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우산을 받쳐 들고 제천천 천변을 터벅터벅 걸어서 출근하는데 무더운 여름이 서서히 지나가고 가을의 선선한 기운이 느껴졌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천변에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더니 비가 내리자 오고 가는 사람이 드물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바람이 솔솔 불어와 피부를 스치는데 찬 기운이 느껴진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뜨거운 기운이 불어오더니 벌써 가을을 담은 갈바람이 불어온다.
그간 브런치에 등록해서 글을 올리고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하루를 정신없이 보냈다. 그러다 보니 생활이 한 곳에 너무 몰입되어 삶의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것 같았다. 마음의 중심을 잡지 않고 무리에 휩쓸려 살아왔다는 생각에 며칠 전부터 핸드폰을 바라보며 읽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
글은 책을 들고 읽는 것과 핸드폰을 들고 읽는 것에 많은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책을 들고 읽으면 글에서 향기를 맡을 수 있는데 핸드폰을 들고 읽으면 글에서 느끼는 향기의 맛이 덜하다.
앞으로는 내가 쓴 글을 누가 읽는 것에 상관하지 않고 삶의 중심을 잡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글짓기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올린 글을 하나하나 읽어보며 부족한 것은 채우면서 글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조정래 작가가 한 말이 떠오른다. “문학의 진정한 힘은 독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끌어모으는 힘이다.”라고 했다. 작가의 필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러야 독자를 끌어모을 수 있을까.
독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필력이 된다면 글을 쓰는 것에 고민하지 않겠다. 글을 써서 브런치에 올리고 남의 글을 읽고 그간 하지 않았던 것에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글의 중심이 없어져 간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러면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철학적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지난 몇 개월을 좌고우면 하지 않고 오롯이 앞만 바라보고 달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삶은 천천히 진중하게 돌아보며 여유롭게 살아야 한다. 어떤 글이 좋은 것인지는 모르지만 글도 진중하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써보려고 한다.
비록 소설가처럼 낮과 밤을 바꾸어가며 글을 쓸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남들에게 글을 내어 놓으려면 진솔하고 깊은 사유를 거쳐 쓴 글을 내어 놓는 것이 작가가 아닐까.
글은 고독한 침묵 속에 나를 가두고 여유롭게 써야 한다. 마치 전쟁을 치르듯이 어딘가에 글을 올리기 위한 얄팍한 글쓰기는 자제하고 묵직하게 마음을 잡고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
바쁜 시간에 마음을 휘둘려 쓴 글은 진정한 글이라 할 수 없다. 고요한 마음을 통해 쉼표를 하나하나 찍어 가듯이 깊은 심연을 거쳐 나온 글이라야 진정성이 엿보인다.
지금에 와서 소설을 쓸 수는 없지만 나만의 고독한 글 세계를 고집하는 마음으로 글쓰기에 임하려고 한다. 오늘은 모처럼 마음과 생각이 일치해서 의사소통도 가능하고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찾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이 마음이 어디서 태어나서 어디로 흘러갈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반성도 하고 앞으로는 가끔씩 마음의 쉼표를 찍어가며 여유롭게 쉬엄쉬엄 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