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축사(초안)

by 이상역

내년 봄에 막내딸이 결혼한다. 양가 상견례도 끝나고 결혼식장도 예약되고 결혼식 날짜까지 잡혔다. 결혼식에 필요한 소소한 일은 둘에게 맡기고 우리는 결혼과 관련한 큰 일만 일정에 맞추어 진행하려고 한다.


주례사 없는 결혼이라 축사는 해주어야 할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해서 막내딸에게 보여주려고 한다. 막내가 읽어보고 괜찮다고 하면 결혼식에서 축사로 읽어 줄 생각이다.


남들처럼 결혼식장에서 마이크를 들고 자연스럽게 축사를 해주고 싶지만 말 주변이 없어 종이에 적어 예식장을 찾아온 하객과 결혼하는 당사자에게 읽어주려고 한다.

안녕하십니까? 신부 측 아버지 이상역입니다.

오늘 두 사람이 결혼하는 것을 하늘이 축복이라도 해주려는 듯 날씨가 화창합니다. 따듯한 봄이 오는 계절에 양가의 가족과 친지, 친구 및 직장 동료 여러분을 모시고 뜻깊은 결혼식을 올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울러, 두 사람의 결혼에 참석하기 위해 바쁜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 장성, 성남, 청주, 용인, 진천 등에서 어렵게 발걸음 해주신 양가 어르신과 친지 여러분께 양가를 대표하여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결혼을 위해 아낌없는 지원과 수고를 해주신 사돈 내외분과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이번에 막내딸 결혼을 준비하면서 큰딸을 결혼시킨 경험이 있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줄 알았는데 결혼은 인륜지 대사란 말처럼 복잡하고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부모로서 결혼하는 막내를 위해 이것저것 챙겨준다고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할 일이 끝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늘 두 사람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하는 것은 인생의 선배로서, 부모로서, 그리고 사회 선배로서 몇 가지 당부를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먼저 결혼은 당사자가 하는 것이지만 두 사람 뒤에는 부모와 친지와 친구와 동료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말과 행동에 주의했으면 합니다.


오늘부터 두 사람은 결혼 전의 생각과 행동에서 벗어나 어른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결혼은 부모로부터 독립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말과 행동에 잘못이 있으면 부모가 책임을 졌지만, 앞으로는 부부가 책임져야 하므로 말과 행동에 조심하고 주의해서 살아가기 바랍니다.


두 번째는 결혼은 지금까지 형성해 온 서로 다른 삶의 문화와 환경을 이해하며 살아야지 동질화를 추구하기 위해 사는 것이 결코 아님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앞으로 둘이 살아가면서 부딪쳐보면 알겠지만, 각자가 자라온 환경과 문화와 성격을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살아가라는 의미입니다.


둘이 가정을 이루어 서로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존중해 주고 인정해 주고 격려하면서 토닥토닥 살아갔으면 합니다. 현재 둘은 각자 하는 일이 있는데 언젠가 아이들이 태어나면 둘이 생활할 때보다 더 어려운 생활이 시작됩니다.


삶은 상대방에게 의무를 강요하거나 한 사람에게 책임과 무게를 온전히 맡긴다면 가정은 어렵고 힘든 길로 빠져듭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서로의 직업도 존중해 주고 태어나는 아이의 양육과 교육을 함께 노력하고 격려하면서 평안한 삶을 살아갈 것을 부탁드립니다.

세 번째는 오늘처럼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을 오래도록 유지하며 하루하루를 기쁨과 사랑으로 채워갔으면 합니다. 또한 매사에 최선을 다하지만, 너무 간절하게 간구하거나 애를 쓰지 말았으면 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은 억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순리에 맡기고 기다려야 합니다. 어떤 일이나 완성에는 시간이 필요하듯이 삶에도 늘 기다림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삶은 생생한 현실이고 생사고락을 함께 나누어야 하는 소중한 인연의 관계임을 잊지 말고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주면서 애틋한 마음으로 사랑을 나누며 오손도손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두 사람에게 몇 가지 당부했지만, 인생은 그 외에도 아주 많은 것들이 기다릴 것입니다. 삶의 어려운 고비와 언덕을 만날 때마다 서로 상의하거나 양가 부모님이나 인생 선배들의 조언과 충고를 들어서 슬기롭게 극복하기 바랍니다.


끝으로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해 주기 위해 만사를 제쳐두고 찾아와 주신 모든 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댁에서 하시는 일과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충만하기를 기원하며 축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큰딸 결혼식에서 덕담 한마디를 해주었는데 막내딸까지 결혼식에서 축사를 해줄 수 있어 더없이 기쁘기만 하다.


결혼식에서 둘에게 축사를 읽어준다고 그대로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결혼하는 사람에게 가슴에 남길 수 있는 말이라도 해줄 수 있어 다행이다.


아무쪼록 결혼하는 막내의 앞날에 행운과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도하고 행복한 미래가 열리기를 소망하며 이만 펜을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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