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이다. 아침 식사를 하고 모처럼 가족이 거실에 앉아 결혼식 비디오를 시청했다. 비디오 화면이 켜지자 머릿속엔 결혼하고 지나온 시간이 주마등처럼 시야를 아른거린다.
결혼식에 왔다 간 사람을 일일이 눈으로 헤아리며 내 손님인지 아내의 손님인지를 따져가며 얼굴을 바라본다. 결혼식 비디오 화면에 시선이 집중되자 머릿속은 저절로 그 순간 속으로 빠져든다.
결혼식을 치르기 위해 꾸며 입은 옷은 왠지 모르게 촌스러워 보이고, 아내와 나의 얼굴은 무슨 불만이 많은 사람처럼 웃지도 못한 채 잔뜩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신부가 신랑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신랑이 신부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둘의 표정에는 왠지 모르게 딱딱하고 어색하고 긴장된 모습이 엿보인다.
신랑과 신부 앞에서 주례를 보던 대학 교수님의 얼굴이 보이고, 결혼식을 촬영하는 비디오 기사의 뜨거운 시선이 느껴지고, 주례사와 눈을 맞춰가며 사회를 보는 친구와 양쪽 집안 친척의 얼굴들이 정겹게 시야로 들어온다.
결혼은 낯선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낯선 세상을 열어가는 첫걸음이다. 그 첫걸음이 어설프다 보니 결혼식의 모든 것이 서툴러 보이고, 신랑과 신부의 행동에도 서투름만 배어 나온다.
결혼식을 멋있게 잘한 사람도 있겠지만 나와 아내는 세상 누구보다 어설프고 서투른 것 같다. 결혼식 비디오에 나오는 사람 중에는 이미 우리와 이별하고 다른 세상으로 건너간 분의 얼굴도 있다.
그리고 어린아이로 비디오에 찍힌 조카가 어른이 되어 작은아버지라는 호칭이 그때의 삼촌을 대신한다. 지금 다시 결혼식을 치르면 예전보다 더 멋지게 연출할 수 있을까?
아내는 결혼식 비디오만 틀면 창피하다며 비디오를 끄라고 재촉한다. 십수 년 전에 했던 일이 마치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태연하게 벌어지는 모습이 신비스럽다.
결혼식은 서투르게 했어도 인생은 서투르게 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서투른 결혼식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결혼할 때 아련하고 설레었던 감정도 생활 속에 녹아들면서 그저 그런 무덤덤한 나날의 연속이다.
아이들도 비디오를 바라보며 “왜! 우리는 화면 속에 없느냐?”라는 투정을 부리지도 않는다. 그 질문을 하던 아이들이 비디오 속에 왜 자신이 없는지를 이해할만한 나이가 되었다.
벌써 세월이 그렇게 많이 흘러갔나. 눈앞에선 아직도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결혼식 비디오가 태연하게 돌아간다. 몸과 마음은 십수 년을 뛰어넘어 지금이란 시간에 존재하고 있는데 지나온 과거의 시간과 오늘이란 현재의 시간이 혼합되자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삶에는 연습이 없다고. 삶은 그날그날 연습 없는 실수가 쌓여 이루어진 결과라고. 마치 그런 삶의 현장을 증명이라도 하듯 결혼식이 끝나고 신랑 신부가 행진하기 위해 내딛는 첫걸음의 실수가 고스란히 비디오에 담겨 있다.
결혼식 사진을 함께 찍은 친구들도 몇 명은 세상을 떠나갔다. 삶은 진정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 모르겠다. 사람이 태어날 때는 순서대로 태어나는데 세상을 떠나갈 때는 순서 없이 하늘이 부르는 대로 떠나간다.
현재의 삶을 비디오로 촬영해 놓고 훗날에 다시 틀어보면 어떤 마음이 들까? 비디오로 삶을 촬영해 두면 서투른 삶이 좀 나아질까. 그러면 더 완벽하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내 결혼식 비디오는 아무리 반복해서 틀어봐도 서투름 뿐이다. 그때 왜 좀 신경을 써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멋지게 연출하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만 가득해진다.
오늘이란 하루도 서투름과 불만족의 연속이다. 마치 십수 년 전에 찍었던 결혼식 비디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