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출가한 딸네 마실을 왔다. 둘이 맞벌이를 하고 있어 소독약을 뿌리는 날이 정해지면 미리 연락을 주면 가서 봐주겠노라고 약속했다.
딸네가 사는 아파트는 복도식이라 세대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 좌우 옆집과 아랫집과 윗집이 소독약을 뿌리고 딸네 집만 뿌리지 않으면 온갖 벌레들이 몰려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딸에게 소독약을 뿌린다는 공지가 뜨면 알려달라고 해서 아침부터 와서 소독약을 뿌리는 사람이 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딸네 집에 오기 전 관리사무소에 들러 소독약을 좀 일찍 뿌려달라고 부탁하자 열 시쯤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한다.
딸네집 탁자에 앉아 가져온 노트북을 열고 무언가를 끄적이는 중이다. 이곳은 생활 소음이 장난이 아니다. 단지 내에서 풀을 깎는 예초기의 비명 소리와 비행기가 날아가는 소리 그리고 오토바이가 달려가는 소리 등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오전이라 아파트 층간소음은 들리지 않지만, 꽤 오래된 건물이라 층간소음도 심하다. 딸을 출가시키고 처음 마실을 왔는데 이것저것 살펴보니 신혼살림을 꽤 들여놓은 것 같다.
아파트는 비좁은데 살림살이가 많아 여유로운 공간이 부족해 보인다. 딸은 아빠가 자기 집에 온다고 하자 거실과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싱크대도 깔끔하게 정리를 해 놓았다.
집이 단출하고 단아한 느낌이 든다. 살림살이가 많든 적든 그 집에서 풍기는 고유한 느낌은 그곳에 깃들어 사는 부부의 모습과도 같다.
노트북에 무언가를 끄적이는데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현관문에 다가가 문을 열자 소독약을 뿌리러 온 아주머니다. 그분에게 이런저런 사정을 이야기하고 소독약을 많이 뿌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화장실과 베란다의 빗물받이와 세탁기가 있는 곳에 소독약을 뿌리고 거실로 들어와 싱크대 물이 빠지는 곳에도 뿌려주었다.
작업을 끝낸 아주머니는 소독약은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뿌려주고 추가로 일차와 이차에 걸쳐 소독약을 뿌려주고 있으니 참고하란다.
딸네 집에 모처럼 마실을 왔는데 소독약을 뿌렸다고 냉큼 가기도 뭐해서 창문과 방문을 활짝 열고 환기를 시켜주고 가기로 했다. 오늘은 대기 중에 미세먼지가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환기가 필요해 보인다.
창문을 활짝 열고 놓고 거실에 앉아 무언가를 끄적이는데 생활 소음이 심하다. 아파트 단지 사이로 길이 나 있어 오토바이가 수시로 지나가고 옆집에서 수돗물을 틀고 잠그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이곳에 사는 사람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집중해서 하기에는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닌 것 같다. 딸은 결혼한 지 아홉 달이 되어간다.
지금쯤 결혼 생활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생활에 만족은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딸네도 이곳에서 살다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 가서 살았으면 하는 것이 소원이다.
서울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것이 내 집 마련이다. 언젠가 자신의 집을 마련해서 살아가는 날이 찾아오겠지만, 그전까지 둘이서 아옹다옹 살아가면서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다.
우리 집은 주변에 상가나 음식점이 별로 없는데 이곳은 건너편에 가락농수산물시장이 있어 상가나 음식점이 꽤 많다.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어 밖에 나가 잔치국수 한 그릇을 사 먹고 들어왔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음식점까지 걸어가는데 오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들어와 쓰던 글을 마무리 짓고 딸네 집을 대충 정리해 주고 가져온 짐을 챙겨 들고 현관문을 나섰다. 이다음에는 무슨 사연으로 딸네 집에 마실을 와서 지킴이를 하게 될까.
그날은 이번처럼 텅 빈 아파트가 아닌 외손자나 외손녀와 함께 즐겁게 지낼 수 있게 될까. 그런 내 마음의 바람과는 달리 딸은 눈을 찡그리며 “아빠!” 하고 지청구를 할 것만 같다.
노트북을 배낭에 넣어 어깨에 걸치고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젖히자 어디선가 ‘쏴아!’ 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다음에 딸네집 마실 올 때는 상큼하고 좋은 소식이 묻어오기를 기원하며 현관문을 걸어 잠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