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잔뜩 긴장해 있다.
이상이 나를 부르자마자 이성이 활개를 친다.
갖고 있는 모든 에너지와 감각을 집중한다.
가장 효율적으로
그래 빈틈없이
그때,
내가 예상치 못한 순수가
자유로이 다가오면
나는 그만,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만다.
유연하고 축축한 반죽 위에
나의 고함은 흔적처럼 찍힌다.
서두르다 밀쳐진 절뚝거리는 팔다리는
깁스와 하나가 되어 간다.
그 위에는 의미 없는 낙서들이 있다.
언제 지워져도 상관없을 것 같은 그 위로
눈과 코가 지나간다.
점점 더 퀘퀘한 냄새가 난다.
나는 향수를 살짝 뿌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