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해킹하기로 했다.

반복적인 생각과 행동은 왜 하는 걸까.

by 형태없는사람

수많은 이별 앞에서 , 항상 궁금했다.

" 왜 나는 이렇게 상대에게 갈구하는가 " 가 주된 의문이었다.

부끄럽지만 나와 사귀던 남자들 대부분이 나의 집착에 떨어져 나갔다.

언젠가 본 영상에서 여자가 집착을 하면 상대가 쉽게 보고 바람이 난다 하여 집착을 참은 적이 있다. 그 뒤로는 전화를 하는 것을 참고 카톡을 하는 것을 참았다. 보고 싶다는 말을 참고 표현하기를 참았다.

불안한 감정과 외로운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꾹꾹 눌러 담았다.




이별하지 않기 위해 애써 웃었고 나의 갈구하는 마음은 들켜선 안 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긍정적인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또 쿨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상대로부터 끌리게끔 만든다 하여 나는 세상에서 제일 쿨한 사람인척 굴었다. 물론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내면은 들통이 나게 마련이었다.




외부적 상황으로도 그리고 나의 심리상태를 쿨~ 한 여자로 바꾸며 최선을 다한 마지막 연애가 망가지자 침대에 누워 정신과에서 주는 우울증 약과 그저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다 우연히 읽은 '현존수업'이란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와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대충 내용의 요지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며 생각 속을 헤매며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산다고 한다. 그러니까 지금 이 순간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생각으로 과거에 겪었던 경험을 가지고 지금에 투영하고 오지 않을 미래를 지금으로 끌어와 미리 방어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살면서 마주치는 상황에서 올라오는 감정은 외부세상이 나에게 그런 감정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 저장되어 있던 기억의 조합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어릴 때 개에 물린 상처가 있다면 그 사람은 커서도 개만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동반응적'으로 두려움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예전에 바람을 폈던 사람의 충격이 너무 커 다음 사람에게서 비슷한 느낌이나 감정이 느껴지면 이성적인 것을 생각하더라도 그때의 느낌으로 치환하여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떤 수치스러웠던 사건의 기억이 있다면 또 그런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미리 대비하는 뇌의 생존방식으로 인해 빠르게 대비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마주 하는 세상은 매번 새로운 순간인데 말이다.




나에게 이것을 정말 충격 그 자체이었다.



나는 왜 계속 불안 해 할까 나는 왜 계속 같은 생각을 반복할까 왜 이런 상황을 자꾸 겪는 것일까라는 질문의 답과 아주 맞닿아 있었다.





한참 BJ 활동을 할 당시에도 내 눈에는 악플러들에 글밖에 보이지 않았고 세상은 나를 싫어하고 혐오하고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날 떠날 수밖에 없는 나는 부족한 존재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완벽에 가까운 인간이 되기 위해 나는 성형을 반복했고 ( 희한하게도 단점만 눈에 보였다 ) 어떤 느낌을

너무도 느끼고 싶지 않아서 최선을 다해 삶을 통제했다




오지 않을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밤을 새워 일하고 주변에서 직업이 좋아야 사랑받는다 똑똑해야 사랑받는다는 정보를 얻으면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좋은 옷을 골라 입고 좋은 가방을 들었다. 미리 창피하지 않을 상황에 대비하거나 자존심이 상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이 아는 척을 했다. 그러나 삶은 원래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강력해 보이는 유리 멘털은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너무나도 신경 쓰고 있는 자신을 모르기에 톡 하고 건드리면 와장창 깨져버린다.





그날부터 나는 매일같이 나의 생각과 감정 느낌을 일기로 써 내려갔다.

사람들의 무시와 공포 버림받았던 기억받지 않는 상대에 전화에 미쳐버릴 것만 같았던 나의 감정 그 당시 상상했던 나의 생각들까지 모조리 써내려 갔다. N 번방 사건의 용의자로 몰렸을 때를 마지막으로 세상밖으로 나가지 않고 마스크만 쓴 채 지하철 어딘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기 위해 애를 썼던 나의 심정들 친구들이 나에게 했던 이야기들 상처되었던 일들까지 모조리 적어 내려갔다.



계속해서 나를 관찰했다. 나를 해킹한다는 생각으로

뇌과학책이나 철학 무의식에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매일 빠지지 않고 명상을 했다.

이렇게 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더 이상 나를 구할 방법이 없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집에 들어오면 나는 나도 모르게 불을 켠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쓸 때 키보드를 보지 않고 치고 있다.

신발을 보지도 않고 신는 재주가 있으며

핸드폰 자판을 보지 않아도 그냥 알고 쓰고 있다.

완벽하게 보이고 싶은 강박적인 태도 누군가와 사귀면 올라오는 집착적인 감정 인정욕구 그리고 타인들의 의도를 마치 사실인 양 점치는 행위까지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었다.

나의 기록에 의하면 이것은 아주 어릴 때부터 반복되었던 것이었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 중 음식이 나올 때 버튼을 눌러 벨소리를 인식하게 한 뒤에 나중에는 벨소리만 들어도 반응하여 침을 질질 흘리는 것처럼 나 또한 사람이 조금만 떠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이성적으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집착으로 반응했다. 이것이 바로 무의식적인 반응이란 것이었다.




이렇게 나는 하루 종일 빼놓지 않고 나의 반응을 관찰했다.





타인의 행동에 반응하는 '나'의 행동과 생각 감정

상황에 반응하는 '나'의 행동과 생각감정을 관찰했다





그리고 나는 결정했다. 나이 34살 주변에서 결혼해야 하는 시기라고 더 늦으면 답도 없다는 나이에 지금까지 쉬지 않던 연애를 중단하기로 했다. 소개팅이나 만나자고 했던 사람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나의 패턴의 반복을 끊고 싶었다.

너는 이러다 버림만 받을 거야 결혼을 지금 안 하면 손해 볼 거야 지금 당장 누군가와 사귀어서 너의 외로움을 채워 지금 당장 그건 너무 쉽잖아 라는 생각은 매일 나를 잠식했지만 나는 이번에 내 생각에 의견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




감정을 피하고 억누르고 피하고 도망 다니던 내가 온전히 감정을 마주해 보기로 한 것이다.

불안하면 불안이 되고 버림받을게 두렵다면 두려움과 하나가 되기로 했다. 더 이상은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 게 싫어서 계속해서 나를 바꾸고 치열하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자발적 혼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반복되는 이감정과 생각들이 그대로라면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당장 이 외로움을 견디기 어려워 둘이 된다 한들 반복되는 나의 생각으로 상대를 의심하고 도망가게 하거나 둘이 있어도 더 외로운 인간으로서 살아가게 될 것이 짐작되었다.



그저 벨소리에 똑같이 반응했던 ,

파블로프의 개처럼 말이다.



쉽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지만 5년이 지나 혼자인 지금 나는 그때 내가 한 선택이 내 인생 중 가장 의식적인 선택이었고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외로움에 사무쳐 혼자 있기를 거부하고 정신과 약을 먹으며 견디던 내가 지금은 혼자 너무나도 행복한 삶을 꾸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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