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구민회관에서 수필 강의를 듣는 날이다. 아침부터 장맛비가 내리더니 강의실에 갈 때는 잠깐 비가 내리자 않아 회관까지 가는데 우산을 쓰고 가는 번거로움을 덜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문우 몇 분이 나오지를 않았다. 비가 오는 날은 마음이 녹녹해지고 착 가라앉는다. 그런 마음을 알기라도 한 듯 강사가 강의 시작 전에 문우들에게 여름을 보낸 소감을 한 마디씩 하는 시간을 가졌다.
문우들의 여름을 보낸 소감과 함께 강사의 두 시간 강의가 끝이 났다. 오늘 강의에서 인상 깊게 들은 것은 나이 들어 문학인으로 어떠한 삶을 살다가 마감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제는 과거의 나는 묻어두고 현재의 나를 낮추고 공동체에 봉사하며 살아가되, 삶의 짐을 덜어낼 것은 덜어내고 비울 것은 비우며 검소하게 사는 것이 문학인의 자세란다.
남은 삶을 즐겁게 누리며 살되 주어진 시간을 유익하게 활용하여 흔적을 남기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라고 격려해 주었다.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회장인 문우가 점심을 같이 먹으러 가잔다. 수필 쓰기 수강생 대부분은 여성이고 남자는 회장을 포함하여 세 명뿐이다.
구민회관에는 다양한 강좌가 개설되어 있는데 수필 쓰기 강좌뿐만 아니라 노래나 악기를 배우는 반도 대부분 여성들이 많다. 나이 들어 무엇을 배우는데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
지금까지 수필을 배운다고 여기저기 다녔는데 어느 곳을 가든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어쨌든 남자 문우 셋이서 의기투합하여 회관 건너편의 설렁탕 식당을 찾아갔다.
나보다 두 분 모두 연배인데 한 분은 공직을 퇴직한 분이고, 다른 한 분은 대학 교수를 퇴직한 분이다. 남자 셋이 모이면 무슨 이야기들이 오고 갈까.
문우들이 모이든 친구 셋이 모이든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정치 이야기나 가족사와 최근에 일어난 신변 이야기를 주로 나눈다. 우리도 식사를 하며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점심을 먹고 차 한 잔을 하자고 해서 식당을 나와 찻집으로 이동했다. 두 분 모두 연배도 많지만 살아온 삶이 나보다 화려해서 두 분의 이야기를 주로 듣는 편이다.
한 분은 어제 비를 맞아가며 이사한 힘든 이야기를 했다. 재건축하는 집에 들어가야 하는데 몇 달만 기다리면 되는데 기간이 맞지 않아 임시로 거쳐를 마련해서 들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분은 아들네 집에 전세로 사는 것 같은데 복잡한 과정을 거쳐 살고 있는 것 같다. 서울에서 전세 사는 사람치고 사연 없는 사람이 없듯이 다들 갖은 사연을 품고 살아간다.
찻집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두 분 문우와 이야기를 나누며 삶의 지혜도 얻었고 새로운 것도 배웠다.
문우와 이야기를 나누면 문학에 대한 것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는데 힘든 세월을 살다 보니 삶의 이야기가 우선한다. 하기사 문우와 문학에 대한 이야기만 나누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찻집을 나와 다음 주에 만나자고 하면서 헤어졌다. 문우와 헤어지고 시장에 가서 아내가 사 오라는 반찬거리를 사서 배낭에 짊어지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비가 내리지 않아 우산만 들고 갔다 왔다 한 꼴이 되었다. 인생은 빈 손으로 왔다 빈 손으로 가야 하는데 회관에 갔다 올 때마다 배낭에 항상 무엇인가를 가득 채워 온다.
앞으로 배낭에는 책 이외에 물건은 되도록 넣지 않는 연습이라도 해야겠다. 그런 연습을 통해 삶의 짐도 하나하나 덜어내는 가벼운 마음으로 사는 것이 문학인이 지녀야 할 삶의 자세가 아닐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