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가 없다

우리 엄마 경숙씨

by 맘이 mom e

삼 일간의 입원을 통해 갖가지 검사를 마친 엄마는 금요일 대전으로 내려오셨다.

병원에서의 검사와 입원이 힘드셨을 엄마이기에 집에 돌아온 날과 다음날 정도는 푹 쉬시라고 일요일 친정집에 들를 예정이었다.


토요일 엄마에게 아침 안부전화를 드렸다.

안부를 묻고 나니 엄마가 말씀하신다.

"오늘 저녁때 와서 매실청 담아놓을 테니까 가져가라."

"응? 어 ~ 알겠어. 이따 오후에 갈게."


일요일 일정으로 남겨놓았던 방문이 당겨졌으니 오늘 하려던 아이들과의 꽃나들이는 미뤄야겠다.

요즘 예민하고 화를 잘 내는 큰 아이와도 데이트로 이야기 좀 하고 맘도 풀어주려고 약속을 해놓은 터라 바쁘다.


작은 아이는 엄마와 줄넘기를 하러 가기로 했지만 시간상 아빠와 줄넘기하러 다녀오기로 하고, 큰 아이 손을 잡고 짧은 데이트에 나섰다.


데이트가 끝나고 돌아와 보니 남편과 둘째가 집에 와있다. 친정으로 출발하기로 한 시간이 다됐지만 점심은 먹여야 하기에 부리나케 점심을 준비해 아이들을 먹이고 3시경 차에 올랐다.


딩동~!

엄마가 문을 여신다. 입원 전보다 2킬로나 빠졌다고 해서 얼굴이 많이 안되어 보이실 거란 예상과 달리 엄마의 얼굴은 평온해 보인다.

혼자 다행이다 숨을 돌린다.


이야기를 나누며 엄마가 차려준 과일주스를 마시고 고구마를 먹으며 요즘의 날씨와 병원에서의 검사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7번이나 찌른 그 의사 뒤에 의사도 3번이나 찔렀단다. 검사를 위해...

아직도 검사부위가 아프시단다. 마음이 쓰인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엄마가 슬그머니 누우신 자세로 잠이 드신다.

이불을 가져다 덮어드리고, 원래도 슬그머니 잠이 잘 드시지만 오늘의 잠든 엄마 모습은 더 힘이 없어 보인다.


저녁시간이 다되어가서 준비해온 오리고기와 배추로 찜을 했다.

밥을 하고 준비를 하는데 엄마가 일어나셔서

"재료도 없는데 뭐하려고?"

"내가 알아서 할게 엄마."

"재료 네가 준비해왔냐?"

밥 준비에 참견이 당연했던 엄마가 식사 준비를 그냥 맡겨놓으신다.

그리고 식사 준비가 완료되고 나서야 식탁에 앉으신다.


엄마의 식사 속도가 느리다. 그리고 끝까지 드시고 열심히 드시는 것 같지만 젓가락에 들어지는 음식이 적다.

입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

모르는 척

"맛있게 하려고 했는데 괜찮아? 배추가 너무 푹 고아졌네. 너무 오래 끓였나 봐."

물으니 아빠가 대신 대답하신다.

"엄마 음식 씹는 거 어려워하는데 이렇게 푹고아지니까 더 편하겠네."

엄마의 젓가락에 오리고기가 아니라 푹 익은 배추만 집히는 게 여간 마음 쓰이는 게 아니다.

다음부터는 조금 더 씹기 편한 음식을 해와야겠다 다짐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일어서는 길 엄마가 챙겨두신 매실청, 개복숭아 효소, 감식초, 된장 등을 들고 내려왔다.

엄마는 1층까지 따라내려 와 인사하는 걸 잊지 않으신다.

"운전 조심하고~"

남편에게 꼭 하시는 당부다.


집에 돌아와 앉아 있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가 준 미나리액기스 있잖아. 그거 너 매일 타서 먹어. 그거 여자들한테 좋다더라. 알았지? 잘 챙겨 먹어."

"응 알겠어요. 잘 챙겨 먹을게요."

전화를 끊고 엄마에게 받아온 갖가지 액들을 뒤져본다.

엄마가 주신 병들을 다 봐도 미나리가 없다.

이름까지 일일이 써서 라벨지에 적어 전해주신 병들 속에 미나리가 없다.


"미나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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