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 여우길은 광교산 골짜기에 여우가 많이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전에 실제로 여우가 살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최근에 오솔길을 정비해서 여우길이란 팻말까지 세워 놓았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이 유명해지자 지자체마다 오솔길을 정비해서 이름을 붙여 사용하는 것이 유행이다. 제주의 올레길, 지리산의 둘레길, 송파의 둘레길처럼 광교산 여우길이란 명칭을 붙였다.
수원에 소재한 국토지리정보원에 인사발령을 받자 출퇴근이 문제다. 서울에서 수원은 교통체증이 심해서 대중교통인 지하철을 이용한다.
집에서 광교중앙역까지 전철을 이용하고 광교역에서 사무실까지 걸어오면 삼십 분 정도 걸린다. 출퇴근길에 광교산 여우길을 오고 가면 등산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몸에 땀이 솟는다.
세종에 근무할 때는 홀로 아침마다 산책을 즐겨왔다. 그러다 수원으로 자리를 옮겨오자 산책할 시간과 여유가 없어져서 차선책으로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서 산책 겸 걸어서 다니는 것이다.
아침에 신분당선 광교중앙역에서 내려 역사를 빠져나와 아파트 단지를 지나 언덕에 올라서면 광교산 여우길이다. 출근길에 여우길에 들어서면 산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피부에 와닿으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그리고 퇴근길에 사무실을 등지고 광교산 자락의 여우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 숨이 가빠지고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사무실과 지하철역 사이에는 광교산을 둘러싼 신도시와 호수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광교산 여우길은 높지도 않고 길을 정돈해 놓아서 구두를 신고 걸어갈 수 있다. 수원의 광교신도시도 세종시처럼 개발에 여념이 없다.
광교신도시 조성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파트나 상가 건물을 짓기 위해 ‘뚝딱뚝딱’ 쇠를 두드리거나 타워크레인이 움직이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아파트가 하늘 높이 치솟았는데 그 옆에 짓는 건물은 그것보다 더 높이 치솟고 있다. 사무실에 앉아 광교산 자락을 올려다보면 건물이 하늘 높이 치솟은 모습이 바라보인다.
우리나라는 아파트와 빌딩이 산을 바라보는 조망권을 막아 버렸다. 건축허가를 내줄 때 시내에서 산을 바라보는 조망은 최대한 확보하도록 경관을 고려해야 하는데 개발 논리에 밀려 조망은 여전히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지난 몇 년간 하루에 만 보 걷기를 해 왔는데 수원에 와서 그나마 유지할 수 있어 다행이다. 비록 출퇴근길에 걷는 것이 힘은 들지만, 광교산 여우길을 걸어온 지도 근 한 달이 되어간다.
수원에 처음 올라와서 주변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마음이 답답했었다. 이제 주변 지리에 익숙해지자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국토부나 지리원이나 처리하는 업무는 비슷하다. 지리원은 소속기관이라 정책업무보다 집행업무가 많은 곳이다. 그렇다고 걷는 시간을 빼앗길 만큼 업무가 바쁘지도 않다.
사무실은 광교산 자락이 빙 둘러싸고 있어 조용하고 아늑하다. 오늘도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여우길을 따라 전철역까지 걸어가야 한다.
겨울이라 낮의 길이가 짧아 퇴근 시간이면 어둑어둑해진다. 여우길 군데군데 가로등을 세워 놓아 걷기에 불편함은 없지만, 여우길을 걷다 보면 하루의 피곤함이 거친 들숨과 날숨 속으로 사라진다.
가끔 퇴근길에 여우길을 올라가 광교산 산등성이에 도착해서 호흡을 고르면서 하루를 돌아보곤 한다. 비록 소득 없는 하루지만 어스름한 여우길을 걷다 보면 그날의 고단함이 서서히 몸속으로 녹아든다.
차를 버리고 사무실에 출퇴근하기 위해 걸어가는 여우길은 몸의 건강과 하루를 맞이하고 보낸 나라는 자화상을 만나고 그리는 소망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