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나는 진해에서 군생활을 했었다.
4월만 되면 군항제라고 해서 백 년은 된 벚꽃나무들이 온 시내와 거리를 가득 채우고, 그도 부족해서 작은 시내와 항구와 산까지 벚꽃이 흩날렸다.
장관이었고, 낭만이었다. 또 젊음이자 추억이었다.
그 어떤 좋은 무엇이라 불러도 좋을만한 풍경이었고,
그 좋은 무엇이라도 될 수 있는 풍경이었다.
간혹 바람이라도 불면 쏟아져내리는 벚꽃으로 찰나의 순간이 가득히 채워졌다.
분명 그랬다. 그랬던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마음껏 그 풍경을 누리지 못했던 것 또한 기억한다.
당시 매일이 야근이고, 업무에 시달리고, 그렇게 일을 해도 뭐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로 눌려 지낸 채로 매일을 보냈었다.
그리고 이제야 생각한다. "아깝다."라고.
다 소용없는 이야기지만, 모두 부질없는 걸 알지만 그래도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가끔이라도 고개를 돌려볼걸, 고개를 들어서 쏟아지는 벚꽃을 찰나라도 좋으니 가득히 좀 채워볼걸.' 같은 아쉬움이다.
요즘 나는 삶이 꽤나 어렵다. 버티는 시간이고, 지치는 시간이고, 지루한 시간이다. 딱히 다른 누군가보다 불행한 것은 아닐 텐데, 참 어렵기만 하다.
그래서 생각났다.
아까웠다고, 아쉬워할 거라고,
오늘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고,
이런 것들이 생각났다.
가야 할 길이 눈앞에 있을 때 한눈을 파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무서운 일인지 안다. 그래서 그리하자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아주 잠시 눈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무엇이든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아마, 나는
"목표에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마라!"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영영 못될 것 같다.
근데 그래도 괜찮을 것 같다.
그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