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캄보디아 전쟁의 진짜 승자들
세계의 경찰(Global Policeman)은 퇴근했다. 과거 같았으면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항공모함이 남중국해로 기수를 돌렸을 것이다. 하지만 2025년의 백악관은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 도널드 트럼프. 철저한 비즈니스맨인 그에게 태국-캄보디아 국경 분쟁은 개입할 가치가 없는 '잡음'이거나, 혹은 그 자체로 훌륭한 '레버리지(Leverage)'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 난장판을 팔짱 끼고 구경만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 싸움판이 미국의 국익, 정확히는 '반(反)중국 전선'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세계관은 단순하다. "내 편이냐, 아니냐." 캄보디아 훈센-훈마넷 정권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노골적인 친중(Pro-China) 국가다.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자금이 쏟아져 들어오고, 중국 해군 기지가 건설되는 곳이다. 미국 입장에서 캄보디아는 '중국의 앞마당'이다. 그런데 미국의 동맹국인 태국이 캄보디아를 두들겨 패고 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말릴 이유가 없다.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도, 중국의 하수인(Proxy)이 참교육을 당하고 있는 꼴이다.
캄보디아의 스캠 단지가 파괴되고 국경 경제가 마비될수록, 훈마넷 정권은 위기에 처한다. 이것은 곧 베이징의 골칫거리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트럼프에게 이보다 달콤한 시나리오는 없다.
미국은 이미 경제적으로 캄보디아를 정밀 타격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캄보디아를 통해 우회 수출하던 태양광 패널에 무려 3,500%라는 살인적인 관세를 매겼다. 캄보디아의 주력 산업인 의류 수출길도 막히고 있다. 경제(관세)로는 미국이 목을 조르고, 군사(폭격)로는 태국이 옆구리를 걷어차는 형국이다. 이 '협공(Pincer Movement)'은 캄보디아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훈마넷이 살기 위해 중국 바짓가랑이를 더 잡을수록, 국제 사회에서의 고립은 심화된다. 미국은 그저 이 '말라 죽이기 작전'이 완성되기를 기다리면 된다.
다급해진 캄보디아는 UN에 "평화유지군을 보내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UN을 혐오한다. "미국 세금으로 남의 나라 국경 지켜주는 짓"을 가장 싫어하는 그가, 중국의 앞잡이를 구해주기 위해 UN군 파병을 승인할 리 만무하다. 오히려 미국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 캄보디아가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를 때, 중국이 얼마나 무기력한지 전 세계에 생중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라. 너희가 믿던 '대국(Big Brother)' 중국은 너희가 맞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다." 이 메시지는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국들에게 확실한 경고이자 조롱이 된다.
미국에게 동남아의 평화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중국 영향력의 차단'이 목표다. 태국과 캄보디아의 전쟁은 중국의 남진 정책(일대일로)에 균열을 내는 아주 효율적인 '방지턱'이다. 트럼프는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개입해서 얻는 평화보다, 방관해서 얻는 혼란이 미국에게 더 큰 이익(Profit)을 가져다준다. 그래서 백악관의 전화기는 울리지 않는다. 혼란 자체가 미국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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