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거울

아내를 늘 기분 좋게 만드는 거울이 되자

by 길벗 스토리텔러

전에도 한 번 들어봤던 이야긴데, 오늘 아침 외출 준비를 하면서 아내가 또 말한다. “이 거울은 나를 행복하게 해. 예뻐 보인다 말야.”

요점인즉, 거울마다 비치는 모습이 조금씩 다른데, 우리집 거울 중 유독 안방 화장대의 거울에 비친 모습이 맘에 든다는 이야기다. 화장실 안에도 있고, 벽에도 걸어 놓은 몇 개 거울 중 그 거울에 비친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든다는 것.

얼마 전, 모녀가 방을 맞바꾸는 걸 계기로 살림살이를 재배치하면서 오래된 책들과 헌 가구 몇 개를 없애거나 교체했다. 그때 내가 아내의 화장대를 교체 대상으로, 그것도 우선 고려 대상으로 선정했으나, 예상치 못한 반대에 봉착했다. 처음엔 아직까지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혼수(婚需)라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화장대가 혼수라는 건 내 착각이었고, 설사 혼수가 맞다 했더라도 그 것이 애착의 본질이 아니었다. 딸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착각의 교정과 애착의 이유에 대한 공감이 한번에 이루어졌다.

“거울 때문에 엄마 화장대는 바꾸면 안 돼.” 자신의 방에도 화장대와 거기 딸린 거울을 가졌지만, 딸아이도 엄마 화장대 거울 앞에 서면 자기 얼굴이 유독 깨끗해 보인다는 거였다. 둘의 생각이 일치하는 걸 보면 거울마다 맺힌 상의 차이가 분명히 있긴 있는 모양이다. 예뻐 보이는 거울이라. 그럼 비춰볼 때마다 기분 좋겠구만. 가구 안 바꾸면 돈 안 들어가니 나야 땡큐지.

백설공주 이야기 속 왕비의 거울이 떠올랐다. 왕비도 뛰어난 미녀로 보이는데, “이번 라운드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어여쁜 여인은 왕비님이랍니다.” 한번쯤 기분을 맞춰줄 만도 하건만 그 거울은 너무 정직하다. 랭킹 1위와 2위의 차이가 대체 얼마나 크다고 ‘백전백패’하니 열 받을 수밖에. 아니지. 모든 거울은 정직하지 않은가. 있는 그대로를 비춰주고 반영해야 거울 아닌가.

진실을 말하는 거울이 현실에는 없으니, 판단도 만족도 오롯이 들여다보는 사람의 몫이다. 머리와 얼굴을 단장하고 입술을 칠한 후 위아래 입술끼리 부비는 것으로 대개 화장의 단계는 마무리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때 공들여 치장한 자신의 모습에 흡족해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때론 마주하는 사람이 거울일 때가 있다. 내 기분과 내 언어와 내 표정이 그 사람에게 반영(反映)된다는 말이다. 좋은 기분으로 대했는데 상대방이 심드렁하거나, 이해받고 싶은 표현을 굴절해 받아들이거나, 모처럼 내 감정을 드러냈는데 외면하거나 무시할 때 거울 속에 비친 상(像)이 왜곡되듯 기분이 상한다.

내가 기분 좋으면 그 이상으로 기분 좋게, 내가 진지하면 진지하게, 내가 사랑받고 싶을 때 사랑으로 대해주는 사람. 과장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내가 비춘 만큼은 반사해주는 사람. 누구나 그런 사람을 원한다. 그런 사람은 늘 마주하고 싶다. 평생 버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난 삶의 목표를 정했다.

‘아내를 늘 기분 좋게 만드는 거울이 되자’. 버림받거나 교체되는 일 없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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