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
만일 내가 당신에게서
단 한가지만을 사랑해야 한다면
나는 당신의 연약함을
사랑하겠습니다.
당신의 야무진 구석은
누가 보아도 멋지지만,
당신의 고민들은
그 깊이만큼이나
품은 이야기가 많다지만,
당신의 유쾌함은
몇마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설레이게 한다지만,
저는 그래도 당신의 연약함이
그 무엇보다 좋답니다.
당신에게는 비록 상처라지만,
아직 채 지워지지않은
흉이 흐릿하게 남았다지만
그것으로 위로받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 아픔을 잊어야 하는
당신께는 고약한 소리라지만
그럼에도 저는 당신의 연약함을
사랑하렵니다.
'흔들리고 흔들리어 피어나라.'
무심결에 혼잣말만 중얼중얼,
'쓰러지지 마라, 무너지지 말자.'
내게 하는 말인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말들을 또 다시 중얼중얼.
당신에게서 단 하나만은 사랑하라면,
역시 저는 그 연약함을 사랑하렵니다.
Para ti, para siempre.
ㅡㅡㅡㅡㅡ
붓을 꺾고 꺾어 티끌만해진 부스러기들을
다시 주워모아 어찌어찌 써내려가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당신때문이에요.
하루에도 수십번씩 뒤집히는 마음은
주책맞게도 민망하게도, 변덕이라지만
당신덕분이라는 건 변함없지요.
그냥, 뭐. 그러니까, 뭐.
...고맙다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