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왜 카지노에 미사일을 쐈나 - 6

태국-캄보디아 전쟁의 진짜 승자들

by Gildong

제6화. 진짜 싸움터는 '카지노'가 아니라 '바다'다


눈앞의 불쇼에 현혹되지 마라. 국경에서 터지는 포탄과 불타는 카지노는 관객의 시선을 빼앗기 위한 화려한 '폭죽'일 뿐이다. 진짜 '꾼'들의 시선은 정글이 아니라 바다를 향해 있다. 태국과 캄보디아, 두 나라가 목숨 걸고 쟁취하려는 진짜 전리품은 고작 보이스피싱 수익금이 아니다. 태국 만(Gulf of Thailand)의 검은 바다 밑에 잠들어 있는 수백조 원 규모의 석유와 천연가스다.


지도 위의 국경선은 얇지만, 그 선이 바다로 확장되면 천문학적인 돈이 된다. 태국과 캄보디아 사이에는 '중첩 수역(OCA: Overlapping Claims Area)'이라 불리는 26,000㎢의 분쟁 바다가 있다. 남한 면적의 1/4에 달하는 이 거대한 해역 밑에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 자원이 매장되어 있다. 추정 가치만 최소 300조 원(약 3,000억 달러). 지금 육지에서 부수고 있는 카지노 단지의 연간 수익과는 자릿수가 다르다. 이것은 단순한 돈이 아니다. 에너지 위기에 처한 태국의 '생명줄'이자, 빈국 캄보디아를 단숨에 중진국으로 끌어올릴 '로또'다.


여기서 기막힌 역설이 발생한다. 이 막대한 자원을 퍼 올리려면 두 나라가 손을 잡고 '공동 개발'에 합의해야 한다. 하지만 양국 국민 감정은 최악이다. 평화롭게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자, 반반씩 나눕시다"라고 악수하는 순간, 양국 정권은 야당과 국민들에게 "매국노"라며 뜯어먹힐 게 뻔하다. 실제로 패통탄 전 총리의 아버지 탁신도 과거 이 문제를 건드렸다가 '나라 팔아먹는 놈'으로 몰려 실각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명분''연막탄'이 필요하다. 육지(국경)에서는 치열하게 싸우는 척하며 "우리는 영토 수호를 위해 이렇게 피 흘리며 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대중의 민족주의를 충족시키면서, 물밑에서는 실리를 챙기는 '분리 대응(Two-track Approach)'이 가능하다.


이 복잡한 셈법의 중심에 '꼬 꿋(Koh Kood)'이라는 섬이 있다. 태국의 휴양지인 이 섬 주변이 바로 석유 매장지의 노른자위다. 캄보디아는 슬쩍 "그 섬, 우리 영해일 수도 있는데?"라며 건드리고, 태국은 "건드리면 전쟁이다"라며 발끈한다. 하지만 아누틴 정부의 속내는 타들어 간다. 태국의 전기 요금은 치솟고 있고, 가스전은 고갈되어 간다. 당장 저 바다의 뚜껑을 따지 않으면 태국 경제는 멈춘다. 캄보디아 훈마넷 역시 중국 돈이 끊긴 상황에서 이 자원이 절실하다.


결국 지금의 포격전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몸값 올리기'이자, 나중에 극적인 타협(공동 개발)을 이루기 위해 깔아두는 '빌드업(Build-up)'이다. "저 악랄한 캄보디아 놈들과 싸우다가, 어쩔 수 없이 국익을 위해 바다 자원만 같이 캐기로 했습니다"라는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한 격렬한 오프닝 시퀀스인 셈이다.


카지노가 불타는 연기는 대중의 눈을 가리는 훌륭한 연막(Smokescreen)이다. 사람들이 "저 나쁜 범죄자들!"이라고 욕하며 국경을 바라볼 때, 엘리트 관료들과 에너지 기업 임원들은 조용히 바다 지도를 펼쳐 놓고 파이프라인의 경로를 긋고 있을 것이다. 기억하라. 국제 정치에서 가장 시끄러운 곳은 대게 페이크(Fake)다. 진짜 중요한 거래는 아무도 보지 않는 심해에서, 침묵 속에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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