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book 부사장 Julie Zhou의 글에 대한 크리틱
본 글은 Facebook 디자인 부사장 Julie Zhou의 글을 번역하면서 드는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번역된 글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회사에서 매니저와 1:1 면담을 가진다. 그리고서는 지난 6개월 동안의 퍼포먼스에 대해 평가받는다. 어떠한 트집이라도 잡혀선 안된다는 마음가짐으로 그 미팅에 들어가고, 그 마음가짐 때문에 트집을 잡히게 된다. 완벽한 모습을 추구하려고 고집을 부리는 사람에게 완벽한 모습은 보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매니저와 약간 불편한 대화가 끝나고 나서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반드시 진급을 해야 하는가.
반드시 연봉은 상승되어야만 하는가.
직업은 과연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 이야기를 빌려보자. 그는 우리가 직업 뒤에 숨는다고 이야기한다. 자본주의 안에서 직업은 곧 자신이며, 자신은 곧 직업이다. 의사는 자신을 ‘정형외과 의사, 홍길동입니다.’라고 소개하고, 다른 사람에게 ‘의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들어간다. 그 이미지는 생각보다 강렬해서, 의사 홍길동이 이야기하는 모든 것들은 일반인 홍길동이 이야기하는 것과 다르게 들린다.
예전에 친형이 직장을 그만두고서 사업을 시작할 때 즈음에 부모님께서 꽤나 심각하게 생각하시고 실망도 아마 하셨을 테다. 그때 형의 논리는 그랬다. 직장을 그만둔다는 행위가 나의 가치를 져버리는 행위였냐고. 내 안에 있는 어떤 고귀함이나 존엄성은 그대로 살아 있는 게 아니냐고.
전적으로 동의한다. 직업이라는 것은 아마 삶을 여행하는 과정 중에 잠시 머무르는 하나의 여행지가 아닐까.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 구조 안에서 흘러가는 우리네 삶은 여행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이미 박탈되어 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직장을 왜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여행지를 선택하지 못하고, 직장에 들어가 일하는게 당연스럽게 여겨지는 것이 생각보다 남루한 말이긴 하지만, 중요한 것은 비탄과 규탄이 아닌 사실에 대한 정확한 인지와 감정과 생각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지는 마음이다. 그러고 나면 아무도 하지 않았던 질문이 떠오르게 된다. 왜 나는 취직을 하였는가. 직업은 나에게 무슨 의미인가.
Julie Zhou가 쓴 글을 번역하면서 커리어에 대해 많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커리어의 관리는 기본적으로 '나는 어디까지 올라가고 싶은가, 아니,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답이다. 좋은 팁이다. 실직적으로 도움되는 말 맞다. 그녀의 요지는 '상사를 코치로 생각하고,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직급이나 연봉보다는 실력을 더 갖춰라' 라는 말이다. 맞는 말이고, 동의하는 말이지만, 생각으로 받아들일 수는 있되, 몸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왜냐하면 이런 말들은 나도 1시간만 앉아서 생각해보면 한 30개 정도는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30분 정도만 생각해서 아래의 리스트가 나왔다.
아침에 일찍 출근해라.
미팅과 업무 진행 시간을 구분해라
하루에 3시간 정도를 업무에 푹 빠져서 창의적인 일을 해라
팀원들과 더 깊게 소통해라
회사의 비전을 알고 업무를 진행해라
미팅에서는 항상 결론을 맺고 회의록을 정리해라
데드라인과 작업 결과물에 대해서 항상 의사소통해라
업무 진행에 있어서 좀 더 적극적이여라
끝도 없다. 이 포인트들의 자세한 글을 사례와 곁들여서 쓰면 되나? 그러면 질문이 해결될까? 승승장구해서 사장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더 중요한건, 사장이 된다는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즉,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질문이 잘못되었다는 말이다. 어떻게 하면 내 커리어를 잘 관리할 수 있을까요에 대한 질문보다는 왜 나는 커리어를 관리해야 하고, 내 커리어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라고 질문했어야 한다. 그게 하나 더 깊이 들어간 질문이고, 그 질문에 어느정도의 본인의 답을 내릴 수 있다면, 커리어 관리법 따위는 자연스레 따라 나오게 된다. 동기가 본인 자신에게 나오게 되면 그만큼 파워가 있는 건 없다. 그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도 아니고, 본인이 정의한 본인의 성취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은 누구보다 깊이가 있고 열심이다.
나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냐고? 아니, 아직. 커리어는 아직까지 나에게는 심오한 놀이고,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다. 그 놀이법과 언어들은 아직 정착되어 나가고 있다. 아직까지 나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여정 중에 있다.
그나저나 Julie의 글에서 마지막 문장은 참 이쁘다.
바람이 어디로 불던간에, 아름다운 해안가에 표류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도 그녀의 글에서 맞는 말 하나는, 내가 아니면 내 커리어에 대해서 신경 써줄 사람은 생각보다 없다. 신경 써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운전하거나, 그냥 어디로 부는지 모르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아름다운 곳에 정착하기를 기도하거나. 마지막으로 알랭 드 보통이 이야기하는 직업관에 대한 비디오를 첨부한다.
[출처: 마이크 임팩트 YouTube 채널: https://www.youtube.com/watch?v=kADNSTIsl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