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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도 Feb 08. 2021

아침을 먹는 시간

매일 아침 곁에서 잠든 고양이의 털을 쓰다듬으며 아침잠을 깨운다. 보채는 일 없이 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쪼꼬를 위해 가장 먼저 밥과 간식을 챙겨준 뒤, 매일 한 장씩 뜯어야 오늘이 시작되는 일력을 뜯어놓고 약을 것이 매일의 루틴. 그리고 혼자 먹을 아침밥을 준비한다. 


남동생이 있지만 생활패턴도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도 달라서 아침만은 내가 원하는 음식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것만큼 혼자 먹는 아침밥을 좋아한다. 아직 하루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나에게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아침을 위해 시간을 넉넉히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는 뜻이다.



혼자 먹는 아침밥은 빵이냐 밥이냐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비슷한 것들을 먹는다. 밥을 먹을 때는 현미+귀리+쌀을 섞은 밥 또는 누룽지에 주로 된장찌개를 끓인다. 계란 프라이 한 개, 나물반찬, 김치를 중심으로 약간씩 바뀐다. 가끔은 청국장을 끓이기도 하고, 감자가 먹고 싶으면 감자를 숭덩숭성 썰어 넣은 고추장찌개를 끓이기도 한다. 


빵을 먹을 때는 빵 + 계란 프라이 + 샐러드 + 과일 구성이 기본이다. 가장 좋아하는 빵은 깜빠뉴와 치아바타이고 식빵도 자주 먹는다. 계란 프라이는 필수로 들어가고 샐러드는 아보카도를 이용한 과카몰리, 당근을 이용한 당근 라페, 로메인 샐러드를 좋아한다. 과일은 주로 사과를 먹고 요즘은 사과+당근+케일을 갈아 만든 주스를 챙겨 먹고 있다 


아침밥이라고 결코 소홀하게 하지 않는다. 때론 간소하게 먹는 날도 있지만 재료를 썰고, 볶고, 끓이고, 굽는 과정을 거치면서 정성을 다한다. 나에게는 그 과정이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 같은 것이어서 그 안에 나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담겨있다. 오늘 하루를 소홀하게 살지 않겠다는 의지이며 내 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그렇게 매일이 쌓이다 보니 해가 바뀌었고, 그 사이 하루를 대하는 나의 자세가 많이 달라졌다. 혼자 아침밥을 먹는 행위는 오늘을 정성스럽게 만든다. 그렇게 정성스러운 하루들이 쌓여 삶이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좋은 습관을 만든다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변화들이 조금씩 모이다 보면 습관이 되고, 그렇게 모인 좋은 습관들이 내 마음을 건강하게 해 준다.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기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변화들. 하지만 그 변화가 가져다주는 결과는 결코 작지 않음을 알기에 오늘도 정성스럽게 아침밥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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