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글쓰기
아침 산책으로 아파트 옆 산을 걷는다.
숲 속 시원한 그늘이 반갑고 풀내음이 싱그럽다.
걷다 보니 나무 사이로 잠깐씩 해가 비친다.
얼굴에 닿는 햇살이 밤의 신나는 불빛처럼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한다.
그 장단이 즐거워 괜스레 혼자 웃는다.
걷다가 나무 사이로 잠깐씩 하늘과 나무 틈사이로 비추이는 햇살이 반갑다.
시원한 그늘에 감사하다가도 걸음속도에 맞춰 번개 치듯 눈을 때리는 햇살이 좋다.
인생을 살다 보면 햇살이 비치는 날도 있고 그늘이 지는 날도 있다.
"왜 내 인생을 그늘뿐인 거야? 왜 좋은 시간보다 나쁜 시간이 많지? 난 언제나 운이 없어."
"좀 행복하다 했더니 또 이렇게 안 좋은 일이 생겨 역시 난 안되나 봐."
늘 내 인생에 햇살만 비추이길 바랐던 적이 있었다.
등산 길, 나무와 태양 사이 빛과 그늘을 보며 인생의 이치가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내 햇살 속에 있으면 햇살이 좋기만 할까? 그 뜨거움에 난리일 테다. 그 고마움과 존재는 잊힐 것이다.
그늘이 있기에 햇살의 밝은 빛이 보일 것이고 햇살의 뜨거움을 잠시 달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오직 햇살만 비추이는 인생을 원한다.
살아보니 인생의 그늘은 어둠이 아니다.
다시 햇살을 맞이하기 위한 쉼이고 준비이고 성장의 기회이다.
그래서 햇살만 기다리던 시절 그늘일 때마다 한탄하고 주변과 나를 괴롭히던 그 시절의 철없었음을 깨닫는다.
몇 번의 긴 그늘을 맞이하고 비로소 햇살의 고마움도 그늘의 고마움도 안다.
햇살 가운데 있으면 그 현재에 감사하고 만끽한다.
그늘이 와도 이제는 불평하거나 불안해하지 않는다.
이 그늘이 주는 의미를 알고자 하고 이 그늘 뒤에 반드시 햇살이 올 것을 안다.
그래서 그늘 속 쉼의 시간에 다시 맞을 햇살이 더 달콤하도록 그늘의 시원함과 뜨겁지 않음과 그 속의 감사를 만끽한다.
찰나에 모든 공존하는 일에는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있다.
이건 나쁘지만 저건 좋은...
그래서 나쁘지만은 않은 그런 인생을 우리는 살고 있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느냐가 현재를 살아가는 지혜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요즘 나의 현재가 햇살인지 그늘인지 구분이 안 간다.
햇살이어도 좋고, 그늘이어도 좋기에... 이것은 나쁘지만 저것은 좋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