더듬어 써서 삶의 소풍이 끝나기 전에 이것이 나의 유산이라며 자랑스럽게 내어 놓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