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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정년

직장인의 명분

by 서량 김종빈

일이 끝나지 않는다.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채로

일은 끊어지지도, 끝나지도 않는다.


퇴근시간을 넘기고

간신히 다짐하는 것이라고는

내일의 나에게 남은 일을

떠넘기는 것뿐이다.


어제의 나에게 받은 것들 중

결국 해내지 못한 것들을

이리저리 굴려보다가,

모른 체 내일로 미루어버리는

딱히 다를 것 없는 일상.


무슨 짓을 해도 내일이 오기 전에

내일 일이 먼저 생겨버리는 일상.

이래서 다들 직장을 다닐 수밖에 없나 보다.


그러니 그때까지만 좀 더 다니자.

내일로 넘겨줄 것이 없어질 때까지만,

내일 일이 어찌 되든 알바 아닐 때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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