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을 뛰게 한다. 여행은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 두루두루 돌아나니는 것인데 왜 사람의 가슴을 들뜨게 할까.
아마도 낯선 곳에 가서 삶이란 의무감을 내려놓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해방감 때문에 가슴을 설레게 하고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아침마다 여행을 다닌다. 그 여행은 다름 아닌 걷는 것이다. 멀리 떠나는 여행처럼 빈 손으로 집을 나서면 기분도 좋고 작은 설렘이 인다.
늘 다니던 길도 아침에 걸으면 기분이 상쾌해진다. 길에는 나처럼 걷는 사람도 지나가는 차도 많지 않다. 도로 건너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지나서 골목길에 들어서면 걷기 여행이 시작된다.
골목길에는 밤새 세워둔 차들이 아파트 경계선을 따라 나란히 서 있다. 차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걷다 보면 아파트 단지에서 자라는 고목과 숲에서 자라는 고목이 나를 맞아준다.
초록의 나뭇잎을 짊어진 고목의 배웅을 받으며 구봉산에 들어서면 새들이 지저귀며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새들의 노래를 들으며 능선 길을 따라 올라가면 선선한 기운이 피부에 와닿으며 몸도 개운해진다.
능선 길을 따라 곧장 올라가면 언덕에 이르고 그 언덕을 넘어가면 다른 능선 길이 기다린다. 길은 길에서 끝나고 새롭게 열리는 연결통로다.
세상에 어떤 길이든 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길은 길로 연결 짓기 위해 태어난다. 구봉산 능선 길도 어떤 길로 걷든 막다른 길은 없고 서로서로 이어져 있다.
그렇게 내려가는 능선 길을 돌아 다시 황토흙이 깔린 언덕에 올라서면 나처럼 운동하는 사람들이 나와 있다. 그들은 여러 방법으로 각자의 운동을 한다. 그 사람들을 뒤로하고 언덕을 내려가면 가장 가파른 언덕이 기다린다.
비탈진 언덕은 구봉산에서 가장 힘든 코스다. 이 언덕을 오르지 않고는 정상에 발을 내디딜 수 없다. 몸 상태를 시험할 겸 언덕을 힘차게 오르면 숨이 턱턱 막히고 호흡도 거칠어진다.
몸에 힘을 주어 비탈진 언덕에 올라 정상을 지나 내리막 길을 걸어가면 산의 소유권을 구분하기 위에 세워 둔 울타리가 나온다. 울타리의 쪽문을 지나면 얕은 언덕이 보이고 언덕에 오르면 사람이 쉬도록 바닥을 다듬고 의자를 몇 개 놓아두었다.
그곳에서 간단한 체조와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아침 여행의 절반은 마치게 된다. 체조를 끝내고 능선 길을 따라 내려와 실내테니스장 옆을 지나서 방향을 틀면 명일테니스장에 다다른다.
명일테니스장은 아침마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나와 테니스를 친다. 맽 밑 코트에서는 테니스를 배우는 사람들이 코치와 테니스를 치고, 그 위 코트에서는 사람들이 짝을 이루어 테니스를 친다.
테니스 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능선 길을 따라 내려오면 명일2동 주민센터 위 지점에 이른다. 주민센터를 오른쪽에 두고 뚜벅뚜벅 걷다 보면 황토흙 언덕길이 다시 나온다.
그 언덕에 올라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면 성당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늘도 아침에 여행을 길에서 출발했으니 언덕을 내려오며 마무리도 길에서 끝내야 한다.
내일도 오늘처럼 새로운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나서야 한다. 비록 먼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아니지만 새로운 나를 아침마다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