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내 나이도 耳順을 향해간다. 직장에 입사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퇴직을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다. 직장에 근무하던 때 정년퇴직 인사를 오던 선배들을 부러워했는데 이제는 내가 그 당사자가 되어간다.
직장에 들어와서 耳順이 되기까지 인생의 많은 것을 경험했다. 그러나 정작 직장에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사람의 경험과 지혜와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거나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나이가 많아질수록 인사에서 소위 말하는 따돌림을 당한다. 직장에서 나이 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것도 이해는 간다. 상급자가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은 일을 시키기 편하지만, 나이가 많은 사람은 신경도 쓰이고 그리 편치는 않을 것이다.
직장에 복귀하기 전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다른 부처 파견을 나갔다. 부처 파견을 마치고 내가 근무하는 부처로 북귀하기 위해 복귀 신청을 했다. 공무원은 다른 조직에 파견 나가 근무하는 기간은 보통 일 년이다.
그리고 파견이 끝나갈 때쯤 연장을 신청하면 일 년은 더 근무할 수 있다. 내가 파견 연장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는 파견을 나간 부처도 세종으로 내려갈 예정이라 파견을 연장할 이유가 없어서다.
직장에 파견 복귀 신청을 하면 복귀자는 파견을 나가는 사람의 자리로 인사를 낸다. 파견 시기가 정기인사 시즌이 아니라서 가야 할 자리가 없어 부득이 파견 나오는 자리로 인사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인사담당자가 담당과장이 그 자리는 민원이 많아 나이 드신 분이 근무하기에는 고생한다며 인사를 잠시 보류하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직장에 파견 복귀를 신청했지만 근무할 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몇 주 동안 집에서 쉬게 되었다.
직장에 파견 복귀를 하는 과정에서 인사담당자의 말을 듣고 나이가 많은 것에 대한 서러움을 느꼈다. 겉으로는 담당과장이 나이 든 사람을 배려한 것 같은데 속을 들여다보면 나이 든 사람을 피하려는 속셈이다.
그런 말을 듣고 나서 나이가 들면 자리 이동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다른 기관에 파견을 나가는 것도 파견을 끝내고 복귀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인사의 선택이다. 더불어 직장에서 내가 가려고 하는 과의 과장이 동의를 해야 인사발령을 낸다는 것도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나는 국토부 2 차관실에서 근무하다 퇴직하기는 싫었다. 그러나 내가 싫다고 해도 인사발령이 나면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 이번 인사 문제로 집에서 쉬면서 겉으로는 나이 든 사람을 배척한 것이 서러웠지만, 속으로는 그곳에 발령 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국토부는 1 차관과 2 차관실로 나눈다. 국토부는 건설부와 교통부와 철도청이 합쳐진 조직이다. 1 차관실은 국토, 주택, 토지, 건축, 도시 등의 업무를 다루고, 2 차관실은 도로, 항공, 교통, 철도 등의 업무를 다룬다.
나는 주로 1 차관실에서 근무를 해왔다. 1 차관실과 2 차관실은 업무 패턴이나 시스템이나 보고체계가 전혀 다르다. 1 차관실에서 근무하다 2 차관실로 자리를 옮기면 마치 타 부처에 가서 근무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국토부 직원들도 건설조직에 근무했던 사람은 1 차관실 근무를 선호하고, 교통조직에 근무했던 사람은 2 차관실 근무를 선호한다. 직원들 대부분은 자신이 선호하는 부서에 근무하다 퇴직하기를 바란다.
어쨌든 나는 원치 않게 직장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몇 주간 쉬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이 듦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국토부 산업단지개발지원센터에 근무하고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게 된 것도 쉽지는 않았다. 직장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과장에게 거절당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데 인사담당자가 산업단지개발지원센터에 자리가 난다는 연락을 해왔다.
그리고는 센터 팀장과 국장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해서 팀장과 국장의 동의를 받고 인사발령이 나서 근무하게 되었다. 이번 인사에서 나를 배척했던 과장도 언젠가 나와 같은 연배가 될 것이다.
그분은 직장에서 나이 듦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조직에서 나이 든 사람의 지식과 경험을 제대로 활용하고 이용해야 하는데,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누구나 가는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 세월이 흘러가면 나이가 들게 마련이고 직장에서 나이가 든 사람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고 활용하지 못하고 배척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가 아닌 듯싶다.
그렇다고 나이 든 직장인을 왕처럼 대우해 달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저 나이가 들면 현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 주고 함께 일을 하는 동료로 보아 달라는 이야기다.
그래야 나이 듦에 대한 서러움을 느끼지 않고 직장에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갖고 근무하다 때가 되면 직장을 퇴직하고 물러나는 것이 삶의 순환이자 인생살이의 도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