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글쓰기
이른 아침 등교 준비를 하던 열 살 큰 딸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한다.
"엄마! 어제 학교 갈 때 엄마랑 다봉이랑 둘이 먼저 나갔잖아. 그런데 그게 나쁜 일이 아니었어.
오히려 좋은 일이었어"
"그래?"
"응, 어제 학교 가다가 지원이랑 지윤이 만났거든. 그리고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그래서 재미있게 학교 갔다니까."
"그래? 다행이네. 그래 모든 일은 나쁜 면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네. 그렇게 너 혼자 등교해서 기분 나빴는데 나중에 친구들과 함께 가서 기분 좋은 일로 바뀌었으니."
"그래서 이제 나 다봉이랑 안가고 나 혼자 갈꺼다."
좋게 나가다가 마지막이 좀 그렇다. ㅎㅎ
어제 아침 이른 출근을 해야 했다. 출근 준비에 아이들 등교를 준비해주고 급히 나가려는데 그날따라 큰 아이가 준비가 느렸다. 설상가상으로 작은 아이도 엄마랑 간다며 나서고, 큰아이는 마무리가 안되었고...
큰 아이에게 "엄마는 출근시간이 되어서 같이 기다려줄 수가 없네. 미안. 서연아 엄마 먼저 갈게 마저 준비하고 나와. 바로 준비하고 나올 수 있지?"
동생과 함께는 가봤지만 늦어서 혼자 남겨진 상황을 처음 겪는 아이가 불안하겠다 싶은 마음과 달리 시간이 급해 나오는데
"빨리 가" 하며 동생을 밀어내듯 보낸다. 동생은 언니가 밀었다고 징징, 언니는 상황이 불안해서 욱욱.
아이가 불안함을 나타내는 것임을, 속상함을 나타내는 것임을 알고 있었다.
미안함과 안쓰러움을 안고 출근했던 어제.
그 어제 아침을 떠올린 큰 아이가 꺼낸 이야기가 예쁘다.
덕에 오늘 아침은 아이들과 나에게 좋은 아침이다.
좋은 아침을 만들기 위해 "그러니까... 모든 상황은 단면만 있는게 아니고... 나쁜일도 좋은면이 있고... 힘든 상황도 지나고 보면 좋은 결과를 낳는... 과정...어쩌고 저쩌고..." 하는 설교를 늘어놓고 싶음을 꾹 참고, 글에다 쏟는다. ㅋㅋ
자기에게 처해진 나쁜 상황이 속상하고 기쁜 나빴는데 지나 보니 좋은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아이가 스스로 알게 된 것 같아 감사한 마음만 남긴다.
아이를 두고 나오는 미안함과 직장맘으로서의 어쩔 수 없는 속상함이 있었는데 이 또한 날려버렸다.
어른이 되어서야 깨달은 이치를 아이가 작은 경험으로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 오늘 마음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