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꿈을 향해

by 이상역

<중학교를 진학하는 막내딸에게 보낸 편지>


오늘 내리는 봄비가 너의 중학교 입학을 축하해 주는 것 같다. 네가 벌써 중학교에 입학하다니. 세월이 유수와 같이 빠르게만 흘러간다. 네가 태어난 날이 엊그제 같은데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기만 하다.


아빠가 중학교 입학식에 참석할 수 없어 편지로나마 입학을 축하해 주려고 펜을 들었다. 우리 막내는 유년 시절에 낮을 좀 가렸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새삼 그 시절이 아련하고 그리워진다.


어린이집에 너를 맡기러 가면 엄마나 아빠와 떨어지기가 싫어서 종일 엄마와 아빠를 기다리며 울었다는 이야기를 선생님에게 전해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렸다.


그러던 네가 벌써 중학생이 되었네. 시간이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말이 새삼 진리처럼 느껴진다. 중학교에 입학한 네 기분이 어떤지 궁금하구나.


너의 두 어깨가 조금은 무거워졌을까. 아빠는 네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펼치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한다. 그리고 오늘 편지나마 네게 전할 수 있어서 무척 기쁘다.


글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연결해주는 징검다리란다. 너도 하고 싶은 말이나 고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편지로 써서 엄마나 아빠에게 전해주기를 바란다.


아빠는 너를 위해 항상 마음을 열어 놓고 기다릴 것이다. 어떤 이야기도 좋으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해 주기를 바란다.


아빠가 너와 같은 시절에 고향에서 봄비를 맞아가며 학교에 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중학교에 가려고 시골에서 아침에 앞산을 넘어가 금암마을까지 가서 통학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다.


통학버스 한 대에 백 명 이상의 학생이 타고 잣고개를 넘어갈 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치이거나 짓눌려 매일 같이 우는 학생이 나오고 가끔은 사람의 쏠림으로 버스 유리창이 깨지기도 했단다.


버스가 문안산 잣고개를 오르거나 내려가거나 커브를 돌 때마다 사람들이 앞뒤나 옆으로 쏠리게 되는데 그때마다 고통으로 우는 학생이 나왔지.


당시 통학버스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너는 지금 집에서 중학교까지 걸어서 십 분도 안 걸릴 것이다. 당시 아빠는 중학교에 가는 것은 좋았지만, 만원 버스에 시달리며 통학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게다가 학교에 지각하지 않기 위해 무거운 가방을 들고 뛰어다녔고 선배들에게 교복 차림을 지적받지 않기 위해 옷매무새에 신경을 쓰고 다녔던 배움의 아스라한 추억이 떠오른다.


삶은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되지만 무언가를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때는 사실 슬프게만 다가온다. 아빠가 해주고 싶은 말은 네게 다가오는 시간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의미다.


그러니 한순간도 소홀함이 없이 충실하게 설계해서 중학교에 다니기 바란다. 중학교에 진학하면 배움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마음을 초조하게 가질 필요는 없다.


앞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책도 읽고 네가 하고 싶은 꿈이나 이상을 향해 전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아빠는 그저 네가 몸 건강하게 학교에 열심히 다니는 것이 소원이다.


그리고 다음에 무엇이 되겠다는 소망은 더 배우고 나서 천천히 결정하기 바란다. 지금의 위치에서 무엇이 되겠다는 것은 꿈과 희망일 뿐이다. 이상과 희망은 갖되 그 과정으로 가기 위해 몸과 마음을 부지런히 갈고닦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제 중학생이 되었으니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키우기 바란다. 공부는 예습과 복습이 생명이다. 그리고 공부란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기쁨으로 해야 한다.


영어 단어나 수학 공식을 외우는 공부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식에 대한 이해와 발견하는 기쁨을 얻게 될 때 진정한 배움의 길이 열린단다.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편하게 공부해서 높은 점수를 받을까 하는 것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결과물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나온단다. 내가 게을러서 공부하지 못했다면 결과도 그만큼만 나오는 것은 세상살이다.


아빠가 성장하던 시절에 너는 다음에 커서 무엇이 되라거나 어떻게 살아가라는 것을 안내해 준 사람이 없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의지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다른 사람의 관심이다. 그 관심은 사랑이자 서로 간의 애정이다.


아빠는 너나 언니에게 무관심한 사람으로 남고 싶지는 않다. 가족 간에 서로를 배려하고 한마디 말이라도 따듯하게 해 줄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삶을 누리고 싶다.


건강한 삶은 서로에게 관심과 꿈을 갖도록 격려해 주며 사는 것이다. 그것이 아빠가 해야 할 역할이자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아빠는 매사를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큰 방향만 잡아주고 이끌어 줄 생각이다.


중학교에 진학하면 친구도 많이 사귀고 배움을 향해 전진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너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아빠는 굳게 믿는다. 아빠가 바라본 너는 현명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중학교 생활에서 생각을 통해 사물을 예리하게 바라보는 통찰력을 갖추기를 바란다. 그렇게 하려면 부단한 노력과 자신에게 채찍을 가해야 하겠지. 그 길은 아마도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다.


중학교 시절은 모험심이 왕성한 시기란다. 그 왕성한 힘을 지식이나 아니면 문학 등을 향해 소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당당하게 남들 앞에서 너의 뜻과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매사에 너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나는 누구다’라는 서로 다름을 밝히는 것이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사람의 의지를 분절시키거나 파괴할 수는 없다.


파스칼이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갈파했다. 인간은 연약한 갈대와 같지만, 이성을 소유하고 있어 동물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비록 연약한 사람이라도 인간의 존엄성은 존중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의지가 분명해야만 한다. 나의 뜻 나의 이상 나의 길 나의 마음 등을 분명하게 하고 표현하는 것이 사회생활에서 중요하단다.


중학교 입학은 사회를 위해서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지식과 머리를 갖추었다는 성장의 의미도 담겨있다. 그만큼 네가 자랐다는 증거이자 그에 따른 권리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아빠가 좀 무거운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아라. 네가 중학교에 갔으니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라는 틀을 전해주는 것뿐이다.


사람은 한마디 말로 화를 부를 수도 있고, 무관심이 큰 상처를 줄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라. 중학생이 되었으니 매사에 주의하고 주변에 관심을 기울이며 생활하라는 의미다.


얼마 안 있으면 봄의 정령을 알리는 목련과 진달래가 피어날 것이다. 생명이 피어나는 희망의 봄처럼 중학교 생활도 희망을 맞이하는 아름다운 꿈으로 가득 채우기를 바란다.


우리 막내의 중학교 입학을 축하하고, 아빠는 네가 중학생이 된 것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그리고 너의 모든 희망과 소망이 충만하기를 바라면서 이만 펜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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