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으로 1_터키 5
♡ 파묵칼레, 여기는 또 다른 세상
생애 첫 야간버스라는 걸 타보는 우리는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파묵칼레 행 버스에 올라탔다. 그런데, 이건 우리가 상상했던 우등고속버스 같은 그런 버스가 아니었다. 10시간을 달려야하는 버스가 누울 수 있는 공간도 없고, 앞뒤 간격도 좁은 우리나라 군내버스보다도 더 못한 버스였다.
그나마 옆자리에 아내가 앉아서 다행이지, 만약 모르는 사람과 같이 앉아있었다면 10시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을 뻔 했다.
불편한 버스에 시달리며 10시간 동안 달려와 이미 녹초가 되어버린 몸을 이끌고 도착한 데니즐리의 숙소는 에어컨도 없고, 취사도구도 부족하고, 그렇게 깨끗해 보이지도 않은 그런 곳이었기에 실망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1박에 3만 7천원인 저렴한 숙소라고 생각하니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아내는 가격을 좀 더 비싸게 지불 하더라도 다음부터는 더 좋은 집으로 예약을 하자고 그런다. 물론 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래도 누울 곳이 있어서 감사했던 우리는 피곤한 몸을 침대에 맡기자마자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마을버스를 타고 도착한 히에라폴리스의 고대 유적지들을 지나 석회온천의 흔적에 도착하니 온천수가 흘러내리면서 만들어낸 수많은 조그만 pool들이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자연은 이곳을 방문한 우리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유적지를 하나하나 관광하며 한참을 걷다 보니 저 멀리 온천 수영장과 원형극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하지만 한낮의 햇볕은 우리에게 원형극장을 쉽게 허락하지는 않았다.
“이 고생을 하면서 왜 이런걸 보러 가야 되요?”
막둥이의 투덜거림이 아직은 내 맘 같지 않아서 좀 아쉬웠지만, ‘저 나이 때는 나도 그랬으니까’라고 생각하며 막둥이를 위로했다.
옛날 사람들의 열광하던 모습이 직접 느껴지는 듯 했던 원형극장을 지나 파묵칼레의 상징인 석회온천을 맨발로 체험하며 걸어 보았다. 하얀 석회온천. 그 안의 온천수는 파랗다 못해 비취색을 띄며 자연이 만든 신비한 빛깔을 뽐내고 있었다.
처음 접해본 터키의 파묵칼레는 이렇게 우리에게 또 다른 세상을 소개해 주었고, 새로운 감동과 경험을 선물로 안겨 주면서 아쉬운 작별인사를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