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아침

by 이상역

어젯밤부터 내리는 비가 이튿날 아침까지 내려서 그런지 사방이 어둑어둑하다. 아파트의 특성은 비가 내려도 잘 들리지도 빗물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어젯밤에는 잠결에 빗소리가 들릴 정도로 비가 내렸다. 우리 집에서 비가 내리는 것을 알 수 있는 곳은 다용도실 보일러에서 소리가 날 때다.


비가 내릴 때 거실에 앉아 있으면 보일러 배관을 통해 역으로 들이친다. 빗물이 한두 방울씩 "톡톡" 거리며 들이치면 비가 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밤에 잘 때는 보일러실에 비가 들이치는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창밖에서 내리는 빗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아침에 하늘을 바라보니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 산책을 나가는 것이 꺼려졌다.


평소 하던 대로 옷을 주섬주섬 걸치고 등산용 지팡이를 들고 집을 나섰다. 현관을 나가자 비가 많이 쏟아져 내린다. 우산을 펼쳐 들고 걸어가자 비가 우산 속으로 들어와 내 옷자락에 스며든다.


아침인데 사방이 어두워서 산책을 가야 하는 시간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간다. 다른 동에 사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출근하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구봉산에 들어서자 다른 날보다 사람들이 별로 없다. 하늘에 구름도 끼고 비가 내리는데 산책하러 나온 사람이 있을까. 입구로 들어가 걸어가는데 어젯밤에 내린 빗물이 황톳물이 되어 내려온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빗물과 관련한 노래가 생각난다. 빗물이 사람의 감정을 부추기는 것인지 빗물과 감정은 서로에게 감정을 주고받는 관계의 언어란 생각이 든다.


그리워서 찾아온 고향 마산항에 비가 내린다

돌섬으로 나를 데려다줘 그 님을 만나야 한다

사랑 사랑 한다고 말이나 하지 말지

추억이 맴도는 마산항에 비가 내린다('마산항에 비가 내린다', 이호섭 작곡, 하춘화 작사/노래)


이 노래는 가수 하춘화 씨가 마산, 창원, 진해의 통합으로 잊혀가는 마산의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작사하여 노래를 부른 것이고, 마산이 고향인 이호섭 씨가 작곡한 것이다.


노래마다 사연 없는 노래가 없듯이 노래를 작사하고 작곡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지역이 사라지는 정서나 문화를 노래에 담아 부를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임에 틀림없다.


'마산항에 비가 내린다'를 제목만 바꾸어 '진천에 비가 내린다'로 개사하자 '마산항'보다 내 고향인 '진천'으로 바꾸어 부르는 것이 내 입맛에 맞고 부르기도 좋아 보인다.


그리워서 찾아온 고향 진천에 비가 내린다

고향으로 나를 데려다줘 그 님을 만나야 한다

사랑 사랑 한다고 말이나 하지 말지

추억이 맴도는 진천에 비가 내린다


마산항이나 진천이나 모두 고향이다. 마산항이 고향인 사람은 마산항 노래가 좋을 것이고, 나처럼 진천이 고향인 사람은 진천 노래가 좋을 것이다.


노래나 시가 좋은 것은 자기 고향에 대한 풍경과 서정을 그릴 수 있고 애틋한 그리움에 좋아하는 것 아닐까. 사람에게 고향은 영원한 생명수와 같은 화수분이 아니던가.


구봉산에 깊게 들어서자 골목길을 걸을 때보다 주변이 더 어두워졌다. 평소 다니던 능선 길로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나처럼 걸어가는 사람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니 마음도 축축하게 젖어간다. 그런 마음에 고향이란 단어를 생각하며 산책을 하니 비록 비는 내린다지만 가슴에는 잃어버린 추억과 기억이 슬금슬금 떠오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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