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도 인사해야지

by 이상역

낯선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누면 주변 분위기가 밝아지지만 인사를 나누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시선을 어디에 두여야 할지 곤란해지고 분위기도 서먹서먹해진다.


요즈음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과 얼굴을 마주쳐도 인사를 잘 나누려 하지 않는다. 공휴일에 사무실에 가려고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스위치를 눌렀다.


오늘따라 엘리베이터가 한 층에서 유난히 지체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누가 이사를 오는 집이 있나 하면서 기다리는데 얼마 후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고 문이 열리자 한 아이가 “안녕하세요?” 하고 큰소리로 인사를 한다.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것 같은데 나도 “안녕!”하면서 인사를 건네고 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 그러자 인사를 한 아이가 옆에 있던 동생에게 “야! 너도 인사해야지.”라면서 고개를 반 강제로 숙이며 인사를 시키려고 했다.


아이의 동생은 고개를 버둥거리며 인사하지 않으려고 버텼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아이들의 할머니도 타고 계셨다.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어른을 보면 인사하라고 시켰더니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한다며 미소를 지으셨다.


모처럼 아이에게 인사를 받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아이가 어른에게 먼저 인사하고 동생에게 인사를 가르치려는 행동에 잔잔한 감동까지 받았다.


인사는 사람과의 관계를 좁히고, 서먹한 관계를 풀어주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매개체다. 평소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사람이 타고 있으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그러면 인사를 받아주는 사람도 있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멀뚱멀뚱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인사를 받아주는 사람에게는 말을 자연스럽게 건네게 되지만,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말을 건네기도 어렵다.


사람은 밝은 기운이 돌면 말이 쉽게 나오고 침묵이 흐르는 곳에서는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한 아이의 부모님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아이의 인사로 하루를 즐겁게 시작했다.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하다. 말 한마디로 아이를 신뢰하게 되고, 미운 짓을 해도 예쁘게만 바라보인다. 비록 아이는 인사의 중요성도 그리고 자신이 인사를 하면 어떠한 효과가 있는지 모르고 했지만, 인사는 사람에게 첫인상을 결정짓고 생활의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며칠 전에 아내와 고등학교에서 함께 교사로 근무했던 분이 외국에 나가게 되었다며 자신의 집에서 기르던 거북이와 어항을 주고 갔다.


거북이는 사람이 다가가거나 소파에 앉기만 하면 어항에서 난리를 쳤다. 어항에서 조용하게 놀던 거북이가 사람이 다가가면 갑자기 물장구를 치거나 빙글빙글 돌면서 사람이 있는 곳에 와서 고개를 쭉 내밀고 바라본다.


자기와 같이 놀아달라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인사를 나누자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이 다가오면 물장구를 치면서 반갑게 맞아주는 거북이가 기특해 보였다.


말을 하지 못하는 미물도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고 인사를 하는데 사람도 같은 사람을 만나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누가 인사를 한다고 흉을 보거나 욕을 하지도 않는다.


한 아파트에서 이웃으로 살아가는 것도 인연인데 서로 얼굴을 모른다고 외면해 버리면 마음이 더 편한 것일까? 자기 동생에게 억지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시키는 아이에게 많은 것을 배운 하루다.


“어른을 보면 인사를 해야지”라며 동생에게 인사를 시키는 모습에서 아이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첫출발은 인사로 시작된다.


아이가 인사를 함으로써 아이의 부모님과 할머니를 다시 보게 된다. 우리 사회도 누군가를 만나면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일까?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라는 윌리엄 워어즈워드 시처럼 인사를 건넨 아이의 행동은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다. 다음에 그 아이를 만나면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야지. “안녕!, 그동안 잘 지냈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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