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 가시는 길, 꽃길만 걸으소서.

관계

by 서량 김종빈

"도의"라는 말이 있지요. 저는 이 말을 꽤나 좋아해서 종종 곱씹어 보고는 합니다. 어쩌다 생겨난 말인지는 잘 모르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만큼 단정한 말이 있을까 싶어서 말이죠.


사실, 아직도 무슨 한자인지도 몰라서 제대로 쓰지 못하지만 혼자 생각하는 것이죠. 도라는 것에라는 것을 붙여놓은 까닭을 따져봅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걸어야 할 길이라는 건가, 사람이라면 응당 가져야 할 뜻이라는 건가, 그런 건가.' 하고 속으로만 중얼중얼.


저는 매사 서툴고 요령 없는 녀석이라, 관계라는 게 불편할 때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도벽도 있어서 종종 주변을 다 떠밀치고 내 다리는 일도 종종 있고요.


처음 따리하에 올 때는 이름도 생소한 나라, 생전 처음 듣는 도시라면 꼭꼭 숨을 수 있겠다 싶은 계산이 있었습니다. 피로한 관계를 다 제쳐두고 속 시원히 빈둥거릴 테다 마음먹었지요.


근데 그게 쉽지 않았습니다. 기꺼이 잔일마저도 손을 거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죠. 게다가 옆에서 보고 있자면 도리인지 의리인지 모를 것으로 종일 바쁜 모습이 꽤 인상 깊었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 하지만 많지도 않은 나이에 그만한 마음이 고맙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여 때때로 존경하기도 했답니다.


관계란 순간순간 조심스럽고 다 보여주기도 어려운 중에 쌓아가는 것인데, 그럼에도 보여준 재치와 순발력은 가히 놀라울 뿐이었지요.


아쉬운 마음에 괜한 말만 계속 길어지네요.


네, 조금 아쉽습니다. 아직 받은 의리를 다 갚지 못한 것 같은데 보내드리는 것이 말입니다. 하지만 삶은 생각보다 길고 좋은 인연은 그보다 더 길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만나리라 기대합니다.


요즘 제가 주변 모두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자주는 못 봐도 오래오래 볼 수 있기를 바랄게요."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더불어 따리하 이장님, 재진샘이 여전하기를 함께 바라겠습니다.


건강하세요. 또 만나요.


도에 의에 무어라 할 수 없지만 매사 씩씩했던 재진샘에게 김종빈 드림.


Hasta lue~~go.


추신, 사람은 본디 외로운 생물이지요. 그래서 다들 그렇게 열심히들 살아가지요. 외롭지 않기 위해서.


덕분입니다. 따리하가 외롭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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