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글쓰기
나이 듦의 씁쓸함.
나이 듦은 씁쓸하다.
작년 봄 즈음인가부터 몸이 전과 같지 않다.
코로나로 집에 있으면서 대책 없이 찐 살덕에 몸이 무겁고 고관절이 고장 났다. 그때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하고 살이 좀 빠진다 싶던 그때 생리가 멈췄다. 늙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산부인과를 갔다.
"늙어서 그런 거지요? 폐경이 오려고 하는 증상인가요?" 하고 물으니 의사는 "아직 아니에요." 자궁내막 증식증 같으니 호르몬 주사를 맞아 생리를 하게 해야 한단다. 생리를 안 하면 바로 산부인과에 와서 주사를 맞든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코로나가 대유행하던 때 1차 코로나 접종을 맞고 생리가 또 끊겼다. 병원에 찾아갔다.
지난번과 다른 여의사가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여자들 생활패턴이 바뀌거나 스트레스받으면 좀 늦게 하기도 해요. 괜찮으니 호르몬 주사 맞고 가세요."
아 별일 아니구나 하고는 주사를 맞고 또 생리를 안 한다. 다시 갔더니 "한대 더 맞으세요." so cool~~
그리고 한대 더 맞고 생리가 터졌다.
늙어서 그런가?
그 이후 생리가 들쭉 날쭉이다 30일을 훌쩍 넘기기도 하고 생각지도 않게 22일 만에 터지기도 하고 그래도 뭐 괜찮은거랬으니 넘겼다.
그러다 6월 17일 생리가 시작됐다. 열흘 동안 이건 하는 건지 마는 건지
"늙어서 그런가 보다." 끝나고 삼 일 후 갑자기 또 피가 터진다. 이건 뭐지? 저녁 내내 배가 아파서 이거 왜 이러지 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제대로 안 해서 이제 제대로 하려나보다." 하고 있는데 또 멈췄다.
안 되겠다 싶어 정말 애 낳고 나서 아니 애 낳을 때도 가기 싫었던 산부인과를 향했다.
이번엔 다른 의사다.
"자궁은 깨끗해요. 보세요." 하며 초음파 사진을 자세히도 설명해주신다.
오른쪽 난소에 물 혹이 3.5센티 정도 있는데 이건 없어지기도 하니 신경 쓸 거 없어요.
"그리고 나중에 피가 나온 건 부정출혈로 보셔야 합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그냥 자궁 깨끗하니까 걱정하시지 마시고 그냥 지내시면 돼요."
"그럼 왜 그런 건가요? 이런 부정출혈과 이상 증상은?"
"호르몬 변화에 의한 거죠."
"아~~ 그럼 혹시 늙어서 그런 건가요?"
.
.
.
"그럴 수도 있죠. 50대 전후로 갱년기가 오기도 하니까요."
(필자의 나이는 46세다.ㅠㅠ)
"아, 네~."
늙어서 그런 거다. 갱년기님이 오시는 거다. 예상도 하고 나는 갱년기가 오느라 이렇게 성질도 늘고 감정조절이 안되고 생리도 이러는 거다 우스갯소리처럼 해댔는데 의사가 인정해주니 마음이 씁쓸하다.
나이 들었음이 나이 듦이 씁쓸하다.
산부인과에서 나와 씁쓸한 커피 한잔을 시켜놓고 홀짝홀짝 마신다.
커피도 마음도 씁쓸하다.
그래도 피로를 풀게 해 주고 마음을 위로해주는 커피가 맛있고 감사하다.
그래도 아이 둘 낳고 맞이하는 갱년기가 감사하다.
내가 세월을 많이 살아냈구나 싶어 감사하다. 그리고 젊은 내 인생을 함께 해준 내 자궁이 내 몸이 맞이하는 갱년기가 감사하다.
남편에게 "나 갱년기래." 하고 이야기하니 공감능력 좋으신 남편이 답한다. "나도 갱년기야."
그래 너 잘났다. 흥 칫 뿡!!!
아내의 갱년기마저 너만 아프냐? 나도 아프다 하시는 멋쟁이 남편! 감사하다. 흥 칫 뿡 곱하기 100이다.
내 몸은 내가 챙긴다.
열심히 살아낸 내 몸을 내가 앞으로 더 잘 챙겨볼란다.
운동을 다시 시작해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