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공로연수 중인 김 사무관과 퇴직한 직장 선배 두 분을 사당동에서 만났다. 퇴직한 선배 한 분은 얼굴을 아는 분이고, 다른 분은 처음 보는 분이다.
넷이서 술 한 잔 마시며 퇴직 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나도 퇴직 후 무엇을 하면서 지낼 것인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공직을 퇴직한 한 선배는 민간기관 근무를 끝내고 요양 시설을 운영해 볼 계획이란다. 요양 시설은 사회복지와 관련한 것인데 선배는 시설 운영에 필요한 요양보호사와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며칠 전 소방안전 관리사도 취득했다며 자격증을 보여주었다. 일은 해야 하는데 마땅하게 할 것이 없어 요양 시설 운영을 준비한다고 한다.
다른 선배는 공직을 퇴직하고 민간기관에 근무 중인데 부처에서 퇴직자에 대한 인력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직장을 퇴직한 사람은 나름 경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
퇴직한 사람이 자신의 경력을 살려 갈 길을 찾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부처에서 센터를 설치하여 퇴직자 일자리나 경력과 경험을 살려서 사회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도움을 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불평과 불만을 표출했다.
나는 선배의 말을 듣고 부처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맞장구쳤다. 직장을 퇴직하고 사회에 나가면 막막하다. 공직에 근무한 경력은 겉으론 화려하지만 실상 사회에 나오면 쓸모가 없다.
공직을 퇴직하면 누구나 사회 초년생이다. 공직에서 겪은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손해다. 공직에서 근무했던 경력과 경험을 사회에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 연결해 주고 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생각해 볼 일이다.
공직을 떠난 선배들은 한 목소리로 앞으로 연금 생활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유럽도 현직에 근무하는 직원의 기여금 부담과 국가 예산 한계로 연금을 깎았다고 한다.
연금 재원은 뻔한데 고령화에 따른 연금수급자 급증으로 연금 삭감이나 연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시기가 다가올 것이란다. 유럽도 연금수급자의 연금을 줄이자 헌법소원을 냈다고 한다.
그러자 헌법재판소에서 처음에는 헌법에 반한다고 판결했지만, 나중에는 현직에 근무하는 직원의 기여금 증가와 국가 예산의 한계로 어쩔 수 없이 연금을 깎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현재 받는 연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연금 외에 별도의 생계 수단을 마련하지 않으면 노년이 힘들 것이라고 한다.
직장을 퇴직한 선배들을 만나 퇴직과 관련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금까지 공직에 근무하는 동안 무엇을 하고 지냈나 하는 자괴감과 앞으로 퇴직 후 무엇을 하면서 살아갈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
나도 내년 연말쯤 공로연수를 신청할 예정인데 그것도 포기하고 정년까지 자리를 지키다 퇴직을 해야 하나 갈등이 일었다. 직장을 퇴직하면 무엇을 하면서 먹고살아야 하나 고민이다.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이나 내일 퇴직하는 사람도 퇴직 후를 대비해서 준비하고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퇴직한 사람을 만나면 무엇을 하면서 지낼 것인가 하는 현실적 문제가 등장한다.
직장을 퇴직하면 나이는 육십이다. 그 나이면 몸으로 부딪쳐서 해야 할 일이 별로 없다. 특별한 자격증을 취득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마련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사회에 나가면 막막하다. 직장에 근무할 때 퇴직 후를 대비해서 자격증이나 미래의 일과 관련한 교육을 받고 준비하면 좋은데 대부분은 퇴직하고 사회에 나가 일자리를 찾는다.
건강백세 시대를 맞아 직장을 퇴직해도 재취업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도래했다. 젊음과 청춘을 바쳐 출근하면서 가정도 챙기고 상사의 눈치를 보아가며 근무를 해왔다.
그럼에도 직장을 퇴직하고 다시 일자리를 찾는 현실이 서글프다.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허울 좋은 공직에 근무한다지만 퇴직하면 초라한 신세를 면할 수가 없다.
모처럼 퇴직한 선배를 만나 직장에 근무하던 시절 이야기나 나누려고 했는데 이제는 만나는 것도 두려워진다. 공직을 퇴직하면 나를 휘감은 겉옷을 훌훌 벗어버려 시원해질 줄 알았는데 다시 직업을 구하는 문제를 생각해야 하니 답답하기만 하다.
그간 내가 무엇을 하면서 살아온 것일까. 직장에 다니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들 교육과 출가를 시키며 살아왔는데 퇴직 후 다시 일자리를 찾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하니 마음이 허허해진다.
언제까지 직장에서 일만 하고 살아가야 하나. 그저 삶이 다하는 날까지 일이나 하다 다른 세상으로 가야만 해방되는 것일까.
직장을 퇴직한 선배들과 사당동에서 헤어지고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퇴직 후 어떤 삶을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