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

by 이상역

백마강의 고요한 달밤아

고란사의 종소리가 들리어 오면

구곡간장 찢어지는 백제꿈이 그립구나


아 달빛 어린 낙화암의 그늘 속에서

불러보자 삼천궁녀를('백마강', 허민 노래)


백마강이나 낙화암이나 부여 등 백제와 관련한 것만 생각하면 슬픔이 앞선다. 왜 백제와 관련한 것은 구곡간장이 찢어지는 듯한 슬픔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망국에 대한 서러움과 흔적 없이 사라진 백성들의 꿈 때문이 아닐까.


백제와 관련한 노래나 시를 지어 읊으면 자연스럽게 슬픔과 원망과 서러움이 들어찬다. 그만큼 백제가 찬란한 문화와 역사를 갖춘 나라였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백제는 왜 나라가 허무하게 무너졌을까. 우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대부분 형제간의 암투나 왕의 사치나 게으름에서 시작되었다. 고구려나 백제나 신라나 모두 마찬가지다.


고구려는 형제간 다툼으로 멸망의 길로 들어섰고, 백제는 왕의 사치와 무능이 망국으로 이끌었고, 신라는 나태와 무능이 나라를 송두리째 갖다 바치고 말았다.


그나마 신라는 나라라도 바쳐 흔적과 유물이라도 남아 있지만, 고구려나 백제는 나라가 멸망되어 유물이나 불타거나 흔적 없이 사라졌다.


역사를 연구한 역사가는 아니지만 우리 역사에서 가장 치욕스러운 것은 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한 사람이지만 그보다 침략한 나라에 빌붙어 자기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인도한 앞잡들이다.


어쩌면 그런 사람들이 지금도 우리나라 곳곳에서 회사나 나라의 정보를 팔아먹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백제 땅에서 백제와 관련한 흔적이나 유물은 만날 수는 것이 별로 없다.


백마강이란 노래는 부를 때마다 슬픔보다 나라를 팔아먹기 위해 당나라에 빌붙어 자기 나라를 멸망으로 이끈 백제의 못난 사람들이 생각나서 억울한 마음과 울분 때문에 목소리만 점점 더 커진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백제와 관련한 시나 노래는 많은데 고구려와 관련한 시나 노래는 들어보질 못했다. 고구려 땅이 중국에 흡수돼서 그런 것일까. 고구려에 대한 시나 노래도 많이 있을 것 같은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한반도에 존재했던 나라 중에 가장 넓고 광대한 나라가 고구려인데 왜 고구려에 관한 시나 노래나 문학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고구려는 광활하고 웅장한 국가가 아니었던가. 한반도에서 그 누구도 꿈꾸지 못한 것을 고구려가 이룬 나라였는데 왜 역사에서 문학에서 관심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일까.


지금도 옛 백제 땅을 가면 볼 것이 없다. 백제를 침략한 당나라가 모조리 불태워서 없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백제 땅발을 디디고 서면 슬픔과 서러움에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십 수년 전에 논산 부적면에 자리한 계백장군 묘지를 간 적이 있다. 계백장군이 묻혀 있는지 모르지만 초라하고 일반 백성 묘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런 곳에 군사박물관을 세워 계백장군을 기린다고 하는데 건물이 완성되어 사람들이 찾아가서 장군을 기리고 있는지 궁금하다.


백제는 바다와 연접한 나라로 섬과 섬으로 이루어졌다. 그렇게 바다를 두른 백제 왕조가 그토록 허망하게 무너진 것일까. 일본이 먼 바닷길을 뚫고 백제를 구하려고 달려왔지만 역부족이었다.


백제가 바다를 이용한 해양강국으로 만들었다면 그렇게 쉽게 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지금까지 면면히 이어져 오지 않았을까 하는 헛된 생각을 해본다.


유튜브에서 허민이 부르는 백마강이란 노래를 들어가며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면서도 백제가 망한 것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고 분하고 슬픔보다 허망하게 쓰러진 망국의 한이 떠올라 글 쓰는 것조차 힘들다.


백제가 이루고자 했던 꿈과 왕국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은 나라가 망해서 모두가 꿈속으로 사라졌지만 쓸쓸하게 흐르는 백마강만이 망국의 한을 달래며 노을이 붉게 물들어 가는 서녘을 향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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