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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량 김종빈 Dec 17. 2018

당신때문이에요. 덕분이구요.

변덕

만일 내가 당신에게서

단 한가지만을 사랑해야 한다면

나는 당신의 연약함을

사랑하겠습니다.


당신의 야무진 구석은

누가 보아도 멋지지만,


당신의 고민들은

그 깊이만큼이나

품은 이야기가 많다지만,


당신의 유쾌함은

몇마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설레이게 한다지만,


저는 그래도 당신의 연약함이

그 무엇보다 좋답니다.


당신에게는 비록 상처라지만,

아직 채 지워지지않은

흉이 흐릿하게 남았다지만

그것으로 위로받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 아픔을 잊어야 하는

당신께는 고약한 소리라지만

그럼에도 저는 당신의 연약함을

사랑하렵니다.


'흔들리고 흔들리어 피어나라.'

무심결에 혼잣말만 중얼중얼,

'쓰러지지 마라, 무너지지 말자.'

내게 하는 말인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말들을 또 다시 중얼중얼.


당신에게서 단 하나만은 사랑하라면,

역시 저는 그 연약함을 사랑하렵니다.


Para ti, para siempre.


ㅡㅡㅡㅡㅡ


붓을 꺾고 꺾어 티끌만해진 부스러기들을

다시 주워모아 어찌어찌 써내려가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당신때문이에요.


하루에도 수십번씩 뒤집히는 마음은

주책맞게도 민망하게도, 변덕이라지만

당신덕분이라는 건 변함없지요.


그냥, 뭐. 그러니까, 뭐.


...고맙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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