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소소로운 #12

월요일 지하철은 어쩐지 더 갑갑하거든.

by 서량 김종빈

친구야,

서울은 아침에 출근하는 것 마저도 녹록지가 않아.


출근 지하철은 만석이라서

한두 번은 타지도 못하고 그냥 보내주어야 하지.

그러고도 몸을 구겨 넣어야 간신히 탈 수 있단다.


버스는 어째서 그렇게 작게 만들었나 싶을 만큼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지.

새벽같이 일어나서, 부지런히 움직였는데도

보람이 없을 만큼 말이야.


그렇게 한차례 고생을 하고 나면,

수많은 고층빌딩들 어떤 층에,

파티션을 둘러친 구석자리 로들 들어가 앉아서

자리를 지키는 거야, 하루 온종일을 말이야.


하루 온종일, 한 달 내내,

계절이 지나고 또 지나고 십 수 번을 보내면

그 답답한 도시에 몇 평남 짓

겨우 내 자리를 만들 수 있다더라.


친구야, 그렇게 평생 자리를 지키는 게,

그게 삶이라는 게 가끔 서러울 때가 있다.

그게 삶의 전부일까 봐 겁이 날 때가 있다.


아마도 그게 전부는 아닐 텐데.


그러니, 다시 또 증명해보려고.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잠시 또 잊었었거든, 그래서 벌벌 떨었나 봐.


친구야, 건강해라.

때가 되면 함께 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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