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코스트 해변의 금빛 모래를 밟기 위해 골프를 치러 간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만 버스에 올랐다.
이곳도 시드니처럼 벤자민 고무나무를 가로수로 심었다. 호주는 벤자민의 나라란 생각이 든다. 벤자민의 열매가 작고 새빨갛다. 무슨 향기가 날까 하고 다가가 열매를 따서 코끝에 대보았지만,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 남극의 정열적인 향과 냄새가 빨간 열매에 깊숙이 배어 있을 것만 같다.
호텔에서 버스로 근 한 시간을 달려가자 골드코스트 해안의 금빛 모래가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시야로 들어온다. 골드코스는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에 의해 최초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제임스 쿡 전망대까지 만들어 관광지로 조성해 놓았다. 일행과 버스에서 내려 해안가로 내려가기 전에 본초 자오선을 그려놓은 호주의 작은 마을을 한 바퀴 휘휘 돌아보았다.
그리고 해안가로 내려가 하얀 모래를 밟으며 해변을 거닐었다. 이곳의 모래가 제주도 함덕 해수욕장에서 밟았던 모래처럼 곱다. 일행과 해안가를 거닐며 끝없이 이어진 해안가를 바라보았다.
호주에서 만나는 경관은 우리나라 것과 비교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 우리는 명사십리란 말처럼 해변의 길이가 십 리만 돼도 규모가 꽤 크다고 하는데 이곳은 해안의 모래사장 길이가 백 리가 된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해안에서 겹겹이 부서지는 파도의 물거품을 배경으로 일행과 단체 사진을 찍는 것으로 구경을 마무리했다. 골드코스트는 해안가로 이어진 모래사장 외에는 특별하게 구경할 것이 없다.
일행은 그간 여행에 지쳤는지 해안가를 돌아보더니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고 가이드를 재촉한다. 해수욕장에 와서 해수욕이라도 하면 모를까 모래사장을 바라보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11:40분. 일행과 버스에 올라 골드코스트 해안을 떠나는데 로버트 프로스트가 쓴 시구가 떠오른다.
나무 한 그루 창 곁에 서 있고
밤이 오면 나는 들창문을 내린다.
그러나 커튼은 치지 말자
너와 나 사이
오늘은 골프를 치러 간 사람들로 인해 여정이 늦게 시작되었다. 골드코스트 해안 구경을 마치고 나자 점심시간이 되었다. 가이드가 다음 코스인 아보카도 농장으로 이동했다.
버스가 골드코스트를 출발해서 이십여 분만에 아보카도 농장에 도착했다. 마침 농장에서 식당도 운영하고 있어 점심도 먹었다. 일행과 식사를 하면서 옆자리 손님을 보니 작은 유리잔에 와인을 마시는 것 같아 우리도 와인을 시켰다.
그러자 주인은 농장에서 만든 와인을 가져왔다. 호주는 점심에 운전자에게 와인을 작은 유리잔에 한 잔만 제한해서 판다고 한다. 호주에서 운전을 하다가 음주운전에 걸리면 술을 판 사람은 80% 운전자는 20%의 책임이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식당을 찾아온 운전자에게는 작은 유리잔에 와인 한 잔만 팔고 더는 제공하지 않는단다. 농장 주인이 일행이 작은 와인 한 병을 마시는 것을 보더니 눈을 치켜뜨며 놀라는 시늉을 한다.
가이드가 버스를 타고 다니는 단체 여행객이라고 말하자 주인은 와인 몇 병을 더 가져와 서비스라고 하면서 마음껏 마시란다. 농장에서 만든 와인의 맛이 좋아 그런지 일행은 점심에 와인을 한 병씩 마셨다.
술병도 크지 않고 술의 도수도 높지 않을뿐더러 향기도 좋다. 농장을 운영하며 식당을 겸해서 그런지 과일과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일행과 식사를 하고 트랙터를 개조한 차에 올라 농장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농장에는 다양한 이국의 과일과 나무를 볼 수 있었다. 우리를 안내하는 농장 가이드가 며칠 후 결혼한다는 말에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그러자 가이드가 트랙터를 세우고 내리더니 이름을 알지 못하는 과일을 따와 맛을 보라며 건네준다.
13:50분. 골드코스트 해변과 농장 관람을 마치고 호텔로 가기 위해 시내로 들어가는 중이다. 하늘은 맑고 날씨는 쾌청하다. 구름이 아침보다 걷혀 파란 하늘이 드러났다.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외국에 여행을 와서 즐겼던 여정의 시간과 일행과 만남의 인연을 되돌아보았다. 한국인을 만나기 어려운 환경에서 가끔 한국어를 듣는 즐거움도 맛보고, 멋진 추억을 남긴 소중한 여행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이 끝을 향해 가자 몸과 마음도 서서히 지쳐간다. 버스를 타고 골드코스트의 아름다운 해변과 주변의 수려한 경관을 바라봐도 흥이 별로 나지 않고 눈꺼풀만 아래로 내려간다.
여행의 기분을 새롭게 전환하고 싶어도 단체여행이란 구속과 제한에 벗어날 수가 없다. 소중한 기회를 얻어 호주까지 와서 보고 듣고 한 것을 비망록에 남기려고 하는데 걱정이다. 마음의 짐만 잔뜩 늘어날 뿐 몸은 저만치서 거리를 두고 시간만 애태운다.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아쉬운 것은 아쉬운 대로 남겨 두는 것이 해외여행이다. 골드코스트는 그리움이 아닌 애증과 여행이 끝을 향해 간다는 아쉬운 마음에 성급함만 남겼다.
마치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하는 농부의 마음처럼 심신의 피로감만 더해간다. 여행은 지겨움이 아닌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한 모금의 향수로 남아야 한다. 버스는 숙소를 향해 도시와 태양을 가로질러 앞만 보고 달려간다.
보들레르가 여행은 떠남에 있다고 말했지만, 그 떠남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 나도 어쩌면 떠나온 곳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이국에서 떠남에 더욱 집착하고 매달리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