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이번 주 토요일이 겨울로 들어서는 입동이다. 입동은 사람이나 동물이나 겨우살이를 준비하라는 절기다.
동물도 겨울을 버티기 위해 먹이를 재우고 식물은 수분 공급을 끊고 긴 동면의 시간에 들어간다. 그간 가뭄으로 가을걷이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주름이 졌는데 가을비가 내리고 나자 얼굴이 밝아졌다.
가을비는 겨울을 재촉하는 비라지만 과일과 곡식이 알차게 영글려면 적당한 수분이 필요하다. 기왕에 가을비가 내리려면 풍족하게 내렸으면 좋으련만 찔끔찔끔 내리다가 그치고 만다
가을에 비가 내리면 날씨는 을씨년스러워진다. 시골에서 차를 운전하며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데 산자락마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물들어가는 모습이 바라보인다.
마치 누군가가 그림을 그린 듯이 머리에 빨강과 주황색을 덧칠한 것처럼 눈에 들어온다. 가을은 만산홍엽의 계절이다. 단풍철에는 산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으면 그대로 그림엽서가 된다.
계절이 변신을 서두르면 사진사가 필요 없다. 누구나 카메라를 들고 사방을 향해 사진을 찍으면 멋진 풍경화가 찍힌다. 가을이 엊그제 찾아온 것 같더니 벌써 겨울이 다가와 시절을 노래한다.
겨울이 다가오는 것은 반갑지 않은데 시간은 소리 없이 밧줄을 타고 내려왔다. 아침에 천변을 걷는데 나무가 단풍잎을 달고 가을의 사라짐을 노래한다.
특히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 나뭇잎은 창연하게 아름답다. 사람이 입은 빨강은 눈에 좀 거슬리는데 단풍나무에 매달린 빨간 잎은 눈에 거슬리지 않아 좋다.
거리마다 계곡마다 능선마다 단풍이 만선을 이루고 풍년가를 부른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도 나무에서 떨어진 단풍잎이 이리저리 뒹군다.
나무에서 떨어진 단풍이 가을소풍을 나온 것처럼 무리 지어 바람에 휩쓸려 다닌다. 갈색과 주황색 낙엽이 바람에 서걱거리며 쓸쓸함을 노래한다.
이렇게 좋은 계절에 코로나로 단풍놀이도 가지 못하고 집에 갇혀 사는 신세다. 이맘때면 단풍이 곱게 물든 산을 구경하러 너도나도 버스에 몸을 싣고 떠났다.
코로나로 여행업체가 타격을 받자 단풍 나들이도 시들해졌다. 여행뿐만 아니라 외출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시절이다. 코로나가 해결되어 사람들의 멍든 가슴을 치유해 줄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지금은 몸에 감기 기운만 있어도 자신의 몸을 의심해야 하는 시절이라 마음이 잔뜩 위축되었다. 코로나만 아니면 지금쯤 내장산과 설악산과 지리산은 단풍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을 텐데.
세상이 코로나로 어수선해도 나뭇가지의 나뭇잎은 시절을 타고 단풍으로 물들어간다. 산은 산대로 계절은 계절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서로 물들이고 물들여 주며 아웅다웅 살아간다.
코로나가 지구촌 곳곳에 아픈 상처와 슬픈 흔적을 남기며 떠돌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나 아니면 제거해야 하는데 누구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해서 문제다.
집에 걸린 달력이 얄팍해졌다. 달력이 두툼할 때 코로나가 시작되었는데 아직도 진행 중이다. 여러 나라에서 멀쩡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고 겨울이 되면서 코로나가 유행할 것 같아 걱정이다.
코로나는 전염력이 높아 추운 겨울에 사람이 옹기종기 모이는 것을 금할 수밖에 없다. 과학과 의료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했다고 희망가를 부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코로나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바라보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을 지나 한겨울에는 코로나가 진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코로나가 가을의 단풍과 함께 사라져 인간의 가슴에 희망을 심어 주었으면 한다.
가을날 멋진 단풍을 바라보며 거리에 나가서 가슴속에 품은 시라도 한가락 꺼내어 읊조리고 싶은데 방에 틀어박혀 꼼작할 수 없는 신세가 가련하다.
언젠가 이런 날이 사라지겠지만 계절의 단풍을 즐기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올 겨울에는 코로나도 단풍잎처럼 사람에게서 소리 없이 떨어져 나가 희망가를 부를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