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자장가

by 이상역

앙코르는 노래나 연주를 한 사람에게 박수를 치거나 소리를 질러 다시 한번 노래를 하거나 연주를 청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불러 본 적이 없다.


가족이나 직원과 노래방에 가서 대중가요를 부른 적은 있지만 대중 앞에서 부르지는 못했다. 그리고 일이 고단하거나 홀로 산책할 때 신나는 가요를 흥얼거리는 정도다.


내 멋에 취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앙코르를 요청할 사람이 있을까.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앙코르를 받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자기 노래를 알아주고 인정을 받는 것은 아무나 다다를 수 없는 영역이다.


노래도 흥이 나고 몸을 움직이게 하는 신명이 나야 앙코르를 외친다. 노래가 흥도 나지 않고 신명이 나지 않는데 홀로 앙코르를 외친다면 다른 사람들이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요즘 나는 한 사람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앙코르 요청을 자주 받는다. 손주가 낮잠 잘 시간이면 어깨띠로 손주를 안고 밖에 나가 아파트 단지를 돌며 자장가 대신 트로트를 불러준다.


손주가 이십삼 개월이 되어 가는데 노래를 불러주면 자기가 잘 때까지 "또, 또"를 외치며 불러달라고 소리친다. 그렇게 한 노래를 서너 번 불러주고 나면 서서히 잠이 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트로트를 부르고 나서 손주가 "또, 또"하길래 "왜, 뭘 원해"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손주가 "또, 또'라고 해서 트로트를 다시 부르자 가만히 있길래 "아하!", "또, 또"는 "노래를 다시 불러달라는 뜻이구나."라고 이해했다.


트로트를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내 노래를 들어주는 애청자 한 명이 생겼다. 비록 손주가 신이 나서 "또, 또"를 외치는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 내 노래를 듣고 다시 불러달라고 요청하니 노래 부를 맛이 난다.


손주가 "또, 또"를 외칠 때마다 목소리 톤을 높여 노래를 불러주는데 내 노래를 듣고 잠을 자는 손주가 귀엽기만 하다. 손주가 잠이 들면 트로트를 다시 한번 불러주고 낮잠을 재우러 딸네집으로 향한다.


손주를 재우고 집으로 돌아올 때면 자장가 삼아 불러주는 트로트를 듣고 잠에 빠지는 손주의 "또, 또"라는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최근에 손주에게 트로트를 불러주기 위해 노래까지 배운다. 자신을 인정하고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삶을 춤추게 한다. 손주가 내 노래를 듣고 박수를 치거나 신이 나서 따라 부르지는 않지만 노래를 듣고 다시 불러달라고 하는 앙코르 요청에 할아버지가 신이 났다.


손주에게 불러주는 트로트는 '고향 아줌마', '번지 없는 주막', '고향 무정'과 같은 옛 노래다. 손주가 얼마나 알아듣는지는 모르지만 자장가 대신 열심히 트로트를 하나씩 불러준다.


자장가는 손주가 들으면 신이 나지만 할아버지인 나는 싫다. 트로트를 부르면 할아버지가 신이 나고 손주는 어떻게 느끼는지는 잘 모른다. 손주 위주가 아닌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노래를 자장가 대신 불러준다.


손주가 나중에 커서 할아버지가 불러준 트로트를 얼마나 기억할지는 모르지만 아기가 잠을 자게 하려면 자장가보다 트로트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음에 손주에게 무슨 노래를 불러줄까. 손주에게 "또, 또"라는 앙코르를 받을 수 있는 노래를 불러야 하는데 고민이다. 무슨 노래를 부르면 손주가 잠을 빨리 잘까 하는 것을 생각하다 보면 도낏자루 썩는 줄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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