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과 규칙 사이에서, 행복을 찾는다는게 말이야.

아미고

by 서량 김종빈

이번 주 내내 출근을 했다. "따리하 국립기술대학" 이라, 국립치고 시설은 뭔가 좀 많이 아쉬운 곳이다. 그건 뭐, 지금 말할 것은 아니고, 여기 교수들하고는 이제 좀 친해져서 이런 저런 농담을 하는 정도에 이르렀다.(하지만 농담이라고 해도 내가 못 알아듣는 농담이 훨씬 많아서, 서로 벙찌는 상황이 많다.)


이렇게 친구들이 조금씩 늘어 가는데, 이 와중에 친구가 한명 더 생겼다. 나이는 네 살쯤, 어제 사탕을 사서 둘이 나눠먹었는데 그게 우정이 된 듯하다. 오늘은 저 멀리서 나를 보자마자 "아미고~~!!" 하며 나를 부르는데 이것 참, 나는 친구 복이 많구나 싶다.(친구, 내가 20대에 결혼 했다면 지금 자네만한 애가 있을 거라오.) 일단은 나도 "아미가~~!!" 하며 반겼다. 저렇게 반가워하는데 점잖은 체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다짜고짜 내게 하는 말이 "게임하자!" 다. 눈을 보니 거절하면 안 될 분위기. 그래서 시작한 게임인데, 뭔가 이상하다. 도무지 규칙을 모르겠다. 어린 친구는 마냥 즐겁고 나는 어리둥절하고, 어린 친구는 따따따, 뭐라 뭐라 설명하고 나는 못 알아듣고는 나름대로 내 할 말을 해대고, 게임은 이런 식으로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게임이 다 끝나도록 규칙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지만 친구는 시종일관 해맑고 즐거웠다.


자기만의 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즐거울 수가 있구나. 그래서 요맘때쯤 아이들은 그렇게나 즐겁게 사는구나.


나도 그랬던 것 같은데, 조그마할 때는 혼자서 이런 저런 룰을 만들고 하루 종일 즐거워하기도 했었던 것 같은데.


그간 사회화라는 걸 겪으면서 주어진 규정과 관습을 잘 지키는 어른이 된 건 좋은데, 그 사이 나만의 룰을 어디다가 팔아먹은 건지. 남의 말은 그렇게나 잘 들으면서 내 말은 입 밖으로 내뱉어보기도 전에 전부 없던 말로 만드는 건지. 조금 아쉬운 기분이다.


어린 친구는 자기만의 룰이 있었다. 자기가 지고서도 이기는 그런 규칙. 다른 사람이 "니가 졌다." 라고 해도 자신은 즐겁다고 말할 수 있는 괘씸하지만 좀 부러운 규칙.


세상과 어울려 산다는 것이 어쩌다보니 세상에 질질 끌려다니는 행색이 되었다. 졌다는 생각이 짙어지고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는 마음이 두터워지는 중에 별 수 없나 싶었다. 불편한 표정, 불안한 생각이 일상에 덕지덕지 붙어 몸이 무겁고 둔해져 가는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볼리비아 끄트머리 도시까지 온 건데, 이 조그마한 친구는 경쾌하기만 하다. 내가 가위 바위 보를 이겨도, 카드 맞추기를 이겨도 이 친구는 불행해질 기색조차 없다.


세상의 규칙, 중요하지. 근데 내가 행복해지는 규칙은 더 중요한 거였어. 그걸 왜 까먹고 있었을까, 왜 그렇게 주눅 들어 눈치만 살폈던 걸까, 참 모를 일이야. 참 아쉬운 일이고.


추신, 야, 내가 가위 바위 보를 이겼는데 왜 니가 계단을 올라가냐, 내 말 못 알아 듣는 척 하지마라, 너, 나보다 잘하는 거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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