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제자리에 돌아와서
♡ 긍정 왕이 되어버린 엄마
내 아내는 불운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학교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다녀야 하는 어려운 성장기를 보냈다고 한다. 그 영향 때문인지 아내의 말투는 다소 부정적인 표현이 많은 편이었다. 그리고 자신감도 많이 결여되어있었기에 항상 주눅들어 있는 듯 정확한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여보! 이건 이렇게 하면 안될까요?”
“야! 그렇게 하지마!”
“혹시∼ 잘 안되는 건 아닐까?”
대화속에 부정적인 표현이 많이 있었던 아내였다. 자신감도 없는 표현을 하곤 했었다. 성장기의 어두웠던 기억이 이미 다 자라버린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 항상 이런 부분을 바꿔주고 싶어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쉽게 바뀌는 부분이 아니었다.
이번 여행은 이런 아내에게 커다란 변화를 준 계기가 되었다. 항상 가슴속에 뭔가가 응어리져 있었던 아내였는데, 광활하게 펼쳐진 자연의 경이로운 모습들과 너무나 여유롭게 지내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보고 답답했던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이제는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뭘 해도 자신이 있을꺼 같다며 즐거워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그동안의 사진속의 얼굴과 지금의 얼굴을 비교해 보니 확실히 얼굴색이 밝아졌다. 웃는 얼굴도 훨씬 예뻐졌다.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니 표정도 바뀌는 것 같다. 생각하는 것도 부정의 이미지를 어느정도 벗어 버린 듯 했다. 투덜거리던 버릇도 많이 없어졌다. 그저 모든 것들이 마냥 즐겁기만 하단다. 웃음도 많아졌다.
설거지를 하다가 접시를 깨뜨려도 예전 같으면 “나는 왜 이러지? 구제 불능이야!” 라고 했을 텐데, 이제는 “아이쿠! 또 깨뜨렸네. 여보! 그래도 이렇게 털털한 구석이 있어야 남편한테 사랑받을 수 있는 거겠지? 역시 나는 아직까지 당신의 손이 필요한가 봐요. 호호호.”라고 하며 능청스럽게 웃는다.
이제는 평상시에 아내가 하는 말투도 많이 바뀌었다. 부정적인 표현 대신 긍정적인 표현의 말투로 바뀐 것이다.
“여보! 이건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애들아! 이렇게 하는게 더 좋아.”
“잘 되겠지? 한번 해보자!”
♡ 다시 일상으로
마치 한 밤의 꿈이었던 것처럼 여행은 끝이 났다.
그리고 모든 것이 변하지 않았던 바로 그 자리에 우리는 돌아왔다. 이곳이 원래 제자리였던 것이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씻고 아침식사를 하고 오랫동안 옷장속에 걸려있던 양복을 꺼내 입고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 사무실에 앉아서 그전처럼 똑같은 일들을 하고 전화기와 씨름하다가 지친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다가 다시 아침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예전처럼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일상에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과 똑같은 그런 일상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 오늘 하루가 기대된다. 복잡한 지하철을 피해 새벽 첫차를 타고 출근을 하며 지하철의 많은 빈자리들 중에 하나를 찾아 앉아서 책을 읽는 여유를 즐긴다.
아직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빈 사무실에서 처음으로 전등 스위치의 불을 켜며 내가 세상을 깨우는 듯한 환상에 빠져 들기도 한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오늘 하루를 계획하며 나만의 소중한 시간을 갖는다.
마음에 여유와 시간이 생기고부터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내가 하는 일이 되고 나니 일하는 재미도 있다. 내가 밝은 표정으로 생활을 하니 동료들도 덩달아 밝아진다. 하루 업무를 즐겁게 마치고 나니 퇴근길 발걸음도 가볍고 집에 돌아와서 가족들과 오늘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기대가 된다.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이라 하더라도 가족들끼리 서로 나누다보면 웃음거리가 되고 재미있는 시간이 된다.
우리 가족이 여행을 갔다오는 동안 주변환경은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다.
하지만 내가 바뀌고 우리 가족이 바뀌니까 세상이 달리 보이고 모든 것이 새로워졌다.
밝아지고 기대되고 행복해졌다.
여행은 정말이지 엄청난 변화들을 가져다 줬다.
이렇게 우리는 다시 태어난 듯 새로운 사람이 되어 일상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