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섬의 퀸스타운

by 이상역

뉴질랜드 국내선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일행과 가이드의 안내로 남섬의 퀀스타운 시내로 가는 중이다.


남섬의 가이드도 북섬의 가이드처럼 퀸스타운 시내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서울가든’으로 일행을 안내한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가이드가 관광객을 데려가면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것인지 한국 식당만 찾아간다.


한국에서 뉴질랜드를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아지자 뉴질랜드 곳곳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들어섰다고 가이드가 설명해 준다.


생애 처음 외국에 왔는데 그 나라의 음식을 먹어가며 맛과 멋을 즐기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텐데. 여행에 상술이란 경제가 슬그머니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외국 음식에 대한 문화를 체험하지 못하게 막아선다.


가이드가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상점만 찾아다니며 안내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뉴질랜드 남섬에 왔으면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가서 낯선 음식을 맛보게 하면 좋으련만.


무슨 연유와 곡절이 개입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가이드가 안내하는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뉴질랜드 남섬은 지구상에서 남극에 가장 가까운 곳 중에 하나다.


이곳을 대표하는 음식이나 역사나 문화 등이 많을 텐데. 해외여행을 와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가이드의 수입이 보장되는 상품과 먹을거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섬의 퀸스타운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와카티푸 호숫가를 달리는 버스에서 시내를 바라보자 마을과 집들이 아담하게 들어온다. 그리 높지 않은 산 정상에 만년설을 하얗게 머리에 인 모습이 남섬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바라보인다.


북섬과 남섬의 차이는 남섬의 산이 북섬의 산보다 높고 험악한 점이다. 산의 색깔은 추워서 그런지 좀 누렇고 숲은 북섬보다 검게 보인다. 잔잔한 호수를 끼고 있는 리마커블산.


이 산을 배경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반지의 제왕’을 촬영하고, 우리나라 영화인 ‘실미도’와 ‘올드보이’와 ‘남극일기’도 이곳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남섬의 퀸스타운은 산봉우리마다 만년설과 연중 온화한 날씨로 국제적인 휴양도시다. 그리 높지 않은 산에 만년설을 바라볼 수 있고 원시림과 날씨가 좋아 전 세계에서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찾아온다고 한다.


가이드가 여행을 즐기는 방법에 대하여 설명한다. 마음에 여유를 갖고 뉴질랜드에서 생활하면서 한국과 생활방식이 다른 것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즐기란다.

버스는 남섬의 첫 여행지로 가와라우강의 다리 위에 설치된 번지점프대를 찾아갔다. 이 번지점프대는 세계에서 최초로 설치되었다고 한다. 일행 중 세 명이 가랑비를 맞아가며 새처럼 까마득한 강물을 향해 낙하했다.


1859년에 세워진 옛 나무다리를 철거하지 않고 관광자원으로 개발해서 번지점프대로 재활용하고 있다. 나무로 만든 목조다리가 14가닥의 쇠밧줄에 매달려 150년이 넘도록 버텨온 것이 신기하다.


유물이 된 역사적 다리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한 뉴질랜드인의 자원 재활용 능력과 솜씨가 돋보인다. 150달러를 지불하고 강물을 향해 번지점프대에서 뛰어내린 사람들.


그들은 무엇을 보기 위해 번지점프대에서 낙엽처럼 낙하한 것일까. 아마도 다리 아래로 뛰어내린 자만이 그 의미와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다.


가이드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여행을 즐기라는 말처럼 일행보다 먼저 버스에 올라와 의자에 앉아 주변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단체여행에서 홀로 즐기는 방식이 아닐까.


번지점프대 구경과 체험을 마친 일행이 한 명 두 명씩 버스에 올라오자 가이드가 인원을 체크하더니 기사에게 출발하란 신호를 보낸다. 버스가 다음 여행지를 향해 속도를 올리며 내달린다.


이곳은 화산지대라 그런지 산에 나무가 별로 없다. 하늘에서 보슬비가 내리면서 날씨가 쌀쌀해졌다. 하늘의 구름은 점점 검은색으로 변해간다.


비가 내리지 않아야 나머지 일정을 소화할 텐데. 비가 내리는 가운데 하늘을 가로질러 가는 구름을 바라보자 마음이 약간 불안해진다.


짧은 순간에 느끼는 번지점프의 매력처럼 관광지의 매력 또한 내가 찾아야 할 대상이다. 빗줄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굵어졌다. 하늘에서 아무리 세찬 빗물이 쏟아져도 여행을 떠나는 바람은 잠재울 수 없을 것이다.


뉴질랜드 남섬에서 자라는 미루나무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있다. 북반구에서 가을이란 계절의 낭만을 즐기다가 남반구의 따뜻한 봄을 맞아 떠나는 여정의 길.


여행의 진정한 맛은 홀로 낯선 곳을 찾아다니며 즐겨야 느낄 수 있는데 일행과 단체로 버스를 타고 떠도는 여행은 시간의 묶음과 행동의 통일성이 갖는 제약 때문에 행동하는데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간 한국에서 만나던 하늘과 남섬에 내려와 바라보는 하늘은 대동소이하다. 좀 다른 것이 있다면 계절이 다르고 피부에 다가오는 온도의 차이만 다를 뿐이다.


남섬의 도로 옆에는 하얀 껍질을 두른 자작나무가 눈에 들어오고 그 너머로 푸른 초원에는 골프장이 한가롭고 넉넉하게 끝없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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