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은 제롬 D 샐린저의 소설로 그가 32세인 1951년에 발표했다. 이 소설은 전후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홀든 콜필드’은 16살로 사립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며칠 동안 뉴욕을 떠도는 것이 소설의 줄거리다.
위선과 허위로 가득 찬 세상에서 홀든 콜필드는 그들과 동화되기를 거부한다. 그의 꿈은 천진한 아이들이 뛰노는 호밀밭 벼랑 끝에 서서 아이들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거나 은둔하는 것이다.
호밀밭 벼랑 끝에 서서 아이들을 지켜주려는 홀든 콜필드처럼 직장인의 건강을 벼랑 끝에서 지켜주는 것은 건강검진이다. 직장인은 2년마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다.
건강검진을 받는 항목은 그리 많지 않지만, 검진을 받을 때마다 마음은 묘하게 긴장된다. 그동안 건강을 관리하지 않아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음주나 불규칙한 생활로 건강에 이상은 생기지 않은 것인지 온갖 걱정을 한다.
건강검진을 하는 기관에서는 검진에 앞서 건강과 관련한 생활 습관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해서 검진 당일 제출하게 한다. 건강검진 설문지를 제출하고 나면 본격적인 검진이 시작된다.
신장과 체중을 재고, 혈압을 재고 소변을 채취하고 혈액을 뽑으면서 부가적인 검사조건을 내세운다. 당뇨병 등 성인병 검사는 팔만 원, 암과 관련한 검사는 팔만 원, 두 가지 모두 검사는 십오만 원이란다.
물론 하나를 선택하던 두 개를 선택하지 않던 선택은 자유다. 직장에 입사한 후 2년마다 건강검진을 받다 보니 나이가 들어갈수록 건강검진을 받는 것도 두려워진다.
젊은 시절에는 몸에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하는 호기를 부렸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건강에 자신감도 없어지고 몸에 혹여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도 앞선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건강검진 기관에서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듯 나이가 들어 보이면 혹시 모르니 성인병과 관련한 정밀검진을 받아보라고 은근히 강요한다.
지난해 병원에서 종합검진을 받았는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을까 하는 생각에 부가적인 검사는 모두 받지 않기로 했다. 나도 어느덧 불혹을 넘어 지천명을 바라본다.
‘나이 사십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나이 사십이면 인생에서 어떤 위치가 되어 있어야 하는가를 시사(示唆) 해 주는 말이다.
공자는 나이 사십을 '不惑(불혹)'이라고 했다. 불혹은 그 어떤 것에도 의혹되지 않는 삶. 즉 의혹이 없는 삶을 말한다. 나는 불혹의 값을 하지 못하는 신세다.
그동안 의혹이 없는 삶을 살지 못해서다. 공자가 말한 불혹의 사십 대가 아니라 의문이 가득한 사십 대를 살아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길가의 가로수도 사십 년 자라면 적당한 가지와 잎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한다.
가로수도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여유를 두고, 나무 밑에는 관목과 풀이 자라도록 아우른다. 나무도 사십이면 자신을 아우르고 적당한 가지와 잎을 펼쳐 보이는데, 나는 사십 년을 살고도 주변을 제대로 보살피고 아우르지를 못했다.
나이 들어갈수록 건강검진을 받는 횟수는 늘어가지만 검진 횟수만 늘어갈 뿐 인생을 풍성하게 살찌우거나 몸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별로 없다.
앞으로 건강관리에 신경을 좀 써야 할 것 같다. 건강검진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다. 비록 검진 기관에서 정밀하게 검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검진을 통해 중한 병을 초기에 발견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어떤 일이나 출발은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 비록 꼼꼼한 건강검진은 아니지만 그나마 2년마다 실시하는 건강검진이 몸의 건강을 지키는 유일한 파수꾼인 셈이다.
세월의 나이가 들어갈수록 염려가 되고 걱정이 되는 것은 건강이다. 세상에 자신을 떳떳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은 몸의 건강함이다. 아무리 사회적 지위가 높고 돈이 많아도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생명은 건강한 자가 누리는 축복이며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직장에서 2년마다 건강을 챙겨주는 파수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것은 직장인이라는 징표이자 반대로 건강하게 산다는 반증이다. 몸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은 건강검진의 시기나 대가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지키는 대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