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속의 산책

by 이상역

청사에 근무하면서 종종 옥상에 올라가 산책을 한다. 청사의 옥상은 사람이 걸어 다닐 수 있도록 건물을 서로 연결 짓고 정원처럼 나무와 꽃 등을 심어 놓았다.


옥상 정원에 조성한 조경과 면적이 넓다는 것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2016년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 그리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청사 2동 옥상에 기념비까지 세웠다.


개인이라면 건물 옥상에 정원을 조성하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하겠지만, 정부에서 짓다 보니 옥상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친환경적으로 정원을 조성해 놓은 것이다. 청사에 안개가 자욱한 날에 옥상을 걸어가면 마치 구름 속을 걷는 것처럼 몽환적으로 다가온다.


청사 옥상정원의 규모와 이색적인 소재로 인해 세종시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었다. 국민이면 누구나 청사 옥상정원을 관람할 수 있다.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날짜를 정해주고 오전과 오후에 구경할 수 있다.


춘분이 다가오는 날에 직장 동료와 옥상에 올라가 산책을 했다. 옥상의 오솔길을 걸어가면 잔디와 나무와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근무하는 청사 6동에서 총리실 1동까지 거리는 약 1㎞다.


이 구간은 청사 이전을 상징하기 위해 첫 번째로 지었는데 옥상에 정원을 모범적으로 잘 조성해 놓았다.료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청사 6동에서 1동을 향해 걸어갔다.


옥상 정원에는 눈에 익숙한 나무와 꽃들도 많다.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가 청사 2동에 다다르자 산수유나무에 활짝 핀 노란 꽃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동료와 산수유나무에 다가가 핸드폰을 꺼내어 들고 사진을 몇 컷 찍었다.


노란 산수유꽃을 보게 되자 옥상에서 따뜻한 봄을 맞이한 기분이 든다. 잠시 꽃구경을 마치고 청사 주변을 한 바퀴 휘휘 둘러보자 세종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좌측에는 높지 않은 원수산이 바라보이고, 앞쪽과 우측에는 넓은 들녘과 금강과 금강 너머 아파트 숲 빌딩이 어우러진 도시가 바라보인다.


이곳에 내려와 근무한 지도 그럭저럭 여섯 해가 되어간다. 처음 내려오던 해는 모든 것이 낯설고 겨울이라 눈도 많이 내리고 날씨도 추워서 고생했다.


그러다 해가 갈수록 이곳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세종시도 과천처럼 편안해졌다. 청사 주변에 아파트와 상가 건물이 들어서고 아파트에 사람들이 입주하면서 도시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갔다.


세종에 정부청사가 내려오면서 도시를 새롭게 조성하다 보니 이웃인 대전이나 공주나 청주에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이주해 오고 있다. 도시를 새롭게 조성하면서 청사의 공무원이 내려와 살게 되면 교육환경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인근 도시의 젊은 부부들이 찾아오는 것 같다.


그로 인해 대전이나 청주나 공주에서 젊은 부부들이 세종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보려고 정책적으로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직장 동료와 산책하는데 산책을 나온 다른 직장 동료의 얼굴도 종종 보게 된다.


청사 옥상의 오솔길에서 낯익은 얼굴을 만날 때도 있고 낯선 얼굴을 만날 때도 있다. 마치 공원의 오솔길을 거닐면서 나그네를 만나는 기분이다.


넓은 벌판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에 가슴이 따뜻해지고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면 마음이 맑아진다. 청사 옥상에 산책로를 조성해 놓아서 직원들이 출퇴근이나 점심을 먹고 산책하는 명소가 되었다.


차가 다니는 도로는 소음과 신호로 걷기에 불편하지만, 청사 옥상에는 소음과 신호도 없고 한적하게 걸을 수 있어 좋다. 타 부처에 업무적인 일로 회의에 참석하러 갈 때는 옥상에 올라가 오솔길로 산책 삼아 걸어간다.


건물 내에는 장애물이 많아 걸어가기가 불편한데 옥상은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어 찾아가기가 수월하다. 동료와 산책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다시 출발점이 나온다.


따뜻한 봄날에 청사 옥상에서 삼십여 분 산책을 마치고 나자 기분이 상쾌하다. 동료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근무하는 층에서 내리면서 내일도 날씨가 좋으면 산책을 즐기자는 인사를 나누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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